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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의 제국2, 얼마나 야하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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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9-12-17 17:05:14

    지난 8월 광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던 <감각의 제국 2 – 사다의 사랑>은 12월 개봉을 앞두고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한 것이다. 제한상영가 등급은 제한상영가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공간에서만 개봉이 가능하도록 제도인데, 현재 국내에 제한상영가 영화를 개봉할 수 있는 극장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개봉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감각의 제국 2>은 재심의 과정을 거쳐 18세 관람가 등급 판정을 받으면서, 12월 24일 드디어 한국 관객을 만나게 되었다. 노골적인 성 묘사와 독특한 캐릭터로 일본 사회의 과거와 현실을 풍자한 작품성을 인정한 것이다.

     

    앞서 30여 년 전에 만들어진 전편, 故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1976)>도 당시 일본에서조차 상영이 금지될 정도로 파격적인 스캔들을 일으켰고, 국내에는 24년이 지난 뒤에 개봉이 될 정도로 표현 수위가 높은 작품이었다. 그에 비하면 <감각의 제국 2>는 1개월 만에 봉인이 풀리면서 보다 빨리 국내에 개봉하여 관객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1936년 5월18일 동경에서 있었던 성기 절단 사건을 모티브로 한 <감각의 제국> 시리즈는 세계 제 2차 대전 당시 일본 사회의 모순을 남녀간의 극단적인 성적 표현으로 풍자한다. 당시 사건의 주인공 아베 사다와 이시다 키치조우를 21세기에 다시 불러낸 ‘모치즈키 로쿠로’ 감독은 시대를 초월한 그들의 진정한 사랑을 되짚어 보고 있다. 등급 논란으로 올 겨울 영화계의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감각의 제국 2 – 사다의 사랑>은 이제 가장 중요한 관객들의 평가만 기다리고 있다.

    <감각의 제국 2 – 사다의 사랑> 올해 들어 네번째 제한상영가 등급 분류

     

    2007년 존 카메론 미첼 감독의 <숏버스>는 우리나라에서 개봉이 불가능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제한상영가 등급에 대해 많은 영화인들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명목으로 헌법재판소에서 소송을 걸었고, 결국 헌재는 헌법불합치 판정으로 영화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숏버스>는 등급 요청 2년 여 만인 올해 초 극장 개봉을 하게 되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함께 영화계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폐지는 골자의 영비법 개정을 요구해왔으나 2009년 4월 영등위는 또 다시 제한상영가 등급을 유지한 영비법을 고수했고 결국 국회가 승인하여 제한상영가는 없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올해만 4건의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영화들을 양산해 내고 말았다.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감독의 멕시코 영화 <천국의 전쟁(2004)>, 서원태 감독의 <씽킹블루>, 김곡 감독의 <고갈>, 그리고 최근에 결정된 모치즈키 로쿠로 감독의 일본 영화 <감각의 제국 2 – 사다의 사랑>이 그것이다.
     
    <감각의 제국 2 – 사다의 사랑>은 지난 8월 광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으로 세계적인 거장 故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1976년 작품 <감각의 제국>을 잇는 속편 격인 영화이다. 전작이 일본 내에서 상영 불가 판정이 내렸던 충격적인 작품이었던 것처럼 30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속편이 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제한상영가 작품들은 이미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 받았으나 심의의 문턱에 걸려 우리 관객과는 아직 만날 기회를 잡지 못한 공통점이 있다. <천국의 전쟁>은 칸느영화제에서 화제가 되었고, <씽킹블루>는 전주국제영화제, <고갈>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충격적인 영상에도 불구하고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들이다. 이 중 <고갈>만이 일부 수정을 거쳐 18세 관람가 등급을 다시 받아 상영이 가능해졌고 나머지 영화는 아직 극장 상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이 24년 만인 2000년 국내 상영이 결정되었을 때는 이미 지나간 세월만큼 온갖 모자이크 처리로 원작이 훼손된 상태였다. 그 전에 출시된 비디오는 10분 이상 잘려나간 상태였다.

    < 감각의 제국2. 사다의 사랑 (2008) >


    ■   원    제 : Johnen sadano Ai (Johnen 定の愛)
    ■   장    르 : 드라마, 멜로
    ■   국    가 : 일본
    ■   제작연도 : 2008년
    ■   상영시간 : 109분
    ■   제    작 : Rakuei-sha
    ■   제 작 자 : 마에다 시게지 Maeda Shigeji
    ■   원 작 자 : 타케치 시게노리 Takechi Shigenori
    ■   감    독 : 모치즈키 로쿠로 Mochizuki Rokuro
    ■   주    연 : 나카야마 카즈야 Nakayama Kazuya (이시다 키치조 역)
                   스기모토 아야 Sugimoto Aya  (아베 사다 역)
    ■   국내개봉 : 2009년 12월 24일
    ■   등    급 : 18세 이상 관람가
    ■   수    입 : 코랄픽처스
    ■   수    입 : 실버스푼


    ■   줄 거 리

    1936년 5월 세계 제 2차대전이 세상을 파괴할 때, 동경의 한 요정에서 성기가 절단된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피해자는 요시다야 요정의 주인인 이시다 키치조, 가해자는 요시다야 요정의 전 종업원 아베 사다. 둘은 이사다의 아내를 피해 밀회를 즐기던 중이었다. 사건이 있은 지 70 여 년이 지난 2008년 이시다(나카야마 카즈야)와 사다(스키모토 아야)의 영혼이 부활한다. 엽기적인 누드 사진을 찍는 사진가 이사다의 눈에 사다의 원혼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날 해안에서 누드모델 촬영 중, 은발의 묘한 노신사 오오미야(우치다 유야)를 만나고 그의 아내 사다와 재회한다. 오오미야는 사다의 누드 사진 촬영을 부탁하지만 둘은 곧 서로를 인지하고 사랑에 빠진다. 이제 시공간을 뛰어 넘는 사랑이 펼쳐진다. 사건이 있었던 1930년대 도쿄에서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들의 절박한 사랑을 다시 이루기 위해 현세에 다시 만나야 했는지, 그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초월적 존재들이 등장하여 둘의 엽기적인 사랑에 대한 재판을 한다. 과연 사랑이란 무엇인가? 육체적 사랑의 무의미함을 정의 내리고 둘을 심판하려던 초월적 존재들 앞에서 이시다와 사다는 70여 년이 지난 후에도 식지 않는 열정으로 사랑을 나눈다.

     




    베타뉴스 사회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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