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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대신 증권사 허용?...토스·카카오 등 핀테크社, 종합증권사 설립 가능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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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6-25 21:16:14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혁신성장 지원을 위한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금융위원회 제공

    11년 만에 신규 종합증권사 허가

    정부가 신규 종합증권회사 설립을 11년 만에 허용하는 등 증권업 진입 문턱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등의 증권업 신규 진입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존 증권사 업무영역 확대에 걸림돌이 됐던 인가·등록 관련 규제는 대폭 완화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업계 관계자들과 ‘혁신성장 지원을 위한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발표했다.

    최 위원장의 발표에 따르면 금융위는 신규 증권사들에도 종합증권사를 허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신규 증권사는 전문화·특화 증권사 형태로만 진입을 허용했으며, 기존 증권사는 1그룹 1사만 허용해왔다.

    금융위의 이번 결정으로 사업계획 타당성 심사를 전제로 신규 증권사에도 종합증권업 진출이 허용된다. 그룹 내 증권사나 운용사의 신설, 분사, 인수 등도 자유로워질 전망이다.

    종합증권사는 증권과 장내외 파생 등 금융투자 상품에 대해 33개 투자 매매 및 중개 업무를 취급할 수 있다.

    금융위는 또한 기존 증권사가 인가가 아니라 등록 만으로 업무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최초 진입 시에만 인가제를 적용하고, 업무 추가 시 등록제로 전환한다.

    기존에는 업무 단위를 기능별로 세분화해 인가와 등록을 통해 신규 진입하고, 인가 등의 절차를 거쳐 업무 단위를 추가해야 했다.

    금융위는 또 대주주 적격성 심사 기준도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정부가 증권업 진입 문턱을 크게 낮추면서 핀테크 기업의 증권업 신규 진입이 가속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증권업 진입을 시도 중인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25일 내놓은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 방안은 ‘진입규제 완화’와 ‘칸막이 규제 해소’를 두 축으로 삼고 있다. 10년 만에 종합증권사 설립을 허용해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으로 대표되는 신산업과 금융업 간 ‘이종교배’를 유도하는 한편 기존 업자에 대해선 업무 확대에 걸림돌(칸막이)로 지적된 인가·등록 등 각종 규제를 크게 완화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복안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경쟁 촉진을 명분으로 글로벌 수준 투자은행(IB) 육성으로 대표되는 ‘대형화’ 기조를 포기하고 ‘일자리 창출’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 전반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중소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경영난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009년 말 62개에 달했던 국내 증권사 수는 작년 말 기준 57개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증권사 임직원 수는 4만1326명에서 3만6377명으로 약 12% 줄었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결과가 2009년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증권업 신규 진출 분야를 전문화·특화 증권사로 한정하고 종합증권사 설립을 허용하지 않은 결과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김정각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2015년 사모운용사 설립 요건을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하자 운용업계 일자리가 작년 말 8000명 수준까지 늘어났다”며 “증권업계에서도 지나치게 높은 문턱과 촘촘한 칸막이 등을 제거하면 일자리 창출 등 혁신성장에 기여할 부분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정부는 자본시장법을 제정하면서 미국 골드만삭스 등과 견줄 수 있는 ‘초대형 IB’ 육성을 목표로 했다. 60여 개가 넘게 난립했던 증권사 수를 줄이기 위한 인수합병(M&A) 활성화가 선결과제였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지난 10년간 종합증권사 신규 진입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증권사 대형화를 유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날 발표를 기점으로 정부의 금융투자업 정책 기조가 180도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룹당 증권사 한 곳만 두도록 한 ‘1그룹·1증권사’ 정책을 폐기한 것도 파격적이라는 평가다.

    정부가 신규 종합증권사 진입을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당장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의 증권업 진출이 탄력을 받게 됐다. 카카오페이는 온라인 증권사인 바로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다. 토스는 지난달 투자중개업을 업무 범위로 삼은 증권사 설립 예비인가를 금융당국에 신청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정부 발표로 토스가 종합증권사 설립으로 선회할 여건이 조성된 셈”이라고 말했다.

    계열 증권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도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우리금융은 증권업 진출을 위해 계열사인 우리종금을 증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신규 종합증권사 설립이 허용됨에 따라 우리종금을 구태여 증권사로 전환하지 않고도 증권업 진출이 가능해졌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2017년 11월 초대형 투자은행(IB) 선정과 동시에 발행어음 사업자 인가를 추진했으나 그해 12월 공정위의 미래에셋그룹 일감 몰아주기 의혹 조사 진행을 이유로 인가심사가 무기한 보류된 상태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 연내 개정될 경우 이르면 내년 상반기 단기금융업 인가 심사가 재개될 수 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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