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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해악 기업에는 대규모 투자...기초생활수급자는 배제


  • 곽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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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10-10 10:32:45

    [베타뉴스=곽정일 기자] 국민연금공단이 일본 전범 기업이나 사회적 해악을 끼친 기업에는 약 8조 6,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정작 지원이 필요한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지원을 배제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정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10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국민연금이 사회적 해악 기업들이나 일본 전범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 국민연금, 가습기 살균제·일본 전범 기업 등에 투자비중 증대

    장 의원은 "국민연금이 가습기 살균제 기업, 일본 전범 기업 등 환경, 사회, 지배구조 요소들을 무시하는 투자를 하고 있다"며 "특히 가습기 살균제 사건 실체가 드러난 지난 2016년 이후에도 국민연금은 관련 기업 투자비중을 더 늘렸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2016년 가습기 살균제 주범기업으로 비판의 중점에 섰던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에 대해 같은 해 1,546억원의 주식을 투자했고, 이듬해인 2017년에는 1,831억원을 투자해 18.4% 투자 비중을 늘렸다.

    옥시는 영아와 유아, 청소년 포함 143여명이 사망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일으킨 제조사 중 하나로, 당시 신현우 옥시 대표이사는 검찰 포토라인에서 서서 사과한 뒤 자신의 변호사에게 "내 연기 어땠어요?"라고 말해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후 신 이사는 "'내 얘기 어땠어요?'라고 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민연금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책임이 있는 SK케미칼에도 2016년 1,751억원의 주식을 투자했고, 이듬해인 2017년에는 2,352억원을 투자해 37.1% 투자 비중을 늘렸다.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 원료를 만들어 납품했는데 이를 속이기 위해 가습기 살균제 TF를 만들어 국회 청문회나 검찰은 물론이고 법원까지 속였던 것으로 검찰수사 결과 드러났다.

    또 국민연금은 네덜란드, 노르웨이의 투자배제기업 리스트에 올라있는 전범 기업에도 2018년 기준 75개 항목에 1조2300억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 의원은 "국민연금이 제대로 된 책임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주관적 판단이 많이 들어간 제도보다 사회적 해악 기업에 대한 투자배제리스트 제도화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 돈없는 사람에게 빌려준다는 국민연금 '실버론', 기초수급생활자는 제외

    그러나 국민연금은 정작 지원이 필요한 기초수급생활자에게는 제대로 된 지원을 하지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인용해 국민연금이 운영하는 `실버론`이 정작 필요한 기초수급생활자는 배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버론'이란 60세 이상의 노년층에게 최대 1,000만원까지 긴급자금을 저금리로 빌려주는 제도다. 최근 5년간 실버론을 통해 생활자금을 지원받은 국민연금 수급자는 모두 3만3,295명으로 총 1,687억원 가량이 지원됐고, 올해 역시 지난 6월 기준 5,638명이 약 339억원을 지원받을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 보건복지부도 지난 7월 기금 운용위원회를 열어 210억원을 추가 증액을 결정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돈 없는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돈을 빌려준다던 실버론은 진짜 돈 없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실버론 이용 대상에서 기초생활수급자를 제외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 의원에 따르면 현재 국민연금을 받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총 9만6,957명인데 이 안에는 지난 330개월 동안 7,000여만원을 국민연금으로 납부해 월 130만원의 국민연금을 받아 ‘실버론’ 기준 최대 1000만원까지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이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이유로 ‘실버론’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게 정 의원의 설명이다. 

    국민연금 측은 기초생활수급자를 실버론 대상에서 제외하는 이유에 대해 월 대부 원리금 상환으로 인해 생활이 더 곤란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하는 주거급여, 의료급여, 장제급여가 실버론 대부 용도와 중복된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현재 실버론을 받아간 수급자들의 99.2%가 이미 본인이 받아야 할 연금액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긴급생활자금을 지원받고 있어 매월 대부 원리금 상환으로 인해 생활이 더 곤란해질 수 있는 것은 기초생활수급자 뿐 아니라 대부자 모두에게나 해당되는데, 기초생활수급자에게만 이를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원되는 주거급여, 의료급여, 장제급여가 실버론 대부용도와 중복되기는 하지만, 장제급여가 75만원 밖에 안되고 의료현실에서 의료급여가 적용 안 되는 비급여 사항이 많은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기초생활급여가 충분하지 않은 이런 상황에서 기초생활수급자도 긴급한 생활자금이 필요할 가능성은 상당히 큰데, 실버론은 이런 기초생활수급자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 의원은 "국민연금 실버론의 과도한 제한으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생활이 어렵다고 인정되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9만여명은 본인이 낸 돈조차 도 빌리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있다"며 "돈 없는 국민연금 수급자에게 돈을 빌려준다던 실버론이 정말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타뉴스 곽정일 기자 (devine777@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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