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민트닷컴을 통해 본 정보의 데이터화, 이면에 드리워진 문제점


  • 소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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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1-02-18 16:38:38

     

    갈수록 늘어만 가는 신용카드, 다양해진 결제 수단. 세상은 더욱 편리해졌다고 말한다. ‘스마트’ 하다고 해서 스마트 폰도 장만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직도 가계부를 손으로 쓴다.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최근 미국에서 뜬 미래형 자산관리 서비스가 있다. 바로 민트닷컴(Mint.com)이다. 민트닷컴은 한 마디로 개인용 자산관리 시스템이다.

     

    가입 시 내 신용카드, 은행계좌를 각 금융기관의 보안 수단을 이용해 민트닷컴과 연결하면 정리된 금융거래 내용을 조회 및 관리할 수 있다. 해외결제 시 흔히 쓰는 페이팔 또한 민트닷컴과 연결할 수 있으며 현재 미국 내 대다수의 금융거래 관련 기관이 민트닷컴에 연결되어 있다.

     

    <mint.com과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금융기관들>

     

    민트닷컴의 서비스 상용화 당시 많은 사람들이 금융기관과 민트닷컴의 서비스를 연결하는 보안 수단과 과정에 대하여 큰 믿음을 갖지 않았다. 민트닷컴 대표는 “사용자가 입력하고 조회하는 모든 금융기관/금융내역의 정보가 민트닷컴에 저장되지 않기 때문에(다시 말하면 기존의 은행의 보안 수단을 이용하므로)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민트닷컴의 안전한 결제 방법의 개념은, 사용자의 중요한 금융내역을 실시간으로 사용자가 승인한 해당 금융기관에서 불러와 정리해 주는 것이다. 민트닷컴을 금융회사의 자사 보안 시스템과 연결고리를 통해 이어줌으로써 자체 보안 시스템을 갖지 않고도, 각 금융기관의 개안 정보(아이디, 암호)를 취하지 않으면서 금융기관에 저장된 개인 금융정보를 안전하게 연결하도록 했다.

     

    이러한 개인의 금융 거래정보는 민트닷컴과 데이터 자동 업데이트를 승인한 곳에서만 기록/저장된다. 따라서 민트닷컴이 직접 취하는 데이터는 없고, 사용자는 민트닷컴이라는 통합 플랫폼을 이용하여 이를 승인한 금융기관의 거래를 총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위와 같이 사용자의 금융거래 회사와 민트닷컴의 연결을 마치고 나면 계좌, 신용카드의 모든 거래 내역이 민트닷컴을 통해 분석되기 시작한다. 아래는 글쓴이가 미국에서 귀국하기 전 여행 당시 계좌 내역이다. 민트닷컴 계정에 연결된 뱅크 오브 아메리카 계좌, 신용카드 사용내역이 정리되어 나온 모습이다.

     

    <지출 항목에 대한 mint.com의 분류/분석>

     

    주목해야 할 점은 지출내역이 카테고리 별로 자동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또한 해당 카테고리 사용자의 월별 사용 평균과 미국 전체 사용자의 평균 비교(화면 오른쪽 그래프)를 통해 사용자 본인의 지출 패턴을 스스로 체크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위의 경우 한 달 어플리케이션/음악 구입으로 아이튠즈에 미화 18.84 달러를 쓴다는 정보를 알려준다.

     

    이런 분류의 기능은 아래 그림처럼 자세한 예산(Budget) 기능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가계부 정리의 큰 이유는 사용자의 지출내역 뿐 아니라, 돈의 흐름을 확인해 불필요한 지출을 막고 이를 통해 월 순수익을 남기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민트닷컴은 이러한 가계부 작성의 동기와 목적을 충실히 이행해 주는 최고의 도구다. 은행으로부터 받은 거래내역을 분석해 교통비/ 주유비/ 식료품 / 쇼핑/ 식비 등으로 나눠 얼마를 지출했는지 표시해 줌은 물론 내가 이들 분야에 대해 얼마를 쓸 것인지 미리 계획을 세우고 분석된 결과를 비교하는 것 또한 대신해 준다.

     

    <Budgets 항목을 통한 지출 관리 예제>

     

    민트닷컴은 이처럼 컴퓨터의 인공지능을 통해 내 상거래 성향을 분석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소비를 해야 하는지 충고까지 해 준다. 또한 보다 심도 있는 사용자의 소비 목표 설정을 통한 분야별 절약 항목까지도 알려준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은행은 물론 다양한 금융 기관과 연동을 통해 주식, 세금, 리스 등 사용자의 자산 전반에 관한 흐름을 한 눈에 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이외에도 신용카드 대금 납입기일 관리, 채무금 상환일, 금리변경, 계획된 금액 이상 지출 시 등 경고기능을 자체 내장(혹은 사용자 임의로 설정 가능)해 깜빡 잊어 금전적 손해를 보는 일을 막아주기도 한다.

     

    <좌측: 한 주의 금융내역을 메일로 정리해 통보 / 우측 : 은행 잔고가 낮다는 경고 메시지>

     

    민트닷컴은 웹을 기본으로 위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며, iOS(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모두 쓸 수 있다. 주된 자산관리는 웹을 통해야 하지만 계좌 거래상황, 신용카드 거래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여러 은행, 다양한 신용카드를 쓰는 사용자의 지출 관리에 굉장한 편리성을 제공한다.

     

    민트닷컴은 손쉽게 사용자의 지출 내역과 지출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어, 손으로 장부를 작성하는 데 투자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그렇지만 이 서비스를 통해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을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지능적으로 사용자의 금융(및 다양한 생활 내용) 패턴을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분석하게 됨으로 인해

     

    첫째, 인간이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서 하나하나 돌아보며 되짚어 보는 기회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스스로 가계부를 작성하고 영수증을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옷에 쓴 영수증만 이만큼이네. 도대체 얼마나 쓴 거지?”, “어라? 또 있어?”하면서 금액을 계산하는 동안 경악을 금치 못하며 눈물을 머금고 다시금 다짐을 하게 되는 과정이 없어지고, “이번 달엔 옷에 이만큼 썼으니 다음에는 좀 덜 쓰지” 하는 식으로 한 번 보고 넘어가는 1차원적인 삶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mint.com의 아이폰 어플리케이션 구동 모습>

     

    둘째, 결과적으로 우리의 생활 내역이 데이터화 된다는 것이다. 신용카드가 현금보다 쓰기 편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또한, 정부로서도 소비자들에게 신용카드를 사용하게 만들면 돈의 흐름을 쉽게 알 수 있어 보다 능동적인 세금 부가가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는 컴퓨터라는 기기의 화면에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떠오르게 되어 타인에 의해 습득될 가능성 뿐 아니라 소비와 관련된 나의 일거수 일투족이 국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벌거벗겨진 느낌을 개인에게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

     

    민트닷컴은 사용자의 개인 금융정보가 빠져 나가지 않는다고 하지만, 사용자는 보다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세금, 투자, 채무 등 많은 정보들을 민트닷컴이라는 하나의 플랫폼 위에 조합하게 될 것이며, 이는 사용자의 지출과 수입의 일괄 전산화를 뜻함은 물론이다. 금융 흐름의 투명성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모든 개인이 자신의 모든 금융내역/개인정보가 데이터화 되는 것을 반기지는 않으리라 생각된다.

     

    개인이란 존재와 개념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작아져만 가고 있다. 편리한 기술의 범람과 그 테두리에 걸쳐서 위태롭기만 한 개인. 이러한 문제 때문에 개인정보의 '보안' 이라는 커다란 문제가 대두될 것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셋째, 미래의 자동차를 예를 들어보자. 자동차가 더욱 첨단화 되어, 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차 스스로가 이용자를 목적지까지 이동시켜 줄 것이다. 현재 폭스바겐/구글은 이와 관련해 상당한 진척을 보였다.

     

    그러나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는 자동차 프로그램의 오류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우리는 준비되어 있을까? 이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의 모든 금융내역이 데이터화되어 분석되는데 편리함의 이면에 감추어진 위험성에 대해 우리는 도덕적, 사회적, 법적으로 준비가 되어있는지 또한 의문이다.

     

    단순한 정보에 대한 보안의 문제부터 사용자의 생활 전반의 컴퓨터 전산화 라는 것까지, 작은 오류에서부터 커다란 오류로 인하여 처하게 될 우리 인생의 위험은, 그 누가 책임지게 될까?

     

    민트닷컴이라는, 범람해 오는 정보화 시대의 산물을 그저 당연한 듯이 이용하고 있는 우리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항상 빠르고 멋지고 효율적인 것만이 최고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 보고, 뒤돌아 봐야 하지 않나 하는 회의감에서 조심스럽게 위와 같은 결론을 지어본다.

     

    이러한 기술이 발전하고 상용화 되더라도 우리가 개발자와 사용자의 입장에서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더 많은 소통의 기회를 가지고 더 나은 방향으로, 정보가 인간을 지배하지 않을, 무서운 사회가 도래하지 않을, 방향으로 유도해 간다면 틀림없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베타뉴스 소준의 (juneuis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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