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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인터페이스’ 만년 꼬리표 떼나···썬더볼트3 대중화 ‘청신호’


  • 이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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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8-23 23:29:37

    [베타뉴스 이진성 기자] PC에 저장된 데이터를 외부 디바이스에 전송하거나, PC와 특정 기기 간의 통신을 위해서는 상호 간 약속된 규격의 단자/케이블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동영상이나 음악 파일을 스마트폰이나 외장 하드에 전송하려면 USB 케이블이 필요하고, PC 본체와 모니터와의 연결에는 HDMI 케이블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PC 사용자라면 익숙한 패러렐(Parallel), 시리얼(Serial), PS/2(Personal System/2), IEE 1394(또는 FireWire), USB(Universal Serial Bus), D-Sub(D-subminiature), DVI(Digital Visual Interface), HDMI(High-Definition Multimedia Interface), DP(DisplayPort) 등이 외부 기기와의 연결고리를 담당한 대표적인 입출력 인터페이스라 하겠다.

    그동안 이해관계로 얽혀 구성된 각 연합과 단체 등은 이러한 데이터 전송과 연결을 위한 입출력 인터페이스 규격을 끊임없이 개발해 왔고, 표준화시키기 위해 경쟁해 왔다. 물론 표준 인터페이스는 특정 기업의 독점과 기술발전 저해라는 부정적인 요소도 있다.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환영이다. 기기마다 전용 케이블을 갖추지 않아도 되고 케이블 교체 없이 하나만으로 다양한 외부 디바이스를 연결할 수 있다. 물론 책상 위도 깨끗하고 이동 시에도 간편하다. 이렇듯 표준화된 인터페이스는 자원 소모를 감소시키면서 뛰어난 연결성과 호환성이 장점이기 때문.

    ■ 천하통일 노리는 인터페이스 ‘USB · 썬더볼트’ 주목

    과거 제조사 및 제품별 독자 규격으로 불편을 초래했던 휴대폰 충전 단자가 표준화 되었던 것처럼 PC와 외부 디바이스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도 통일화되어가는 듯 주목받는 인터페이스가 있다. 바로 USB와 썬더볼트이다.

    대중성을 앞세운 USB는 버전을 올리며 전송속도를 늘리고 있고 USB 3.1에서는 Type-C라는 새로운 규격을 추가하며 다양한 장치와의 범용성을 확대하고 있다. 주춤했던 썬더볼트 진영 역시 3.0 버전에서는 전송 속도의 향상은 물론 USB Type-C 규격을 수용하면서 대중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인텔은 향후 CPU 자체에 썬더볼트 컨트롤러를 포함하고, 로열티 없는 라이선스 정책을 펼치겠다고 발표한 바 있어 그 장래를 더욱 밝게 하고 있다.

    ■ 보급률·호환성 ‘갑’ 범용 인터페이스 USB (Universal Serial Bus)

    USB는 컴퓨터와 다양한 주변 장치와의 연결을 위해 등장한 직렬 버스 규격이다. 지난 1994년 IBM, 인텔, 컴팩, 마이크로소프트, DEC(Digital Equipment Corporation), NEC(NEC Corporation), 노텔(Nortel) 등 7개사 그룹에 의해 개발되어 1996년 1월 USB 1.0이 정식으로 선보였다.

    USB는 하나의 버스에 최대 127개까지의 주변 장치를 나뭇가지 형태로 확장·연결할 수 있어 허브를 통해 더 많은 수의 포트를 확보할 수 있으며, 플러그 앤 플레이(Plug & Play)와 핫 스와핑(Hot Swapping)을 지원해 뛰어난 연결성이 장점이다. 또한, 연결된 각 주변기기에는 일정 부분 전력 공급이 가능해 전원 공급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편리성으로 PC 주변기기에서 가장 많이 보급된 대표적인 범용 인터페이스이다.

    1996년 등장한 USB 1.0의 최대 전송 속도는 12Mbps였으나 2000년에 발표된 USB 2.0은 480Mbps, 2008년 선보인 USB 3.0은 5Gbps, 그리고 2013년 등장한 USB 3.1은 최대 10Gbps의 빠른 전송속도를 지원한다. 10Gbps 속도는 HDMI 1.4급의 대역폭 수준으로 HDMI와 DP를 포용하는 영상 규격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USB 3.1의 등장으로 USB 3.0을 3.1 Gen 1, USB 3.1을 3.1 Gen 2라고 불리기도 한다.

    전원 공급 능력도 함께 발전했다. USB 3.0까지 공급 가능한 전압은 5V였지만 USB 3.1에 와서는 5V는 물론, 12V, 20V까지 가능해졌다. 전류량도 2A에서 5A로 늘었다. 10W의 전력을 보낼 수 있었던 USB 3.0 대비 USB 3.1에서는 최대 100W까지 전력 공급이 가능해진 것이다. 노트북 등의 기기에 전원을 공급하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어 다양한 주변기기를 케이블 하나의 연결만으로 데이터 통신은 물론 별도의 전원 공급 없이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단자의 규격도 변모했다. USB 2.0까지 표준 A(Type-A), 표준 B(Type-B), 미니 A, 미니 B, 마이크로 A, 마이크로 B 규격이 존재했다. USB 3.0에서는 표준 A와 표준 B를 여전히 지원하면서도 이전과 달리 파란색 색상 포트가 적용되었으며, 핀 수의 증가로 제대로 된 전송 속도를 위해 3.0 전용 케이블이 필요하다.

    ▲ USB 단자 규격 (출처 conwire.com)

    특히 USB 3.1에서는 기존의 표준 A와 함께 위/아래 구분이 없어진 방향성 없는 24핀 USB Type-C형이 새롭게 추가됐다. 크기도 작아진 새로운 USB Type-C는 2015년 공개된 애플의 맥북에 처음 적용되었으며, 최근 출시되고 있는 노트북은 물론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기기에도 적용되며 빠르게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USB Type-C는 얼터네이트 모드(Alternate Mode)도 지원하는데 이를 지원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은 USB-C to HDMI/DP 케이블을 이용해 대형 TV와 모니터로 음성/영상 출력도 가능하다.

    이처럼 USB는 실질적 주변기기 연결의 천하 통일을 이룬 대표 인터페이스이다. 현재 애플, 벨킨, 델, HP,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STM, TI 등 700여 개 회원사로 구성된 비영리 단체 USB 사용자 포럼(USB Implementers Forum, USB-IF)에 의해 정책 책정과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 영상·음성·데이터 하나의 케이블로···인텔과 애플의 주도, 썬더볼트 (Thunderbolt)

    인텔과 애플의 긴밀한 기술적 협력을 통해 2009년 최초 발표된 썬더볼트(코드명 라이트 피크, Light Peak)는 다양한 PC 입출력 인터페이스를 통합, 부족한 포트의 개수를 해결하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용도로 개발된 고속 데이터 전송 및 연결을 위한 입출력 인터페이스이다.

    6개의 주변기기까지 연결이 가능하면서 디스플레이 포트(DP)까지 통합하고 전원 공급까지 하나의 케이블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 2011년 애플의 맥북 프로에 처음 탑재되며 시장에 정식으로 선보였다.

    썬더볼트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전송 속도이다. 동일한 목적으로 시장에 선착한 USB였지만 2008년 선보인 USB 3.0이 최대 5Gbps의 전송속도를 지원했던 것에 반해 썬더볼트는 양방향 10Gbps라는 2배 더 빠른 속도를 지원했던 것. 더불어 10W의 전력까지 공급할 수 있는 등 당시 등장했던 USB, IEEE 1394, HDMI 대비 영상·음성·데이터까지 모두 전송할 수 있었던 것은 썬더볼트가 유일했고, 속도도 역시 가장 빨랐다. 모든 부분에서 비교 우위에 있었던 썬더볼트는 차세대 인터페이스로서 USB 3.0과 대결 구도를 펼치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기대만큼의 확대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2개의 10Gbps 채널이 합쳐진 단방향으로 최대 20Gbps의 전송속도를 가진 코드명 팔콘 릿지(Falcon Ridge)의 썬더볼트 2가 2013년 발표되었지만, 보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텔이라는 CPU·칩세트 제조사 차원에서의 지원과 함께 기술적으로도 크게 진화했던 썬더볼트였지만 컨트롤러 및 케이블 등 USB 대비 고가의 플랫폼 가격으로 디바이스 제조사들은 이미 많은 보급이 이루어진 USB를 택하며 외면 받았던 것.

    그 결과 썬더볼트는 개발을 주도했던 인텔의 고가형 프리미엄급 메인보드에 주로 탑재되었다. 상향 평준화된 PC 제원으로 사용자들 역시 가격 대 성능 비를 앞세운 저가형 메인보드를 주로 선택하게 되면서 PC 사용자에게서는 멀어져 갔다. 다만 애플의 경우 맥북에 기본 탑재하면서 썬더볼트는 마치 애플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며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 화려한 귀환 썬더볼트3, 포용력으로 대동단결 꿈꾼다

    대중화에 멀어져 갔던 썬더볼트가 화려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전송속도는 더욱 향상되었고, USB 진영에서도 ‘통합 단자’로서 기대받고 있는 USB Type-C를 지원하게 된 것.

    지난 2015년 6월 대만 컴퓨텍스에서 인텔이 공개한 코드명 알파인 릿지(Alpine Ridge)의 썬더볼트3는 전 세대 썬더볼트2 보다 2배 향상된 양방향 최대 40Gbps의 전송 속도를 지원하고, 2개의 4K(4096x2160 @60Hz) 디스플레이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더불어 최대 100W의 전력 공급이 가능하며 10GbE(Gigabit Ethernet) 네트워킹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썬더볼트3는 USB 3.1 Type-C를 수용한 점이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2세대까지 미니 디스플레이 포트(Mini DP)를 사용했으나 썬더볼트3는 USB Type-C와 동일한 단자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썬더볼트는 전용 디바이스는 물론 기존 DP, HDMI, PCI-Express에 더해 USB 디바이스까지 호환이 가능해진 것을 의미한다. 대중화에 성공한 USB까지 품으며 최대 약점이었던 호환성과 대중성을 개선하는 등 범용성 확대에 파란불이 켜진 것. 최근에는 USB Type-C를 지원하는 스마트폰과 노트북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어 호재로 작용할 만하다.

    그러나 썬더볼트3가 발표된지 3년이 지나고 있지만 호환 장치의 수는 여전히 부족하고 컨트롤러와 케이블 등 고가의 썬더볼트 플랫폼은 대중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악조건이다.

    ■ CPU에 내장되는 컨트롤러·로열티 무료···썬더볼트3 본격 대중화 나서는 인텔

    최근 인텔은 썬더볼트3의 확산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2017년 5월 자사의 차세대 CPU에 썬더볼트3 컨트롤러를 내장하고, 2018년부터는 썬더볼트 프로토콜 규격에 대하여 로열티(사용료) 없는 라이선스 정책을 펼친다는 정책을 발표한 것.

    프로세서에 썬더볼트3 컨트롤러가 통합되면 지금까지 최상위 메인보드 라인업에서만 만나볼 수 있었던 것에 반해 전 라인업에 걸쳐 사용이 가능해져 PC 시장에서의 썬더볼트 사용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메인보드에서도 컨트롤러가 사라지는 만큼 제작 비용 절감과 전력 효율성 개선 효과도 기대볼 수 있겠다.

    더불어 무료 라이선스 정책까지 반영되면 디바이스 제조사들이 로열티를 지급할 필요가 없어 -지금보다 저렴해진- 현실적인 가격의 주변기기도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며, 그만큼 더욱 많은 호환 주변기기의 개발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와 같은 인텔의 노력으로 썬더볼트는 예상보다 빠르게 대중화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차세대 인터페이스’ 만년 꼬리표 떼나···썬더볼트3 대중화 ‘청신호’

    썬더볼트는 애플 맥(Mac) 사용자의 전유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인텔과 애플이 함께 개발한 만큼 일반 PC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전통(?)의 인터페이스이다. 다만 USB 대비 고가의 컨트롤러/플랫폼 가격으로 최상위급 메인보드에만 내장되었고 디바이스 제조사들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한 USB 규격을 선택하면서 대중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유의 빠른 전송속도와 안정성, 그리고 영상·음성 전송도 가능함은 물론 더 많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었으나 연이은 대중화의 실패로 ‘만년 차세대 인터페이스’라는 꼬리표까지 붙은 모양새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썬더볼트. 그러나 USB Type-C를 품으며 USB 하위 호환성이라는 범용성을 갖추게 됨과 동시에 무료 라이선스 정책 및 CPU 레벨에서 지원하게 되면서 다시 한번 완벽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 썬더볼트3 인터페이스를 통해 노트북과 연결된 eGPU 플랫폼 모델 ASUS XG Station Pro

    물론 차세대 CPU에 컨트롤러를 내장하고 2018년부터의 무료 라이선스 등 인텔의 장려 정책도 발표된 지 1년이 지나고 있지만, 관련 소식의 업데이트는 아직 전무하다. 그러나 곧 선보여질 9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를 통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으며, 최근 썬더볼트3 규격을 채택한 노트북, 메인보드, 주변기기의 신제품 소식이 늘고 있는 등 과거와는 다른 확실한 변화가 감지되는 바이다.

    특히, 썬더볼트3는 40Gbps라는 PCIe x4 보다 높은 대역폭을 갖추게 되면서 외장 그래픽 시스템 시장의 성장도 예고하고 있다. 노트북 시장의 주류인 초슬림 노트북의 경우 사용 시간 개선과 이동성을 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성능을 보여주지만 별도의 외장 그래픽카드 독과 썬더볼트3로 연결되면 게이밍 노트북이 될 수 있다. 이 것이 바로 외부에 GPU를 두고 필요할 때 이를 이용하는 eGPU(External GPU) 기술이다. 성능과 휴대성이라는 노트북 시장의 트레이드 오프에 대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신기술로 주목 받고있으며, 최근 eGPU 플랫폼 제품 역시 속속 선보이고 있다.

    청신호가 분명 켜지긴 했지만 인텔이 기대하는 썬더볼트의 대중화 시간은 꽤 걸릴 것이다. 그러나 USB Type-C의 수용과 관련 정책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베타뉴스 이진성 (mount@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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