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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화웨이 5G 장비 보안 위험 완화 가능 결론…미국 궁지에 몰려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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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2-18 10:34:24

    © 연합뉴스

    英 정부 “화웨이 리스크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결론

    영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제품의 보안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논의에 정통한 2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는 5G 네트워크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하더라도 위험을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결정은 5G 장비 도입시 화웨이 제품을 배제하라고 동맹국들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노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전망했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경우 중국 정부의 간첩 활동에 노출될 수 있다며 각국을 설득하고 있지만 영국과 독일을 포함한 몇몇 나라들은 이를 주저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영국은 미국과 중요 정보를 공유하는 '파이브 아이즈'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영국 정부의 이번 결정은 유럽 지도자들에게도 무거운 짐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안보 위험을 완화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다른 나라들은 통신사업자들이 이 예방책을 채택해 중국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고 대중과 미국을 설득하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영국과 미국의 마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파이브 아이스에 속해 있는 호주와 뉴질랜드는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1일 동유럽을 순방하며 "만약 화웨이 장비가 미국의 중요한 시스템이 있는 곳에 배치돼 있을 경우 미국은 그런 나라와 협력 관계를 맺기 어렵다”고 화웨이 배제를 압박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도 지난 1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안보 콘퍼런스’에서 “화웨이는 중국 정부와 데이터를 공유하기 때문에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면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의 이같은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됐었다.

    전 영국 정부통신본부(GCHQ)의 수장이었던 로버트 해닝언이 지난 13일 FT에 한 기고에서 화웨이의 장비를 배제하는 것은 5G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한 무식의 소치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는 2014년~1017년까지 이 기관의 수장을 맡았다. GCHQ는 신호 정보를 담당하는 영국의 정보기관이다. 영국 정부와 군대의 정보 보증을 담당하는 보안 기관의 역할도 수행한다.

    그는 기고에서 화웨이의 장비를 배제하는 것은 비효율적일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정보기관이 사이버 스파이 활동을 할 때는 화웨이 같은 회사의 협조도 필요 없다고 밝혔다. 그는 더 나아가 국적을 이유로 화웨이를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방에서 중국 기술을 쓰는 것에 대해 히스테리컬한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영국 정보기관은 중국이 화웨이를 통해 사이버 스파이 활동을 한 증거를 잡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받고 있기 때문에 사이버 스파이 활동을 할 것이라는 막연한 의구심으로 화웨이를 공격하고 있지만 이 또한 순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의 논리대로라면 중국 기업은 모두 중국 공산당의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세계는 중국계 기업과 비즈니스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서방은 중국을 '왕따' 시키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중국이 새로운 기술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그에 대한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화웨이 장비가 영국에서 계속 사용된다면 다른 국가들에서도 자연스럽게 미온적 대응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NCSC의 권고가 단순히 기술적인 조언에 불과한 만큼 최종 결론은 영국 정부에 달렸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현재 통신 기간시설을 점검하고 있으며 조사 결과는 곧 발표될 예정이다.

    NCSC 대변인은 "우리는 화웨이의 기술과 사이버 보안을 독자적으로 조사해 파악했다"며 "지난 7월 분명히 밝혔듯이 NCSC는 화웨이의 기술과 보안 역량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2010년 화웨이가 영국 통신망에 핵심 부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대신 안보 문제를 계속 점검하도록 했다.

    NCSC는 당시 화웨이가 설치한 화웨이사이버안보진단센터(HCSEC)에 대한 감독권을 2014년 넘겨받아 매년 안보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있다.

    작년 7월에 제출한 4차 연례 보고서에서 NCSC는 화웨이 제품이 영국 통신망에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적시했다.

    화웨이 5G 장비의 확산을 막으려는 미국 정부의 압박은 점차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웨이 장비의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는 행정명령 서명을 검토하고 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 16일 뮌헨안보회의에서 통신업체가 정부와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중국의 법률 때문에 화웨이가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도 최근 헝가리를 방문해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국가는 미국과 협력관계가 까다로워질 수 있다고 경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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