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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암보험금 금감원 앞에선 "주겠다" 뒤론 "추가청구 안한다 각서 안 쓰면 못줘"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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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1-16 11:00:24

    ▲삼성화재 본사 사옥 © 삼성화재 제공

    삼성화재는 암보험 가입자가 분쟁신청한 금융감독원 담당자 앞에서는 보험금 준다 해놓고, 한 달이 넘도록 안 주다 "추가로 보험금 청구를 안 하겠다고 합의해야 이번 보험금을 준다"고 보험가입자에게 기만행위를 자행해 전체 보험업계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16일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수상한 암보험금' 기획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8일 인천 한 종합병원에서 만난 갑상선암 환자 A(52)씨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A씨는 앞서 지난 14일 인공심장박동기를 가슴에 넣는 수술을 받았다. 갑상선암 치료를 받으면서 나빠진 심장이 갑자기 멈출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수술을 받게 된 것.

    A씨는 그 전 달 삼성화재가 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긴 문서 한 장을 받았다. 금감원에서 보낸 것이었다. 앞서 6월에 삼성화재가 암보험금을 주지 않는다며 국민신문고에 억울함을 호소한 지 5개월 만이었다.

    A씨는 "금감원이 지급권고를 내린 것도 아니고, 서류검토를 다시 하라고 한 것도 아니다"라며 "보험회사가 분쟁조정을 하면서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삼성화재가 보험금은 입금하지 않고 나에게 매일 협박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회사가 금감원 앞에서는 '처리하겠다' 해놓고, 뒤로는 나에게 전화해서 '이번에 보험금 받으면 이후에는 절대 보험금 청구하지 말라, 이걸로 끝내라'고 목줄을 꽉 조여왔다"고 호소했다.

    보험금을 받지 못한 소비자가 국민신문고 등에 민원을 넣으면 금감원은 분쟁조정을 거쳐 문제를 해결한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약속하면 분쟁은 마무리되고, 보험사가 조정에 응하지 않으면 분쟁조정위원회(아래 분조위)로 넘어간다. 이어 분조위가 보험금 지급이 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지급권고나 재검토 등 처분을 내리게 된다.

    A씨의 경우 민원이 분조위에 오르기도 전에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수용한 것인데, 현재까지 지급을 미루며 이후에는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심장 나빠져 2년 버티기 힘들어... 삼성화재는 보험금 청구 말라 협박"

    억울한 마음에 A씨는 삼성화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금감원에 알렸다. 하지만 금감원 쪽 반응은 차가웠다. A씨는 "분쟁조정 담당자가 '이번 보험금을 받더라도 다음 보험금까지 보험사가 모두 준다고 말할 순 없다'고 했다"며 "다음 건은 재검토해야 하니 그때 다시 민원을 청구하라 했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금감원 담당자의 목소리가 상당히 고압적이었다"며 "그 때문에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치료를 받으면서 치료비가 계속 나올 텐데, 똑같은 치료를 받고 또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의 답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황당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A씨의 말이다.

    "제 몸은 더 악화되고 있거든요. 심장이식수술을 신청해 놓은 상태고, 의사는 제가 2년을 버티기 힘들다고 했어요. 보험 보장기간이 80세까지지만, 어차피 그때까지 못 받아요. 그랬더니 삼성화재는 그럼 보험금을 청구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이번에 받은 심장박동기 수술비도 청구해야 하는데... 진짜 어이가 없었어요."

    A씨는 지난 2003년 '무배당 삼성 애니케어간병보험'에 가입한 뒤 2011년 갑상선암 진단을 받고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이곳에서 치료를 받던 A씨는 이후 종합병원인 길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으며 몸 상태가 악화될 때마다 응급실을 찾았고, 그때마다 의사의 권유로 3~5일씩 입원하기도 했다. 갑상선암 치료를 받으며 칼슘수치가 정상인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심장 상태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칼슘 수치가 떨어져 손이 닭발처럼 마비되고, 다리도 저리고, 숨도 못 쉬고 심장이 조여 왔다"며 "서울대병원에 있을 때는 폐에 물이 차 걸어다니질 못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집에서 가까운) 길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삼성화재 자회사 손해사정사가 나와 보험금 못 준다고 해"

    삼성화재가 보험금을 주지 않은 것은 2018년 들어서부터였다. A씨는 "이전에는 삼성화재에 서류만 보내면 보험금이 나왔는데, 1월부터는 받지 못했다"며 "당시 찾아온 손해사정사는 내가 받는 치료가 암에 대한 직접치료가 아니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의 자회사인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쪽 손해사정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A씨는 현재에도 종합병원 의사가 써준 진단서에 갑상선암이 표시돼 있고, 다른 보험사에서는 암보험금이 나오고 있는데 삼성화재만 보험금을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진단서에는 똑같이 암 질병코드가 적혀 있다"며 "한화생명에서는 암 치료비가 지금까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암치료가 길어지니 한화생명에서도 손해사정사가 나왔는데, 상태를 보고는 '이건 (본사가) 조사해도 무조건 나올 거다, 걱정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암치료를 받으면서 병원에 의존하게 될까 두려워 다른 보험을 해지하기도 했다. 그는 "다른 손해보험도 가입해 둔 게 있어 꾸준히 암보험금을 받았다"며 "돈이 들어오면 욕심이 생겨 입원도 더 하고 싶고, 약에 취하는 게 싫어 3~4년 전에 해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약관 어디에도 암에 대한 직접치료가 무엇인지 적혀 있지 않았다"며 "보험사는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정도만 직접치료로 본다는데 약관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씨는 "갑상선암 치료를 받기 전에는 정말 건강했다"며 "건강검진을 받아도 항상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암치료를 받으면서 칼슘수치가 떨어졌고 심장이 나빠졌는데, 이전까지는 보험금을 잘 주다가 갑자기 안 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삼성화재 "암 직접치료 아니어서 지급 대상 아니었다"

    보험사 쪽은 A씨가 암에 대한 직접치료를 받은 것이 아니어서 이전부터 암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앞으로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암에 따른 합병증 때문에 치료를 받는 것이어서 지급 대상이 아니었는데 이전에는 담당자의 실수로 보험금이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원래는 안 주는 것이 맞는데 우리 쪽 실수도 있었으니 이번까지는 보험금을 지급하고, 다음에는 지급이 어려우니 각서를 받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암 치료 후 발생한 합병증에 대해서도 소비자가 생명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치료를 받은 경우 암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분쟁조정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지난 2010년 금감원 분조위는 자궁경부암 수술 이후 괴사 근막염이 진행돼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 보험사가 암보험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관계자는 "금감원 분쟁조정결정은 법적 효력이 없다"면서도 A씨의 경우 지난 9월 분쟁조정결정서를 참고해 지급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결정서에는 암치료 이후 소화불량 등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암보험금을 청구하더라도 보험사가 이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 후 보험금 지급방법은 보험사가 판단할 일"

    이처럼 삼성화재가 보험금 지급을 미루며 A씨가 추가로 보험금 청구를 하지 않는 것에 합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훈식 금감원 분쟁조정1국 제3보험팀장은 "(분쟁조정 이후) 보험금 지급 방법은 보험사가 판단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해 금감원이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분쟁조정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면 금감원은 이를 따로 판단하지 않는다"며 "소비자에게 불리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조정 과정에서 보험회사가 보험금 지급을 수용할 경우 회사가 소비자에게 암보험금을 주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해선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따져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오마이뉴스> 취재 이후 지난해 12월 31일 삼성화재는 A씨에게 결국 보험금 원금을 지급했다. 그 동안 회사가 요구했던 각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지만 보험금이 지급된 것. 하지만 A씨는 1년 가까이 받지 못한 보험금에 대한 지연이자와 최근 청구한 보험금은 받지 못해 민원을 다시 제기했다.

    A씨는 "(암치료 후유증으로) 심장박동기를 다는 수술을 받고 이달 초에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삼성화재가 이제는 보험금을 주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번 청구한 보험금의 이자는 왜 주지 않느냐 물었더니 '원만한 해결을 위해 원금을 지급한 것이며 이자를 줄 필요는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취재 이후 보험금 원금만 지급..."암 직접치료 아니어서 이후엔 못 준다"

    이에 대해 삼성화재 관계자는 "분쟁이 발생하면 보험금을 주기로 합의한 이후부터 이자를 매기게 된다"며 "이 건은 (회사 쪽) 결정 후 바로 지급이 돼 이자를 주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후 청구건 역시 암에 대한 직접치료가 아니어서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보험금을 주지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최근 보험금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A씨는 보험사가 많은 소비자들에게 보험료를 받고, 몸이 아픈 소비자에게 보험금을 돌려주는 본연의 역할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의 말이다.

    "삼성화재에 남편도 가입해서 매달 30만 원씩 내고 있거든요. 그런데 남편은 30년 넘게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어요. 삼성화재는 제 것만 보고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나 봐요. 보험은 원래 그런 게 아니잖아요. 아픈 사람한테 돈 돌려주는 거잖아요. 암환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줬으면 합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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