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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부산시장선거 유력 후보들 '이전투구'···시민들 "새우 등 터져"


  • 정하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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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5-21 16:00:25

    "고소·고발戰... 4년 전과 판박이"
    "시민들, 두 후보 모두 "신뢰 안가"
    "서병수 후보, '후보 친척 부동산 투기' 의혹"
    "오거돈 후보, '가짜뉴스' 대응 일고 가치 없어"

    ▲ 부산의 관광명소 자갈치 시장 입구. 오이소보이소사이소란 글귀가 눈길을 끈다. © (베타뉴스 DB) 

     [부산 베타뉴스=정하균 기자] "그 밥에 그 나물 아인교, 4년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데 부산시장 누가 돼 본들 우짤낀데..."

    21일 부산 중구 자갈치 시장. 이곳에서 25년간 꼼장어 집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씨(73·여)는 최근 부산시장선거에 나선 유력후보들 간 진흙탕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마 치아뿌라...말로만 떠드는 정치인들 이제는 신물이난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순간 당황한 기자의 얼굴을 빤히쳐다 보며 정씨는 "더이상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게 하지 마라"고 고함쳤다.

    4년 전 부산지방선거에서 맞붙었던 올드보이들의 '리턴 매치'에 쏠린 세간의 관심은 이제 온데간데 없는 듯 보였다.

    자갈치에서 2대째 횟집을 운영하는 최모씨(58)는 "지난 부산시장선거는 그야말로 서로를 디스하며 벌어진 한 편의 막장 드라마였다. 그렇게 서로를 고소하며 헐뜻던 두 사람이 (4년전) 결국 화해하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 봤을 땐, 두 사람을 대인배로 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최씨는 "이번 선거에서 또다시 일어난 고소·고발에 더 이상 두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두 후보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부산시장선거가 초반부터 혼탁 양상에 빠지고 상대방 후보에 대해 흠집내기를 하는 이유는 뭘까. 부산의 한 퇴역 정치인은 베타뉴스와의 통화에서 "이기기 위한 절박함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전략"이라고 귀띔했다.

    "전장에 나간 장수가 패배하면 그 장수를 따른 장졸들은 다 죽은 목숨 아니겠는가."

    이 정치인은 "(이기는 선거를 하기 위해서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상대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것"이라면서 "서로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구태정치와 네거티브는 사라져야 한다. 이제는 부산시민들을 위해서라도 그만해 주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부산역에서 만난 정경진씨(73·서구 서대신동)는 "두 사람이 경남고 선후배 사이인 것으로 알고 있다. 뒤에선 학연, 지연 따지면서 어떻게 낯두껍게 서로를 공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두살 먹은 애기들도 아니고, 더이상 서로를 향한 공격을 멈추고 민생을 살릴 방안에 몰두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10년째 부산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는 김준성씨(41·부구 화명동)는 "국민들이 현 정치인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며 "이번 부산시장 선거에선 아무도 뽑지 않을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

    이어 "4년 전 갖가지 양상으로 불거진 양 측의 네거티브 전략이 이번 선거에서 어떤 아이템으로 변색돼 유권자들을 현혹시킬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시민들의 간절한 당부에도 두 후보 간 싸움은 4년 전보다 더한 이전투구(泥田鬪狗·'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으로, 자기 이익을 위해 볼썽사납게 싸우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 양상으로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지난 4월17일 서병수 부산시장(왼쪽)과 오거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동구 YWCA에서 열린 부산시장후보 지방분권실천 시민 협약식에서 인사 후 각자 자리로 향하고 있는 모습. © (사진제공=연합뉴스)

    지난 20일 서병수 후보 캠프 측이 언론에 긴급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오 후보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배경에는 오 씨 가족기업인 대한제강 일가의 재산 증식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 캠프는 "오 후보 일가는 신공항 건설을 주장하는 가덕도와 인접한 녹산공단에 대한제강 부지 2만3000평을 비롯해 가덕도와 연결되는 경남 김해 진영·진례에 12만평, 대한제강 대표 명의로 가덕도에 땅 450평 등을 소유하고 있다"며 "이들 땅은 가덕도 신공항과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오거돈 캠프 측은 이 같은 주장에 전형적인 '가짜 뉴스'라며 즉각 반박했다.

    오 캠프 측은 "이미 지난 세 번의 선거를 통해 검증된 내용"이라며 "오 후보 흠집내기용 가짜뉴스를 생산해 유통되기를 바라는 서병수 캠프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면서 의혹을 일축했다.

    이어 "4년 전 선거에서도 서 후보 측은 오 후보가 세월호 추도기간 중 골프장을 출입했다는 터무니없는 내용을 주장해 고발한 적이 있다"며 "당시엔 서 후보가 사과해 고소·고발을 취하했지만 이번에는 엄중한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서 후보 측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당연한 문제 제기를 '아니면 말고'식 마구잡이 의혹"이라며 "법적, 정치적 책임"을 운운하는 오 후보 측은 서병수 선대위의 어제 기자회견 내용 중 무엇이 '가짜 뉴스'라는 것인지 즉시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바른미래당 이성권 후보는 두 후보를 향해 "서로를 공격할 시간에 부산의 현안과 시민들의 애로사항을 귀 귀울여 듣고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등 말만 화려하고 알맹이 없이 희망 고문에 그칠 가능성이 큰 공약을 접길 바란다"며 "더이상 부산시민들만 괴롭히는 못된 브로멘스들은 당장 대결정치를 멈춰달라"고 강력 요구했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은 왜 보고 있나?", 이 말은 타개한 성철 스님의 유명한 법어 중 하나로 '남과 얼마만큼 잘 소통 하는지, 남이 한 말을 얼마만큼 잘 알아들었는지를 생각하라'는 법어다.


    베타뉴스 정하균 기자 (a1776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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