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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기한 도입, 진정한 소비자시대 열까... '안전기준' 신뢰성 확보돼야


  • 박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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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1-08-03 19:15:33

    ▲커피 등 제품에 유통기한이 찍혀 있다.  ©(사진=박영신 기자)

    [베타뉴스=박영신 기자] 오는 2023년부터 식품에 적힌 '유통기한'이 소비자가 실제로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을 나타낸 '소비기한'으로 변경된다.

    이는 지난 달 2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개정안이 통과된 데 따른 것이다.

    소비자단체들은 소비기한 도입에 대해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유제품 등에 대한 법 적용이 8년 동안 유예된 데 대해서는 “너무 길다”는 반응을 내놨다.

    소비기한, 신뢰성 확보가 중요

    우리나라는 지난 1985년 유통기한 표시제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유통기한 중심의 일자 표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유통기한이 제품의 제조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에 불과하고, 기한이 경과한 일정기간 동안 섭취가 가능함에도 소비자가 이를 폐기 시점으로 인식하는 등 섭취 여부에 대한 자의적 판단에 혼란이 있어 왔다.

    또한 유통기한이 최초 도입된 당시에 비해 식품 제조기술 발달, 냉장유통 체계 등 환경이 개선되었음에도 유통기한 표시제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국내 기술력 발전이 지체되고, 국제적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및 선진국에서는 유통기한은 소비자가 식품의 폐기 시점 등으로 오인할 수 있어 식품 섭취가 가능한 기한인 소비기한 표시제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 비해 식량자급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선진국에서도 식량 폐기 감소 등을 목적으로 소비기한 표시제를 운영하고 있고, 우리나라와 유사한 식량자급률이 낮은 일본에서도 소비기한 표시제를 도입하고 있다.

    개정안 원안 발의자인 강병원 의원은 “소비자 혼란을 방지하고, 식품의 안전을 담보하면서 식품 폐기물 감소가 가능하도록 소비자 중심의 소비기한 표시제로 개선해 식품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유통업 위주의 표기정책에서 소비자의 편익을 고려한 정책으로 변화를 시도하는 점은 환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앞으로 소비기한이 도입되면 소비자는 소비기한을 보고 식품을 섭취하게 된다”며 “식품업계는 소비자들의 안전을 지키는 안전기준을 만든다는 사명감을 갖고 소비기한 시행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비자단체들, “유제품 등 유예기간 너무 길다

    한편 소비기한 도입은 국민의 인식 전환 문제와 법 개정에 따른 업계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2023년부터 시행하기로 하고, 우유 등 유통과정에서 변질이 쉬운 품목에 대해서는 시행 이후 8년의 유예 기한을 두기로 했다.

    특히 유제품 등에 대해 유예기간을 두기로 한 조항은 원안인 강병원 의원안에는 없었지만 상임위 병합심사 과정에서 낙농유업계 등의 주장을 수용해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낙농유업계는 “우유는 유통기한을 대부분 10일~15일 정도 두는데 유통과정에서 잠깐이라도 냉장이 유지되지 않으면 쉽게 변질된다”며 “만약 소비기한을 도입해 기한을 늘렸다가 제품이 변질되면 그 책임을 고스란히 업계에서 떠안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이에 변질되기 쉬운 유제품의 소비기한 도입은 소비기한제가 어느 정도 정착된 후 시행되는 게 적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 업계는 “안 그래도 우유 소비가 줄고 있는데 소비기한이 도입되면 더 감소할 수 밖에 없다”며 “현재도 우유 자급율이 45% 수준인데 소비기한제 도입으로 우유 판매기한이 길어져 살균유의 수입이 늘어나게 될 것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들은 “유예기간이 너무 길다”고 지적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우유의 소비기한을 충족할 수 있는 냉장 기술의 확보 등을 위해선 유예기한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8년의 기한은 너무 길고 법 취지를 살리는 것과도 거리가 멀다. 유예기간을 단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타뉴스 박영신 기자 (blue0735@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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