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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날개 꺾인 ‘닌텐도 신화’, 이유가 있다!


  • 이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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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09-08-11 09:34:53

    닌텐도는 ‘닌텐도DS’와 ‘Wii’를 연이어 히트시키면서 전 세계 게임기 열풍을 일으켰다. 일본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닌텐도는 3연 연속 최고 매출을 경신했다.

     

    닌텐도에 관련된 서적들이 봇물 같이 쏟아졌고, 삼성 같은 대기업들도 ‘닌텐도 배우기’가 유행 했다. 하지만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닌텐도 신화’에 조금씩 금이 가고 있다. 닌텐도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423억엔으로 1년 전에 비해 60% 이상 급감했다.

     

    ‘Wii’ 판매량이 절반으로 떨어졌고, 닌텐도DS의 판매도 줄었다. 대통령까지 부러워했던 닌텐도가 하루 아침에 이런 부진의 늪에 허덕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킬러타이틀의 부재다. 닌텐도는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처럼 게임기판매를 견인할 킬러타이틀이 부족하다. 닌텐도 이와타 사토루 사장은 “작년에 비해 올해는 특별한 히트작이 없어 수익이 감소했다”며 밝혔다.

     

    게임기 판매에만 주력하다보니 질 낮은 게임들이 출시되면서 게이머들을 실망시켰다. 실제로 올해 ‘Wii'판매량은 일본에서 ‘바이오하자드5’, ‘스트리트파이터4’ 등 대작타이틀을 출시한 플레이스테이션3 보다 판매량이 떨어졌다.
     
    게임기에 비해 소프트웨어 판매가 부진하다. 불법복제 영향도 있지만 자사 게임만 치중하는 닌텐도의 정책이 문제로 지적된다. ‘두뇌트레이닝’, ‘닌텐독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등 잘 팔린 게임들은 대부분 닌텐도가 만든 게임이다.

     

    다른 개발사에서 발매한 닌텐도용 게임은 80% 이상이 국내에서 만장도 팔리지 못했다. 때문에 게임업체는 닌텐도 게임 발매를 기피하고 있다. 캡콤코리아 등 비디오게임 개발사는 닌텐도용 게임을 국내에 판매하지 않는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닌텐도용 게임은 만들기도 힘들뿐더러 지원도 부실하다”며 “게임기만 잘 팔렸다고 소프트웨어까지 잘 팔리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닌텐도 ‘위’를 구입한 이용자들은 할 게임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불법복제에 대한 닌텐도의 이중적인 태도도 문제다. 닌텐도는 불법복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닌텐도가 미국 무역대표부에 전달한 보고서에 ‘한국은 불법복제가 심한 나라’로 지목해 반발을 샀다.

     

    그러나 실제로 닌텐도는 불법복제에 대해 적극적이 않는 걸로 보인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닌텐도DS는 R4를 통해 불법복제가 일어난다. 아르포는 일반 메모리카드에 수백 개의 닌텐도게임을 저장할 수 있도록 개조한 불법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닌텐도게임은 불법복제 방지 프로그램이 없다.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은 게임시디에 이중삼중의 락을 걸어놓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불법복제의 범람은 고스란히 게임 개발사들의 부담으로 남았다.

     

    경쟁자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닌텐도DS의 터치스크린은 게임의 패러다임을 바꿀만한 혁신적인 조작방식이다. 그러나 애플의 아이팟 터치 등 고성능 터치폰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닌텐도의 전매특허인 터치스크린 게임을 휴대폰으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용자들은 전화와 인터넷은 물론 저렴한 가격에 게임까지 즐길 수 있는 휴대폰에 비해 닌텐도DS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터치스크린이란 ‘블루오션’이 ‘레드오션’으로 바뀌었다.

     

    닌텐도는 작년 말 카메라 기능이 추가된 디에스아이를 출시했지만 휴대폰의 카메라 기능을 따라가지 못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애플은 손쉽게 게임을 구매할 수 있는 ‘앱스토어’를 내놓으며 휴대용 게임시장에서 닌텐도를 위협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정상의 닌텐도는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의 외면으로 소니에게 시장을 내어준 적이 있다. 당시 스퀘어, 코나미, 캡콤 등 유명 개발사들이 플레이스테이션을 택하면서, 10년간 게임업계 정상은 소니가 차지했다. 우여곡절 끝에 명예회복한 닌텐도가 과거 실수를 되풀이 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베타뉴스 이덕규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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