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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낮 음주운전’ 서초구의회, 술값 내역 비공개..업무추진비 공개 행안부 규칙 '나몰라라’


  • 유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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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2-08-27 01:53:57

    ▲ ©베타뉴스

    [베타뉴스=유주영 기자]  최근 9대 임기가 시작된 지 채 한달도 안 된 소속 의원의 ‘대낮 음주운전’ 적발로 도마 위에 오른 서초구의회가 이번엔 사건 당일 업무추진비 내역을 비공개해 논란에 휩싸였다. (기사 '대낮 음주운전' 野 서초구의원, 술자리에 서초구청 공무원 동석 '의혹'..與도 은폐 '동조'? 참조)

    서초구의회는 지난 25일 <베타뉴스>와의 통화에서 “(대낮 음주운전으로 공분을 일으킨 A의원이 참석한) 점심 음주회식 당일 업무추진비 관련 법인카드 지출 내역은 없었다”며 이날 지불한 식사비 관련 주민 세비로 집행된 회식비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전달했다.

    구의회 사무국 관계자가 언급한 이날(지난 7월 21일)은 서초구의회 각 상임위원회가 열린 날로, 오전 회의 후 구의회 직원들이 배석한 가운데 행정복지위원회 및 재정건설위원회 소속 위원들의 점심 식사 자리가 있던 날이다. 공식 의정활동이 있는 날 업무추진비를 집행하지 않는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역시 의회 홈페이지에도 사건 당일 업무추진비 관련 내역은 나와있지 않았다.

    이후 서초구의회 관계자는 7월 21일 당일 식사 비용은 업무추진비가 아닌 의회운영공통경비에서 지출됐다고 뒤늦게 전했다. 또한 의정팀이 관할하는 의회비 중 업무추진비는 의회 홈페이지를 통해 주민들에게 공개하고 있지만, '의회운영공통경비'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업무추진비 지출 내역은 공개가 되지만 의회운영공통경비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통경비 비공개 근거와 차이점은 설명하지 못했다.

    또한 서초구의회의 상위기관인 서울시의회 업무추진비 공개 관련 <베타뉴스>의 취재 결과, 서울시의회는 업무추진비는 익월, 의회운영공통경비는 분기마다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25일 서울시의회 및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광역 및 기초 지자단체의 회계 업무 기준 근거가 되는 행안부의 지방행정법 60조에 근거한 <지자체 업무추진비 공개 규칙>에는 각 지차체가 업무추진비 공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같은날 행안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의 업무추진비의 범위 안에 의회운영공통경비가 포함돼 있다며, 업무추진비는 공개하고 의회운영공통경비는 비공개한다는 것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업무추진비 공개는 권고사항이라 법적인 제재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 서초구의회 전경 ©베타뉴스

    서울시 타 지자체 구의회 담당자는 의정운영공통경비는 지방의회 또는 위원회 명의의 공적인 의정활동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공통적인 경비이고, (의회운영)업무추진비는 지방의회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의 의정활동 및 직무수행을 위한 제 경비라고 전했다.

    예를 들어 의원들이 의정활동 후 식사자리를 갖는 경우 의회운영공통경비로 처리하고, 구의회 의장 및 부의장 등 의장단에게 지급되는 법인카드는 업무추진비에서 나간다는 것.

    또다른 서울시 자치구의회 재정 담당자는 “(본 의회의 경우) 구의회 의장의 경우 월 350만원, 부의장의 경우 250만원 정도의 법인카드 한도가 책정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도 업무추진비와 달리 의회운영공통경비를 비공개로 하는 근거 관련 행안부의 규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으며 구의회 조례에 따라 이와 같이 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자체 자치구의회가 업무추진비 안의 항목인 의회운영공통경비 항목을 따로 만들고, 이를 비공개한다는 것은 행안부 규칙에 어긋난다는 결론의 근거가 된다.

    <베타뉴스>가 서초구의회 의정팀 담당자에게 의회운영공통경비 비공개 근거 관련한 답변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와 휴대폰 문자로 연락을 취했으나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았으며, 문자를 통한 답변도 오지 않았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행안부가 각 의회가 업무추진비 공개를 위해 노력할 것을 권하고 있지만, 강제조항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면서 업무추진비 안의 항목에 해당하는 의회운영공통경비가 공개되지 않는 것은 행안부 규칙에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A의원은 서초구의회 운영위원장을 사퇴하며 임시회에서 의원들 앞에서 사과했고, 구의회 윤리위원회 회부는 무산됐다.

    A의원에 대해 엄격한 징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는 한 서초구민은 “역시 현행범인 의원에 대한 징계를 하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기는 것은 (구의회 의원들끼리)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분개했다.

    이어 “임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된 무투표 당선 구의원이 근무시간에 음주를 한 것으로도 모자라 경찰에 의해 음주운전이 적발되자 도주했다는 사실은 서초구민으로서 충격적”이며 “(이번 사태가 그냥 넘어간데에) 당연히 중징계 및 의원직 사퇴를 예상했던 서초구민과 지역구 주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A의원은 지난 8일 서울시당 윤리위로부터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당 관계자는 “A의원에 대한 징계는 이미 나왔지만, 어떤 내용의 징계인지는 개인에게만 전달되기 때문에 밝히기 곤란하다”고 전했다. 민주당 징계는 또한 상당수가 예상했던 제명이나 당원권 정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은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징계 내용 관련 <베타뉴스>는 A의원에게 수 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또다른 서초구민은 “이번 일(대낮 음주운전 적발 사건)은 서초구의 명예를 실추시킴과 동시에 구민 세비로 운영되는 서초구의회에 대해 불신만 불러오고 있다”며 “투명하게 의회운영비용이 공개돼야 안 그래도 무용론이 나오는 지방의원의 존재 이유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베타뉴스 유주영 기자 (boa@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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