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인텔 인사이드 vs 애플 아웃사이드


  • 김영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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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3-21 09:14:09

    요즘 재미있게 읽은 책 가운데 미래학자 정지훈 박사의 <거의 모든 IT의 역사>는 오랜만에 밤을 새워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한참 인기 있는 화두인 스마트폰, 소셜 네트워크, 오픈 아케텍쳐 등의 이른바 IT의 화두를 잘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서구적인 시각이 아닌 우리의 눈으로 IT를 바라 본 것이 아주 인상적인데 알고보니 본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의 IT 삼국지>라는 연재물을 바탕으로 수정, 보완한 것이라고 한다. 어쩐지.

     

    예전 연재물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주된 주인공은 애플의 스티브 잡스, MS의 빌 게이츠, 그리고 구글의 창업자들을 비롯한 IT의 거물들이다. 이제는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스티브잡스, 빌 게이츠, 그리고 창업자는 아니지만 오늘의 구글을 만든 전 CEO인 에릭 슈미트가 모두 동갑내기라는 것에서 시작해서 아주 재미나게 글을 이어간다. 때로는 협력을, 때로는 말 그대로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는 세계적인 IT기업의 생생한 역사와 현실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책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그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들었던 아주 작은 섭섭함이랄까? 인텔이 더 이상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앞서 설명한대로 동갑내기 IT 거물 삼인방을 주인공으로 삼아 진행한 글이고, 하드웨어보다는 트렌드에 중점은 둔 까닭이다. 게다가 인텔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 역시 읽고 난 다음의 투정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인텔의 발걸음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화려한 무대에서 조금 밀려난 느낌도 든다. 이미 대부분의 컴퓨터 광고에서 그 익숙한 <딩동댕동>의 차임벨은 MS 윈도우의 그것으로 바뀐 지 오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인텔은 결코 첫 번째로 언급되는 프로세서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현재 진행형인 샌디브릿지 칩셋(쿠거 포인트) 오류로 인한 리콜 정도는 어찌 보면 큰 흐름에서 보면 작은 시련일 것이다.

     

    그보다 근본적으로, 인텔이 수십 년 동안 이어왔던 가장 성공적인 IT 마케팅, 즉 <인텔 인사이드>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볼 기회를 얻었다.

     

    인텔은 직접 완제품을 만들지 않는 대신 핵심부품인 프로세서를 통해 컴퓨터 산업을 사실상 지배했다. 반도체는 장치산업이라는 말처럼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투자와 공장을 거느리게 됐다. 그래서 프로세서는 아무나 도전할 수 없는 제품이 되고 그만큼 높은 진입 장벽을 쌓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컴퓨터는 날이 갈수록 부가가치가 낮은 제품이 되고 있지만, 인텔이 만드는 그 핵심부품은 여전히 비교적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그렇다면 요즈음 한참 잘 나가는 애플은 어떠한가? 애플은 반대로 사실상 공장이 없는 회사다. 잘 알려진 것처럼 생산의 대부분을 아웃소싱으로 해결한다. 프로세서와 완제품을 설계해 업체에 부품 생산을 주문해서 이를 또 다른 조립 공장으로 보내 최종 완성품을 생산한다.

     

    물론 노트북 같은 제품에서는 이런 생산 방식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애플은 그 규모와 제품의 대상이 확실히 예전의 그것과는 구분된다. 심지어 하드웨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픈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기업 생태계를 만들고 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 경쟁력을 만들고 있다. 예를 들면 아이튠스가 없는 아이팟이나 웹 스토어가 없는 아이폰은 결코 생명력을 갖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애플 아웃사이드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책을 덮고 다시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IT 기업들은 과연 인텔 인사이드일까, 아니면 애플 아웃사이드일까 하는 고민이 머릿속에서 끊이질 않았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베타뉴스 김영로 (bear@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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