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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쪽방촌 토지소유주들 “고혈 빨아먹으며 타워팰리스? 우린 서울역 일용직 몸 누일 곳 만든 장본인”


  • 유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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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1-02-25 19:55:28

     

    ▲ 동자동 쪽방촌 ©후암특계1구역준비추진위원회

    [베타뉴스=유주영 기자]  서울역 쪽방은 하숙집을 그 본류로 하고 있다. 오래 전부터 지방에서 기차를 타고 올라와 서울에서의 새 삶을 꿈꿨던 사람들이, 역에서 내리자 마자 제일 처음 얻게 되는 저렴한 보금자리다. 한 끼 식사 가격에 하룻밤 몸 누일 비용을 해결하고, 일용직부터 시작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거쳐가던 하숙집인 것이다. 서울역 쪽방들은 지금도 하룻밤에 8000원에서 만원 정도의 숙박료를 받고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을 받아준다. 서울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수십년간 재개발로 묶여 낙후된 동자동은 예전 그 형태 그대로 유지되어 왔고, 이 업소들 대부분은 하숙집의 특성상 별도의 허가 없이 운영되어 왔다. 숙박업소로는 허가가 안 나오기 도 하고, 사회의 가장 약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사각지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23일에 모인 서울역 일대 쪽방 운영자들은 총 13명. 이들이 운영하는 쪽방은 총 290여 개다. 13명 중 65세 이상이 9명이며 이 중엔 85세 이상도 2명 있다. 그리고 나머지 4명은 모두 어머니나 언니가 돌아가시면서 하던 일을 물려받았다. 가족들이 운영하던 세월까지 합치면 전원 최소 20년 이상, 많게는 40년 이상 운영해온 사람들이며, 그 건물에서 세입자들과 같은 형태의 방에서 사는 사람이 12명이다. 전체 13명 중 자기 건물에서 운영하는 사람은 3명이다.

    “쪽방 운영하는 사람들이 어려운 사람들 고혈 빨아먹으면서 강남 타워팰리스에 산다는 어떤 기사를 보고 기가 막혔어요. 우리 중에 강남 사는 사람 한 명이라도 있나? 우리는 수십년간 서울역에 모여드는 어려운 사람들 뒤치다꺼리 해가며 힘들게 살았어요. 하루도 쉰 날이 없이 고단하게 살았답니다.”

    1937년생 H씨가 말했다. H씨와 같이 자기 건물이 아닌 장소에서 운영하는 사람들은 월세나 전세로 건물이나 빌라 등을 임대하고 그 공간을 작은 방으로 쪼개 사람들에게 제공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이들이 건물이나 빌라 등을 임대하며 내는 비용은 인근의 상가나 주택 임대료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D아파트에도 두개 호실은 쪽방으로 운영되고 있다. H씨의 경우 25평의 공간에 10개의 쪽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임대료로 보증금 없이 월 120여만원을낸다. H씨의 쪽방 건물은 역에서 가깝고 평지라 다른 쪽방에 비해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쪽방들 평균보다 비싼 편이다. 이 10개의 쪽방 중 1개는 본인이 살고 9개를 운영하는데, 하루 만원, 월 27만원정도의 방세를 받는다. 이 비용에는 도시가스, 전기, 수도세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H씨가 하루종일 하는 일은 빨래와 청소 등의 관리이다.

    “등쳐먹고 외상하고… 돈 떼어 먹고 가는 사람도 너무 많아요. 신발로 때리고 술 마시고 토하고 여기저기 똥오줌까지… 행패 부리는 사람들을 상대하며 세월이 다 갔어요. 아들이 둘인데 엄마가 이런 일 하는 게 창피하다고 친구들에게 속이기도 했지요. 다른 재주가 없으니 하고 있지만 다시 태어나면 이런 삶은 안 살고 싶어요. 생각해봐요. 요즘같이 경기 안 좋을 때엔 빈방도 많은데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 내면 뭐가 남겠어요. 월 100만원도 안 남을 때도 많지.”

    최근 몇 년 간 LH에서는 쪽방촌 거주민들에게 국가 재원으로 8950만원의 보증금을 대출해주고 수리된 빌라 등에 입주하는 정책을 폈다. 그래도 돈을 버는 상당수의 거주민들은 그쪽으로 이사를 한 상태인데, 이에 쪽방 운영자들의 살림은 더 팍팍해졌다.

    ▲ ©후암특계1구역준비추진위원회

    쪽방 운영자들에 따르면 이 일대 쪽방은 월 24만원~30만원의 임대료를 받으며, 손님의 60% 정도는 일용직 노동자, 40%정도는 기초수급자라고 한다. 기초수급자들은 어딘가에 주소지를 등록해야 기초수급비가 나오기 때문에 쪽방에 전입신고를 하게 되는데, 지역 특성상 주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전입신고가 가능했던데다 이들이 나가면서 퇴거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때문에 실제 방 개수가 10개면 2-30명이 전입신고가 되어 있는 경우도 많고, 20년 전에 죽은 사람이 명부에 올라와 있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한 기초수급자가 아닌 일용직 근로자들은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점까지 고려해볼 때, 쪽방에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방 개수로 확인하는 것이 좀 더 확실하다. 그런데 이 방들도 최근엔 20% 이상 공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계산을 하는 것이 맞다고. 그래서 쪽방 관리인들은 정부에서 발표한 1200명이라는 숫자가 말이 안 되는 숫자라고 주장했다.

    “우리가 작년 이맘 때쯤 대략적으로 계산해봤을 때에 500명 내외였던 걸로 알고 있는데 도대체 1200명이라는 숫자는 어디서 나온 거냐”는 반응이다. 실제 전입신고 된 내역을 파악하려면 집이나 건물의 소유주가 직접 해당 동사무소에서 전입세대 열람을 떼고, 실거주가 아닌 사람들을 말소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는 지역 통장들이 일일이 확인까지 해야 해서 통상 1~2달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운영자들에 따르면 서울역 쪽방에 1년 이상 머무는 사람들의 비율은 약 70% 정도로 추산되며, 나머지는 3개월 이하 간격으로 거처를 옮기며 사는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들은 왜 이 곳을 떠나지 못하는 걸까.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자원봉사를 해온 한 관계자는 “처음에 지방에서 올라와 자리를 잡고 일을 하며 살려고 했던 사람들 중에 이 쪽방촌에 들어와 몇 달 살다 보면 이 곳의 분위기에 젖어 기초수급자가 되는 경우도 다수라 안타깝다"라고 전했다.

    그는 "요즘 시골에 가면 빈 집도 많은데 그 분들이 왜 안 내려가겠는가? 처음에는 건전하게 일하고 번 돈으로 방 값 내고 밥 사먹고 이랬던 사람들이 식사며 의료며 공짜로 제공되는 다양한 것들에 익숙해지면서 일을 하지 않고 술과 도박에도 금세 빠지게 된다. 진단서를 너무 쉽게 떼어주고 그 진단서에 따라 정교한 확인 없이 기초수급자로 정해지는 것도 큰 문제라 본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분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다. 웬만한 식사는 맛 없다고 드시지 않는 경우도 있어 버리는 음식도 많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쪽방 지원센터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또다른 운영자는 “서울역에 있는 노숙자들을 무작위로 데려와 쪽방에 넣으면 두당 인센티브가 있다고 하더라. 그러니 정착하지도 않을 사람을 마구잡이로 데려와서 등록시키는데 그 사람이 1달도 못 살고 나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국민 세금으로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지금 쪽방촌 세입자들은 축제 분위기인데, 이주비를 받으면 술 사 먹고 또 다른 동네 쪽방촌으로 가겠다고 말 하는 사람들도 많다. 과연 이 중에서 몇 명이 공공주택에 입주할 수 있을 것이며 거기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서울시의 지원을 돕는 서울역 쪽방촌 사랑방 관계자들이 쪽방촌 세입자들에게 공공주택 개발사업에 동의하면 이주비가 1000만원씩 나온다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서명을 받은 정황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고 전했다. 

    정부에서 발표한 서울역 쪽방촌, 즉 동자동 공공주택 개발 사업은 토지 소유주들의 의견은 전혀 수렴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발표해 많은 논란을 빚고 있다. 또한 법에 정한 기밀 사항이라고 하여 토지 소유주들에게는 발표 전까지 알리지 않았으면서 서울시 산하의 쪽방촌 관계자들에게는 수개월 전부터 이 사업 내용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하며 계획을 수립했다.

    그런데 이 지역은 전체의 약 30%만이 쪽방촌이고 나머지는 평범한 전·월세 임차인들이나 소유주가 실거주 하는 주택, 상가, 종교시설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렇게 쪽방촌 거주민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오직 쪽방촌 사람들 만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사업 강행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또한 도심 한 복판에 강제수용 방식을 통해 이런 사업을 하는 것은 전세계 유례가 없는 일이라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는 것.

    이에 토지 소유주들은 물론, 쪽방촌 세입자 외의 전월세 세입자들, 상가 임차인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쪽방촌 세입자들의 거주권만을 위해 나머지 더 많은 다수의 사람들은 희생돼도 되는 것인지 반문하며 그들을 위한 대책은 아무것도 마련이 된 것이 없고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더구나 서울시 산하의 기관에서 계산한 쪽방 인구의 숫자가 실효성이 있는지, 그리고 그들을 위한 제대로 된 대책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지역에서 40년 넘게 쪽방을 운영한 K씨는 “서울시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집을 마련해준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수십년간 뼈가 빠지도록 일했지만 우리같이 등록되지 않은 사람들은 빈 손으로 생업을 다 잃게 된다. 생계를 위해 열심히 살아온 세월을 악덕업자라는 단어가 대신하게 되니 허탈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나를 강제로 끌어내면 여기에 마지막 순간까지 그냥 뼈를 묻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후암특계1역준비추진위원회 측은 "영등포 쪽방촌은 부지가 작고 땅 값이 너무 비싼데다 쪽방이 해결이 안 돼서 기존의 재개발 형태로는 진행이 불가능했던 곳이 맞다. 국가에서 개발하거나 사기업 하나가 주도해서 진행해야 하는 지역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 사기업이 토지 3분의 2를 사서 진행하려고 했었다가 쪽방 거주민 문제로 지지부진 하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전체 공업지인데다 소유자 수도 매우 적고 땅 자체도 1만제곱미터에 불과하며(동자동은 4만 7천 제곱미터) 40% 가량은 국공유지로 매우 작은 규모였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

    이어 "이 지역은 주거지가 아니라 상업지라 일부 상가 세입자들을 제외하면 쪽방촌 세입자 외에는 별도의 전월세 세입자가 없어 동자동에 비해 훨씬 단순한 구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등포는 아직도 보상이 협의중이며 구체적인 안이 확정되어 발표난 것이 없다. 게다가 상가 세입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는 데에 따른 지원으로 4개월 치의 영업이익을 보전하고 추후 이 지역이 다 완성되었을 때 돌아올 수 있는 권리 등을 제공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작 영등포 쪽방촌 추진위와 LH간의 협의 내용에 이들을 위한 배려는 포함되어 있지 않아 개별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장사하는 사람들은 권리금 없이 들어오는 경우가 드물고 그 금액이 큰데 그런 부분에 대한 보전이 전혀 없고, 나중에 들어올 권리를 준다고 하는데 상권이 바뀌면 장사도 바뀌어야 하는데 너무 탁상 행정이 아니냐”며, 한 상가 세입자는 울분을 터뜨렸다.

    오정자 후암특계1구역준비추진위원회 위원장은 "쪽방촌 세입자들을 위한 복지와 주거를 공공의 이익으로 보고 국가의 재원으로 이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이 일대 소유주들 역시 민간 재개발로 진행을 할 때, 쪽방촌 세입자들의 주거 및 복지를 염두에 두고 계획을 잡아왔다. 그러나 더 현실적이고 시야 넓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단순히 복지와 주거를 제공하는 것에 넘어서서 그들을 어떻게 재교육하고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만들지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여주기 식 성급한 개발의 그늘 하에 희생되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정말 '선의의 피해자'가 돼야 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말했던 “사람이 먼저다”는 정말 실천되고 있는 것인지 반문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타뉴스 유주영 기자 (boa@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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