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왜 아직 안 바꾸니?” 신상 윈도우 8 넘어가 볼까


  • 최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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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3-01-21 16:33:45


    윈도우 8이 출시 4일 만에 400만 카피를 판매했다. 또 3주 만에 PC 시장 점유율 1%를 넘어섰다. 윈도우 7이 나왔을 때를 생각하면 꽤 선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윈도우 8이 나온 지 3달째로 들어서는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윈도우 8 쓰는 이를 찾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1월 31일까지 예정된 윈도우 8 할인 행사를 바라보며 고민하는 모습은 드문드문 보이지만, 새 운영체제를 얹으려고 서두르는 느낌은 아니다. 딱히 운영체제를 새로 바꿀 필요 없이 현재 쓰는 윈도우 7로도 충분하다는 모양새다. 심지어 몇몇은 윈도우 XP를 계속 고집한다.

     


    생각해보니 재밌다. 우리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판올림에 참 민감하다. 특히 iOS나 안드로이드가 판올림 되는 날은 포털과 SNS가 떠들썩해진다. 남들보다 빠르게 새 버전을 내려받고, 바뀐 성능과 체감을 이야기한다. 혹시나 자기 단말기가 새 운영체제를 얹을 수 없다는 소식을 접하면 분통을 터뜨린다. 그 이유가 하드웨어 성능이 부족해서 제외됐다고 한들 말이다.


    그런데 PC 운영체제에 관해서는 무덤덤한 표정이다. 대부분이 윈도우를 PC 운영체제로 쓰면서도, 새 버전이 나오면 잠깐 관심을 내비칠 뿐, 직접 쓸 것이냐 물으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아직 잘만 돌아가는 윈도우 XP, 7을 놔두고 꼭 윈도우 8로 갈아탈 필요 있느냐는 것. 틀린 말은 아니다. 비록 윈도우 XP는 2014년 4월 8일부로 모든 지원이 끊겨 보안위험까지 생기지만 말이다.


    스마트폰에 비춰보니 무언가 모순적이다. 안드로이드는 ‘젤리빈’이 나왔지만, ICS도 아닌 진저브레드를 쓴다고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버전업은 꼭 진행한다. UI(유저 인터페이스)나 성능 등이 개선되고, 새 기능이 덧붙여진다는 이유다. 왜일까? 이는 윈도우 역시 마찬가지인데. 꼭 무료나 유료냐의 차이만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시작’ 버튼이 없는 윈도우의 새 얼굴이 너무 어색한 탓에, 메트로 스타일 UI가 ‘터치스크린’ 외엔 쓰기 어려울 것이라 넘겨짚어서인지도 모른다. 윈도우 8의 속살을 다시 한 번 훑어보고 그 장점을 셈해볼 필요가 있다.


    직관적인 생김새와 빠른 속도, 추가된 다양한 기능


    윈도우 8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얼굴인 ‘시작 화면’을 새롭게 꾸몄다는 점이다. 제각각 움직이는 타일들은 직관적이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그렇다. 맨 처음에야 생소할 뿐 쓰다 보면 금세 익숙해진다. 처음 개발자 프리뷰 시절이야 키보드와 마우스로 다루기가 좀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낸 윈도우 8은 마우스 조작 역시 상당히 편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꼭 터치스크린의 유무를 따지지 않아도 쓰기 좋다는 견해다.


    이번엔 화려한 외모 탓에 왠지, 행동이 굼뜨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든다. 그러나 이 또한 반대다. 윈도우 8의 움직임은 상당히 잽싸다. 또 요구하는 PC 제원도 높은 성능을 바라지 않는다. 그 이유를 MS는 윈도우 8이 GPU 최적화에 전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그 말을 증명하듯, 윈도우 8은 역동적인 움직임에 비해 리소스를 많이 잡아먹지 않는다.

     


    문제는 역시 낯설다는 점이다. 평소 봐온 윈도우와 다른 생김새 탓에 조금 혼란스럽다. 가장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시작’ 버튼의 삭제.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부분이다. 그런데 이 부분도 시간이 흐르자 크게 불편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이 들린다. 그 이유는 MS가 시작 버튼을 삭제한 과정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MS는 시작 버튼 삭제 이유를 ‘이용률이 떨어져서’라고 설명한다.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이 검색, 제어판 실행, PC 종료 등을 할 때뿐이라는 내용이다. 또 MS는 시작 버튼 대신 더 쓰임새 좋은 ‘참 바(Chram bar)’를 집어넣었다. 주로 쓰는 검색이나 제어판 등 기능 대부분은 여기서 쓰면 된다. 또 위에 덮인 메트로 UI를 한 꺼풀 걷어내면, 우리에게 익숙한 윈도우 화면이 그대로 나온다.

     


    제일 큰 자랑거리인 부팅 속도도 만족스럽다. 윈도우 8의 부팅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HDD를 쓰더라도, 마치 SSD 환경에서 윈도우 7을 부팅한 것과 비슷한 속도를 낸다. 이런 속도의 비결은 MS가 윈도우 8에 기존과 다른 부팅 방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부팅 작업에 최대 절전 상태 기술을 적용한 것. 윈도우 8은 시스템도 앱도 ‘종료’하지 않고 잠재운다고 표현할 수 있다.


    비결은 간단하다. 윈도우 8은 전원이 꺼지면 메모리 데이터를 지우지 않고, PC에 저장한 뒤 다음 부팅 때 데이터를 불러온다. 새로운 하드웨어 제어 방법인 UEFI(Unified Extensible Firmware Interface)를 쓴 덕. 윈도우 8 64비트만 지원하기는 해도, 종전 바이오스 방식보다 훨씬 빠른 부팅 시간은 참 고맙다.


    짚어볼 다른 점은 무엇이 있을까? 새로운 앱 장터인 ‘윈도우 스토어’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탄탄한 모바일 생태계 구축이야말로 윈도우 8의 성패를 가를 일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윈도우 스토어의 현재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출시 67일 만에 모든 애플리케이션의 수가 3만 5,000개를 넘어섰으며, 오는 2월까지 5만 개를 넘어서리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등록된 앱 품질도 괜찮다. 다양한 게임 앱은 물론 국내 앱 가운데서도 인기 있는 앱 상당수가 윈도우 스토어에 등록됐다. 멜론이나 벅스같은 음악감상 앱은 물론 푹(pooq), 뉴스, 여행 앱 등을 갖췄으며 싸이월드나 라인, 마이피플 같은 SNS 역시 서비스 중이다.


    이 밖에도 MS 계정 동기화를 통해 다른 기기에서도 똑같은 설정을 쓸 수 있는 점, 백업・복구 속도가 더 빨라진 점, USB나 외장하드로 다른 기기에서 윈도우 8을 부팅할 수 있는 ‘윈도우 투 고(Window to go)’, 기본으로 주어지는 가상 디스크 기능, 인터넷 익스프롤러 10 등 향상된 소프트웨어 기능이 함께 따라온다.

     


    윈도우 8이 기대를 모으는 이유는 다양한 기기를 두루 아우르는 포용력 때문이다. iOS나 안드로이드는 데스크톱 PC와 연동되지 않지만, 윈도우 8은 다르다. PC와 노트북은 물론 태블릿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 함께 쓸 수 있어 쓰임새가 좋다. 이를 위해 새로운 시작 화면을 내걸고, UI를 바꿨으며, 클라우드 서비스인 ‘스카이 드라이브’ 활용도를 높였다.


    우리는 앞으로 다양한 하드웨어에서 윈도우 8을 만날 터다. 최근 출시되는 기기들과 앞으로 나올 예정인 기기만 봐도 윈도우 8 기반 제품군이 주를 이룬다. 아직 주변에 보이지 않아 익숙함이 덜할 뿐, 시간이 지나면 새 운영체제에 더 익숙해지지 않을까. 잠시 달라진 윈도우에 관한 어색함을 내려놓고 새 운영체제의 장점을 느껴보길 바란다.


    베타뉴스 최낙균 (nakkoon@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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