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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환치기' 우려에 시중은행, 해외송금 한도 축소 나서


  • 조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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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1-05-11 17:56:21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관련 환치기(불법 외환거래)가 급증하자 은행권이 속속 해외송금 한도 축소에 나서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외국인 또는 비거주자가 비대면 창구로 해외로 보낼 수 있는 송금액에 '월간 1만 달러'(약 1천114만원) 제한을 신설했다.

    농협은행은 비대면 해외송금을 기존에 건당 1만 달러, 연간 5만 달러로 제한해 왔다. 여기에 월에 보낼 수 있는 제한이 새로 생겼다.

    대면 해외송금 제한은 기존 건당 5만 달러, 연간 5만 달러로 유지된다. 송금 금액이 한도를 넘으면 정당한 소득 또는 보수를 송금한다는 것을 증빙할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농협은행은 공문을 통해 송금 제한 조치를 신설한 데 대해 "외국인 및 비거주자의 가상화폐 구입 등 의심스러운 해외송금 방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달 말 외국인·비거주자가 비대면채널(인터넷뱅킹·쏠앱 등)을 통해 증빙서류 없이 해외로 보낼 수 있는 송금액을 한달 최대 1만달러로 제한했다.

    월간 누적 송금액이 1만달러를 넘을 경우 본점(외환업무지원부) 또는 영업점에 소득증빙 등 서류를 제출하고 본인 돈인지 여부를 확인받아야만 송금이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공문을 통해 "외국환거래 규정 위반, 자금세탁, 유사수신, 다단계 사기, 보이스피싱 편취자금 해외 반출 등 고객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달 우리은행도 비대면으로 중국에 송금할 수 있는 '은련퀵송금 다이렉트 해외송금' 서비스에 월 1만 달러 한도를 신설했다. 기존에는 연간 한도 5만 달러 이내면 매일 5천달러씩 송금하는 게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월 1만 달러까지만 송금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은련퀵송금은 '실시간 송금' 서비스로 수취인은 중국인 개인만 가능하고 수취통화도 중국 위안화(CNY)이며, 기존에는 은행 영업점과 동일하게 한도가 건당 5천 달러, 일 1만 달러, 연 5만 달러였다.

    우리은행은 창구에서 송금하는 경우 증빙서류 등을 요청해 의심스러운 해외 송금을 막을 수 있지만, 비대면의 경우 한계가 있어 이같은 한도 조건을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는 "창구에서는 직원이 의심스러운 거래를 확인하고 있고, 비대면은 '은련퀵송금'만 막아도 대부분의 가상화폐 관련 의심거래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반 송금까지 막으면 선의의 피해를 보는 고객이 속출할 걸로 예상돼 일단 '은련퀵송금'에 대해서만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관련 환치기(불법 외환거래)가 급증하자 은행권이 속속 해외송금 한도 축소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7일 서울 빗썸 강남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하나은행의 경우는 비대면 해외 송금이 가능한 '하나EZ'의 월 한도가 이미 1일 1만 달러로 책정돼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해외송금 이용 시 주의사항 안내'라는 게시글을 띄우고 "최근 외국환거래법상 신고 의무 혹은 자금세탁 의심 등을 회피하기 위한 거래로 우려되는 해외송금이 발견되고 있다"며 고객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송금 제한 속속 나서는 이유는 최근 급증한 '코인 환치기'를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보다 싼값에 해외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사기 위해 돈을 보내는 행위, 그렇게 들여온 비트코인을 국내 거래소에서 팔아 차액을 남긴 뒤 해외로 빼내는 행위 등을 최대한 걸러내보겠다는 뜻이다.

    현재 가상화폐 관련 법이나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금융당국은 가이드라인(지침)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시중은행 외환 담당 부서장급과 비대면 회의를 갖고 은행권에 "현행 자금세탁방지 관련 제도 내에서 내부통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은행권 자체적으로도 불법 해외송금을 막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적극 개진해달라"고 요청했다.  


    베타뉴스 조은주 (eunjoo@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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