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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해방촌 주민 “집이 무너져야 해결하겠느냐”..국토부-대림산업, GTX 발파 피해 대책 '모르쇠'


  • 유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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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21-01-30 15:51:50

    [베타뉴스=유주영 기자]  

    "우르릉 쾅!"

    천둥이 지나가는 듯한 소리가 마을을 울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지난 26일 오후 4시, 용산구 용산로2가동. 이곳은 일명 '해방촌'이라고 불리는 용산의 오래된 마을이다.

    겨울비 내리는 차가운 거리에서 주민 30여명이 우산을 받쳐들고 웅성웅성거리고 있다.

    "이렇게 아침 저녁으로 발파 작업 소리가 들리면 깜짝깜짝 놀란다니까요, 집도 흔들리는 것 같고... 방에 있던 어린 애들도 놀라고. 이런 지가 벌써 해를 넘겼어요"

    주민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다름 아닌 'GTX A' 5공구 공사 관련 민원 때문이었다. 용산구 동자동을 통과해 서울역까지 다다르는 GTX-A 공사 관련 용산을 지역구로 하는 권영세 의원실에서 주민들의 고충을 듣기 위해 나온다는 말을 듣고, 주민들은 추위와 비를 무릅쓰고 길거리에 나선 것.

    ▲ 26일 오후 용산2가동에서 주민들이 GTA A 발파 관련 민원을 토로하기 위해 거리에 모여있다.©베타뉴스

    "리모델링을 마친 집인데도 두어달 전부터 안방 천장에서 물이 새고,전선이 갈라진 집외벽 사이를 파고 들어와 그 전선따라 집안으로 물기가 새고 있어요." 주민 A씨의 말이다. 그는 벌써 최근에 이런 균열 때문에 집 리모델링을 하고서도 자비를 들여 수리 공사를 2번이나 했다고 했다. 그는 큰 냄비로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내고 있는 동영상을 직접 찍어 보여줬다.

    공사는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됐고, 이 집 미닫이 문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여름이라고 했다.

    "이 동네 집들이 오래됐다지만 저희 집은 리모델링을 해 새 집이나 다름없어요. 그런데 GTX A 지하암반 발파 작업이 시작된 후 창문이 2장이나 깨지고 벽이 갈라지기까지 했어요. 그런데 시공사 측은 '벽이 원래 갈라져 있었다'라고 하니 기가 막힐 노릇이에요. 게다가 저희는 세를 주고 있는 임대사업자인데 임차인이 나간다고 할까봐 걱정이예요. 이렇게 직접적인 피해를 봤는데 어디서 보상 받아야 하나요?"

    또다른 주민 B씨는 주택에 금이 가 임대사업자에게 가는 피해 뿐 아니라 부동산 가격까지 하락하는 등 손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동주민센터와 구청에 말해봤자 소용이 없어요. 관할이 아니라는 거죠. GTX가 직접적으로 지나가는 지역은 보상이라도 받지만, 우리 동네처럼 그 동네와 멀리 떨어져 땅 밑으로 발파 작업을 하면서 지나가는 지역은 책임지는 사람도 없어요."

    욕실 타일 사이가 벌어져 틈이 보인다는 집도 있었다. 그는 공사현장에 전화를 해도 소용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발파 지역에서 제법 떨어진 곳 건물 지하에 산다는 주민 C씨는 "발파 소리가 들릴 때마다 문이 덜덜덜 떨려 살펴보니 외벽에 금이 가 있었다"고 말했다. 2층 옥상에서부터 진동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 주민은 시행사 측에서 공사 영향을 줄 수 있는 집에 설치하는 계측기와도 무관했다. 발파 지점과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40년 이상 된 노후 주택이 많은 이 지역 특성상 암반 폭파 작업은 주민들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 동탄-파주간 GtX가 지나가는 용산2가동 지도에 공사현장이 점선으로 표시돼 있다.©네이버지도 캡처

    ▲ 용산2가동 한 주택 외벽에 전선이 뚫고 지나가는 모습 ©주민 제보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GTX A공사는 국토교통부가 주관하고 있으며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고 있다. 발파작업은 하루 세 번, 오전 8시, 오후 2시, 오후 4시반~5시에 경고음을 울린 후 이뤄진다.

    주민들은 지난 해 공사가 시작됐고. 두달 전부터 근처 주택들이 비슷하게 벽에 금이 가고, 물이 새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이날 주민들을 찾은 공사현장 관계자는 "각 가정에 계측기를 설치해 공사 후 기울기 등 달라진 정도에 따라 피해를 측정하고 있다"며 "아직 계측기에 나타난 수치 변화가 없기 때문에 공사로 인한 피해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건물 220여 채에 계측기를 설치하고 공사 전, 중간 후 세 번 계측기를 측정하는데, 아직 게이지 변화가 있는 주택은 없다고 한다. 이날도 한 주택 앞에서 측정을 했지만 별다른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그는 계측기 측정은 수시로 주민들이 요청할 때마다 하고 있다고 전했다.

    30일 한 주민은 "그날(권영세 의원실에서 다녀간 26일) 이후 며칠간 폭파 소리가 비교적 조용하게 들린다. 그러나 이것도 한때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오늘(30일) 아침부터 주민 대표가 탄원서에 서명을 받고 있다. 늦게 나마 주민들이 뜻을 함께 하게 돼 다행"이라고 전했다.

    대림산업 측은 "하루에 3m씩 전진하는 계획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정해진 만큼의 화약을 지급해 공사하고 남으면 그날 반납한다"고 전했다. 발파 공사로 인한 직접적인 주민 피해는 확인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계측기가 멀쩡하면 무엇하냐, 집이 흔들거리고 있는데..."라며 "내 집에 무너져야 이 문제를 해결하겠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또다른 대림산업 관계자는 "이 공사의 감독청은 국토교통부이고, 대림산업은 법적으로 공사허가를 득해 소음, 진동을 기준치로 유지하고 있다. 피해가 가지 않는 한도 내에서 회차를 나눠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계측기를 공사로 영향을 받을 집에 설치해 균열, 기울기 등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계측기는 대림산업 측이 직접 의뢰한 업체에서 제작한 계측기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임의조작'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어 "주민들의 문제제기를 단순히 공사로 인한 피해 호소로만 볼 수 없다"라며 "해방촌 일대는 노후 주택이 많아, 재개발 수요가 있다. 후암동 주민협의체와도 5~6차례 면담을 했지만 주민들은 저희(대림산업) 측을 통해 국토부에 이 지역 재개발에 대한 필요성을 전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권영세 의원실 관계자는 "용산기지 반환이 늦어지면서 지질조사가 불가해 당초 용산공원 밑을 지나려던 GTX가 이 지역을 통과하게 된 것"이라며 "이미 착공된 국책사업인 GTX A의 노선을 바꿀 수는 없지만 주민의 입장에서 최대한 소음, 진동 등의 민원을 청취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해방촌 주민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라고 말했다.


    베타뉴스 유주영 기자 (boa@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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