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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 가습기살균제 책임 사위 안용찬에게 떠넘기나...채형석 부회장은?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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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3-20 20:20:22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 연합뉴스

    檢, 지난 18일 안 전 대표 소환 조사, 최고 의사결정권자 직접 겨냥

    "가습기 메이트 피해 모두 SK가 배상"…애경과 맺은 계약 '주목'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재수사 중인 검찰이 안용찬(60) 전 애경산업 대표를 소환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수사가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는 데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는 경영진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20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지난 18일 안 전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안 전 대표는 1995년부터 2017년 7월까지 애경산업 대표이사를 지냈다. 애경은 2002년부터 2013년 4월까지 CMIT·MIT 원료로 만든 '가습기 메이트'를 판매했다. 가습기 메이트의 유해성과 소비자 피해가 사법적 틀에서 인정된다면 안 전 대표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할 애경산업의 가장 윗선이지만 채형석 총괄부회장 등 애경그룹의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할 오너들은 뒤로 빠지고 애경그룹 사위인 안 전 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가습기 메이트'는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이 제조한 것을 애경이 받아 판매했기에 SK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SK의 경우 최창원(55) SK디스커버리 대표와 김창근(69)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 등이 '가습기 메이트'가 제조·판매된 당시 SK케미칼 대표이사를 맡았다.

    앞서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관련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고광현(62) 애경산업 전 대표를 구속기소 했으며, 역시 증거 인멸 혐의로 SK케미칼 박철(53) 부사장을 구속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지난해 11월 SK케미칼의 최창원·김철, 애경산업의 채동석·이윤규 대표이사 등 14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장에는 SK케미칼 김창근·이인석·이문석·한병로·박만훈 전 대표이사와 애경산업 장영신·채형석·최창활·고광현·안용찬 전 대표이사도 포함됐다. 독성물질을 사용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유통해 많은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만들었지만,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앞선 2016년 8월에도 이 기업들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하지만 유해성이 있다고 판정받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과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을 사용한 옥시와 롯데마트, 홈플러스만 처벌받았다.

    검찰은 2016년에도 애경산업을 수사했지만, 옥시가 사용한 원료인 PHMG와 달리 애경 제품의 CMIT·MIT 원료는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사가 중단됐었다. 뒤늦게 CMIT·MIT의 유해성이 인정되면서 검찰이 지난해 12월 수사를 재개했다.

    한편,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재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가습기 메이트' 사용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계약을 맺은 사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애경산업과 2001년 5월 가습기 살균제 물품 공급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듬해 10월 제조물책임(PL·Product Liability)과 관련한 추가 계약을 체결한다.

    가습기 메이트 라벨에는 '애경'이 붙어있지만 정작 애경산업은 판매만을 맡았고 원료물질인 CMIT·MIT 생산과 제품 제조 모두 SK케미칼이 맡았다.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제품이다.

    두 회사의 제조물 책임계약을 보면 "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 원액의 결함으로 제3자의 생명, 신체, 재산에 손해를 준 사고가 발생하면, SK케미칼이 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며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다"고 명시돼 있다.

    계약서대로라면 가습기 메이트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SK가 모두 져야 한다. 애경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해 배상책임을 지게 되더라도 SK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게 애경 측 설명이다.

    이마트가 PB(자체브랜드)상품으로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역시 가습기 메이트와 똑같은 제품이다. 이마트가 애경에서 제품을 받아 라벨만 바꿔 판매했다.

    이번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SK·애경·이마트 등의 형사상 책임이 확인될 경우 뒤따르는 민사소송에서 SK케미칼은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주체가 되는 셈이다.

    애경과 SK가 받고 있는 과실치사상 혐의와 관련해 검찰은 공소시효가 아직 남은 피해자 중 사망자가 12명, 폐질환자가 43명, 천식 피해자는 41명이라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제조물 책임계약을 놓고 일각에선 SK케미칼이 자신들이 제조해 애경산업에 넘긴 '가습기 메이트'의 안전성을 확신하지 못했기에 이 같은 계약을 맺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계약서엔 애경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제기된 경우 SK가 이를 방어하되, 이때 애경은 SK에 최대한 협조한다는 내용도 있다.

    검찰도 SK와 애경 사이 제조물 책임계약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가 주고받은 안전성·책임 문제 관련 문건을 은폐하지 않았는지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SK 측은 2002년 7월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면서 계약을 맺은 것이며, 통상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당시 법에서 제조물책임법상 제조업자는 '제조물에 성명·상호·상표 기타 식별 가능한 기호 등을 사용해 제조업자로 오인시킬 수 있는 표시를 한 자'도 포함되기 때문에 애경에도 책임을 지울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일반적 계약 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관련 물질안전보건자료(MSDS)를 유통사에 제대로 제공했는지도 문제가 될 수 있다. MSDS란 제품에 쓰인 화학물질의 명칭과 함유량, 유해성, 취급 주의사항 등을 설명한 자료다.

    2016년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청문회 당시 애경은 SK로부터 제품을 받아 판매하기 시작할 무렵인 2002년 MSDS를 받지 못했고, 그 이후에야 받았다고 주장했으며 SK는 2002년부터 MSDS를 건넸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제조물책임법상 SK케미칼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더라도 애경 역시 제품 안전성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판매한 데 대한 책임이 크다고 지적한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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