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인터뷰

'게임, 노트북 구매의 필수조건!' 한국 MS 정승희 부장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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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2-02-10 13:52:26

    어릴 때 집에 처음으로 PC가 들어오던 날이 생각납니다. 굉장히 흥분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인터넷도 없었고, 지금처럼 할 것이 그다지 많이 않았음에도 마냥 좋았습니다. 그 시절의 PC는 지금처럼 세로로 세우는 형태의 타워형 데스크톱이 아닌, 본체를 가로로 눕힌 후 그 위에 모니터를 올려놓는 형태의 제품이 대부분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이 때만 하더라도 PC가 있는 가정이 그리 많지는 않았는데요. 지금은 생활에 없으면 안 되는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데스크톱과 노트북 등 여러 대의 PC를 쓰는 가정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젠 PC도 마치 세탁기나 TV처럼 가전제품이라고 불러도 될 듯합니다.

     

    이렇게 일상생활에 자주 사용하는 제품이다 보니 요즘엔 PC에 대한 관심이 참 높은데요. 첨단 기술이 적용된 다양한 부품으로 이뤄진 물건인 만큼, 앞으로 어떤 기술을 적용한 PC가 나오게 될지 기대를 많이 하게 됩니다.

     

    2012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시점, 슬슬 올해 PC 트렌드는 무엇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런 궁금증을 한번 풀어보고자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정승희 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정승희 부장은 PC 업계에 10년 이상 몸 담고 계신, 이 분야를 손바닥 꿰듯 속속들이 알고 계신 전문가랍니다.

     

    먼저 올해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작년 분위기는 어땠는지 잠깐 정리할 필요성이 있어 보이는데요. 새해가 되고 지난 한 해를 되돌아 보면 아마 ‘다사다난‘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듯, PC 시장 역시 이런저런 일이 참 많았습니다.

     

     

    “2011년은 전반적으로 힘들었던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다행히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시장 규모가 줄지 않았고 유지하는 정도로 마감되었습니다. 여기에 아이패드 및 안드로이드 태블릿 시장이 형성되었고, 윈도우를 설치한 슬레이트 PC가 선보인 한 해였습니다.”

     

    정승희 부장은 작년 PC 시장을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사실 2011년은 1년 내내 힘든 점이 많았던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1분기엔 인텔 2세대 코어 프로세서 기반 칩셋의 리콜 사태가 발생해, 성수기라 할 수 있는 2월 졸업/입학 시기와 맞물려 제조업체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2분기에도 어려움이 많았지만, 3분기엔 HP의 PC 사업 매각 이야기를 비롯해 PC 시장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시기였지요. 게다가 4분기에는 태국 홍수로 인해 생산 차질이 빚어진 HDD의 가격 상승이 큰 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와중에도 시장 규모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꽤 선전한 한 해로 여겨집니다.

     

    제품 측면에선 어땠을까요? “2011년은 세컨드 노트북인 넷북 시장이 급격하게 감소했고. AMD 프로세서를 쓴 저가 포터블 제품, 크롬(Chrome) OS 탑재 PC가 슬쩍 모습을 드러냈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는 못 했습니다. 70~100만 원대 보급형 PC의 꾸준한 판매와 더불어 도시바, 델, 삼성 등 PC 제조사가 선보인 게임 PC의 고사양화, 일체형(또는 올인원) PC 및 슬레이트 PC와 같은 새로운 폼팩터가 등장했고, 삼성 시리즈 9과 같은 명품 PC의 고급화가 눈에 띄었던 한 해였습니다.”라고 정승희 부장은 말을 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작년에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PC 제품군이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그 중 데스크탑에서 눈에 띄는 제품은 일체형 PC였습니다. 제조사는 일체형 PC를 데스크탑으로 넣기보다는 새로운 폼팩터로 분류하고 있다고 합니다. 거실 PC, 패밀리 PC로서 올해도 수요가 있을 것이며 판매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정승희 부장은 내다봤습니다. 전체 PC 시장에서 현재 올인원 PC가 차지하는 비중은 낮은데요. 작년에 첫선을 보인 만큼 올해에는 크게 시장 확대가 될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노트북에서 두드러진 약진은 게이밍 노트북입니다. 게이밍 PC는 흔히 데스크톱 PC를 떠올리게 되지만, 최고의 부품을 사용해 높은 성능을 보장하는 게이밍 노트북이 작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시리즈 7 제품을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게이밍 노트북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주목할 노트북으로는 울트라북이 있습니다. 울트라북은 애플 맥북 에어에 대항하기 위해 인텔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응원을 등에 업고 선보인 새로운 형태의 노트북입니다. 노트북이라 하면 이동성이 보장되는 PC를 뜻하는데요. 이동성이 보장된다 해도, 휴대성이 뛰어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반면 울트라북은 휴대성을 높인 제품으로, 얇고 가볍고 성능이 뛰어납니다.

     

    울트라북은 꽤 매력적인 제품인 것에 비해 아직은 반응이 미미한 편입니다. 이에 대해 정승희 부장은 지금 울트라북 초창기 모델은 메인이 아니며, 인텔 아이비브리지 프로세서가 쓰이는 3~4월 모델이 제대로 된 제품이라고 말합니다.

     

    ‟지금 모델을 통해 소비자에게 울트라북이 무엇인지 각인을 시킨 상태입니다. 본 게임은 3~4월부터입니다. 울트라북은 가격이 다소 비싼 편으로 이에 대한 저항감이 없지는 않지만, 가격이 모든 구매 요인은 아닙니다. 울트라북은 시장에서 성공할 것입니다.”

     

    특히 울트라북은 크게 데스크톱과 노트북으로 나누어지는 PC 시장에서 노트북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국내 PC 시장에는 아직도 데스크톱 PC의 수요가 많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기업 시장에서의 데스크톱 PC 수요가 많기 때문인데요. 일반 소비자쪽으로는 노트북 수요가 높습니다. 올해에는 태블릿같은 모바일 기기가 기폭제가 되어 노트북이 더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인텔이 내놓은 울트라북이 이러한 부분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이비브리지는 지금 PC에서 많이 쓰이는 인셀 2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후속 CPU가 갖는 코드명입니다. 성능이 올라가고 전력 소모를 낮춘 프로세서로 거듭나는 만큼 아이비브리지를 사용한 울트라북이 꽤 기대됩니다. 올해 노트북 시장이 ‘울트라북의 해’가 될지 한 번 주목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휴대성이 뛰어난 울트라북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마이크로소프트가 준비하고 있는 윈도우 8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도 윈도우 8이 시연되었지요. 이번 달엔 더욱 개선된 모습의 베타 버전도 나올 예정입니다.

     

    윈도우 8에 대해 아직 모르는 분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을 하고 넘어갈께요. 현재 PC와 태블릿에 쓰이는 운영체제는 전혀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하나의 운영체제로 만든, PC와 태블릿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신개념 운영체제 윈도우 8을 만들고 있습니다. 야외에서 태블릿으로 쓰다가 사무실에 들어와 책상 위 거치대에 꽂은 후 키보드와 마우스를 연결하면 일반 PC처럼 쓸 수 있는 멋진 운영체제입니다 .

     

    ‟현재 공개된 윈도우 8은 앱을 만들기 위한 최소 기능만 들어가 있습니다. 2월에는 전용 마켓 플레이스가 나오게 되며, 이와 함께 베타 버전도 선보이게 됩니다.”

     

    2월에 베타 버전이 선보이게 되면 올해 안에는 정식 버전 출시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윈도우 8이 적용된 태블릿 제품은 기존 태블릿과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받아들이기에 다소 낯설지 않나 싶기도 한데요.

     

    정승희 부장은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것으로 봐 달라고 말을 이었습니다. ‟윈도우 8은 ARM, 파트너, 제조사, 판매사 등 모두가 같이 가는 에코시스템으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과 또 다른 선택권을 주기 위함입니다. 윈도우 8이 나온다고 갑작스럽게 바뀌지는 않습니다. 소비자는 윈도우 때문에 PC를 사는 건 아닙니다. 윈도우 8은 소비자에게 있어서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2012년 PC 시장에 관해 정승희 부장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어 봤는데요. 정승희 부장은 올해 PC 시장 키워드로 ‟울트라북, 윈도우 8, 춘추전국시대” 이렇게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윈도우와 인텔의 합성어인 윈텔의 힘은 여전히 강력하며, 울트라북은 시장을 주도할 것입니다. PC는 신속하게 쓸 수 있는 태블릿에 비해 사용에 부담이 있습니다. 하지만, 울트라북에는 이런 부담을 제거할 수 있는 기능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울트라북은 PC 시장을 전반적으로 부활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하반기 윈도우 8의 가세와 함께 다양한 기기들이 나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 못지 않게 치열한 경쟁을 치를 것입니다. 20~30만 원 대부터 200만 원 이상의 제품까지 틈새시장을 노리는 다양한 제품들이 나와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2011년에는 태블릿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려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졌는데요. 올해는 더 다양한 제품들을 만날 수 있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이네요. 어떤 제품들이 우리를 반겨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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