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리얼 3D에 대한 도전, 엔비디아 지포스 3D 비전


  • 최용석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09-02-12 22:22:18

    끝없는 3D에 대한 갈망

    예나 지금이나 미래세계나 우주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을 보면 흔히 나오는 장면 중 하나가 바로 3차원(3D) 홀로그램 영상 투영 장치다. 비록 조작된 화면이라지만 고도로 기술이 발달된 환경에선 3D 영상이 일상화되어 있을 것이라는 암묵적인 규칙(?)과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기술로는 그러한 완벽한 3D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2D 모니터 속의 가상공간에서는 더할 나위없는 3D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까지는 됐지만 그것을 ‘모니터 밖으로 꺼내는’ 기술은 아직 걸음마 단계기 때문이다.

     

    이 시대 누구보다 빠르고 강력한 3D그래픽 환경의 구현에 앞장서고 있는 엔비디아는 최근 ‘모니터 밖의 3D환경’ 구현에도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 여러 가지 시도 중에 최근 결실을 본 것 중 하나가 바로 지금 소개하는 ‘지포스 3D 비전 킷(Geforce 3D Vision kit)’이다.

     

     

     

     

     

    3D 입체 영상 구현을 위한 도전, 지포스 3D 비전 킷

    ‘리얼한 3D 입체화면’을 구성하는 방법에는 현재 여러 가지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그 흐름을 크게 2가지로 나누면 디스플레이 자체에서 입체 화상으로 피사체를 보여주는 방법과, 2장의 위상차가 약간 다른 이미지를 한 눈에 하나씩 비춤으로써 시청자가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스테레오스코픽(Stereoscopic)’ 방식이다.

     

    엔비디아 지포스 3D 비전 킷은 보다 구현이 간편한 후자의 방법을 채택했다. 다만 전용의 하드웨어와 전용의 프로그램, 소수의 한정된 소스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지포스 그래픽 기반의 시스템과 이와 호환되는 여러 3D 콘텐츠(주로 게임)라면 바로 입체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지포스 3D 비전 킷의 특징이다.

     

    지포스 3D 비전 킷의 구성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엔비디아의 지포스 3D 비전 킷 자체의 구성은 매우 심플하다. 멋들어진 박스 안에 들어있는 것은, 가장 핵심인 3D 안경과 전용 리시버, 그리고 PC와 연결하기 위한 USB 케이블들과 드라이버 CD 등이 전부다.

     

    얼핏 보면 선글래스와 비슷해 보이는 전용 3D 안경

     

    무선 동작을 위한 적외선 수신부, 내부 배터리 및 동작 회로 등을 갖췄다


    3D 안경은 케이블 연결이 필요 없는 무선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얼핏 보면 그 디자인이 일반 선글래스와 별 차이가 없다. 케이블 방식이 아니 다만 내부 회로와 충전용 USB 포트, 적외선(IR) 수신부 등이 내장된 왼쪽 다리의 다소 두툼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것이 없다.

     

    착용감 역시 선글래스의 그것 그대로다

     

    코 높이를 맞추기 위한 노즈 피스


    3D 무선 안경의 착용감도 일반 선글래스와 큰 차이 없다. 테두리와 다리가 다소 두툼하게 보여도 실제 무게는 선글래스보다 약간 무거운 정도. 오래 착용해도 큰 부담이 없다.

     

    안경을 착용할 때 쓰는 사람에 따라 코 높이에 차이가 있어 착용감이 불편하다면 같이 제공되는 교체용 노즈 피스(Nosepieces)를 사용하면 된다. 기본 장착된 것까지 포함해 높낮이별로 총 3가지의 노즈 피스를 제공해 최대한 편한 착용감을 구현도록 하고 있다.

     

    IR 이미터는 3D안경으로의 신호 전송과 함께 입체 영상의 '깊이'조절 기능을 제공한다


    3D 안경과 적외선으로 주고받는 ‘IR 이미터(IR Emitter)’ 역시 외형은 지극히 단순하다. 전면에는 3D 효과의 On/Off 버튼이 달려 있으며, 후면에는 각종 입출력 단자 및 화면 감도 조절 휠이 달려있다.

    실상 지포스 3D 비전 킷의 설치는 매우 간단하다. 드라이버와 관련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USB로 IR 이미터를 PC에 연결해 주면 그걸로 끝이다. 물론 무선 3D 안경은 미리 USB 로 연결해 충전해 두면 된다. 하지만 연결만 한다고 해서 3D 화면을 바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간단치 않은 입체 영상의 구현

    지포스 3D 비전 킷의 구성과 설치는 매우 간단한 반면, 입체 영상을 보기위해 필요한 ‘요구 사항’은 결코 만만치 않다. 제대로 된 입체 영상을 보기 위해선 최소 평균 이상의 시스템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포스 3D 비전을 구동하기 위한 '기본' 요구사양(출처:3D 비전 메뉴얼)

     

    어째서 그러한 사양을 요구하는가에 앞서, 지포스 3D 비전 킷이 어떠한 방식으로 입체 영상을 구현하는지 간단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사물의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2개의 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좌우 눈에 들어오는 각각의 영상은 항상 똑같지가 않다. 사물을 볼 때 좌우 눈이 서로 다른 각도에서 보기 때문에 각각의 영상에는 미묘한 차이가 분명히 발생한다.

     

    여기서 사물의 거리와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뇌가 양 눈을 통해 들어온 시각 정보에서 피사체의 위치와 각도 차이를 순간적으로 파악하고, 거기서 계산해 낼 수 있는 사물의 거리를 거리감으로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지포스 3D 비전의 안경은 각 눈에 해당하는 영상만 들어가게 하는 필터 역할을 한다

     

    즉 평면 디스플레이 장치에서 재생되는 영상을 입체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양 눈에 조금씩 다른 위치 정보를 가진 영상이 각각 비춰져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포스 3D 비전 킷의 구동 원리는 하나의 화면에서 왼쪽 눈에 들어갈 화면과 오른쪽 눈에 들어갈 화면을 계속 교대로 비춰주고, 전용 스테레오 스코프(3D 안경)로 좌우 눈에 비춰지는 화면을 선택해서 분배해주는 것이다. 즉 왼쪽 눈에는 왼쪽에 해당되는 화면만, 오른쪽 눈에는 오른쪽 눈에 해당되는 화면만 비춰지도록 하는 것이다.

     

    입체 영상을 보고 있을 때 3D 안경의 좌우 창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번갈아가며 열리거나 닫힌다. 과거에는 이를 기계식으로 구현했으나, 지금은 편광 및 액정 물질의 특성을 이용한 전자식으로 바뀌었다. 따라서 안경 또한 지포스 3D 비전 킷 수준으로 작고 가벼워질 수 있었다.

     

    현재 '퓨어 120Hz' 리프레시율을 지원하는 모니터인  '삼성 싱크마스터

    2233RZ' (왼쪽) 과 '뷰소닉 퓨전(FuHzion VX2265wm)'(오른쪽)

     

    문제는 디스플레이 장치다. 모니터에서 움직이는 화면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1초당 수십 장의 화면이 표시된다. 우리가 주로 사용하고 있는 모니터는 60Hz, 즉 1초에 60장의 화면을 표시한다. 그런데 입체 영상을 보기 위해 좌/우 눈에 해당하는 영상을 각각 60Hz로 뿌려주려면 이의 2배에 해당하는 최소 120Hz 이상의 리프레시 주파수(Refresh Frequency)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만족하는 LCD 기반 디스플레이는 가장 최근에 개발됐으며, 실제 제품으로 상용화된 것도 PC용 모니터로는 현재 딱 2종밖에 없는 상황이다. 초기단계의 제품이다 보니 가격이 비쌀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모니터 외에도 일부 HDTV나 빔 프로젝터의 경우도 지포스 3D 비전을 지원하지만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제품들 중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입체 영항을 보기 위해서는 GTX 200시리즈와 같은 최상급 그래픽카드가 필수다

     

    PC 자체의 사양도 최소 평균 이상이 되어야 한다. 입체로 보기 위한 3D 영상을 평소의 2배인 120Hz로 뿌려주기 위해서는 이론상으로도 2배의 부하가 CPU 및 GPU에 걸린다. 그렇기에 지포스 3D 비전 킷의 권장 사양을 보면 CPU는 인텔의 코어2 듀오와 AMD의 애슬론 X2 이상을, 그래픽카드도 최소한 지포스 8800시리즈와 9600GT, 9800시리즈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정도면 충분히 하이엔드급 게이밍 PC의 사양이다.

    엔비디아의 또 다른 도전 정신


    설정 마법사화면. 정상적으로 설치 시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보이는 도형이 다르다

     

    설치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정말 간단하다. 제품 설명서 및 설치 마법사를 따라서 설치하다보면 5분도 안돼서 설치가 가능하다.

     

    엔비디아 디스플레이 제어판에 추가된 스테레오스코픽 3D 제어판

     

    입체 영상 테스트 화면은 2개 화면이 겹쳐진 것(사진 위) 처럼 보이나

    3D 안경을 통해 보면(사진 아래) 하나의 이미지로 보인다

     

    드라이버 설치가 완료되면 엔비디아 디스플레이 제어판에 ‘스테레오스코픽(Stereoscopic) 3D’ 항목이 새로 추가된다. 스테레오스코픽 제어판에서는 3D 안경 및 입체 화면에 대한 설정과 테스트 등을 수행할 수 있으며, 다양한 3D그래픽 기반 게임들에 대한 호환성 테스트 결과가 데이터베이스형태로 제공된다.

     

    게임 호환성 리스트에서는 게임 별 입체 영상을 얼마나 잘 지원하는지 표시해준다

     

    호환성 테스트 리스트에서는 각 게임별 입체효과의 정도를 4단계로 구분하고 있으며, 각 게임별 최적의 그래픽 옵션 설정법을 표기해 준다.

     

    제어판에서 스테레오스코픽 옵션을 활성화 해 준 다음, 게임을 실행할 때 자동으로 입체화면 모드로 전환될 것인가를 설정할 수 있다. 자동으로 전환되는 옵션을 끌 경우 입체 화면을 보기 위해서는 단축키(기본 Ctrl+T)나 IR 이미터 전면 버튼을 클릭해 입체 영상 모드로 전환해줘야 한다. 게임에 따라서는 입체 영상 모드로 전환 시 앞서 호환성 리스트에서 보여줬던 설정을 화면 한쪽에 표시해 줌으로써 최적 그래픽 설정을 돕는다.

     

    겉보기엔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3D안경을 통해 보면 원근감이 더욱 살아난다

     

    정상적으로 설정을 마쳤다면, 게임 그래픽이 평면 내에서의 3D가 아닌, 진짜 ‘깊이’까지 살아있는 3D 화면으로 변모한다. 즉 같은 화면 내에서도 멀리 있는 사물은 멀리 느껴지고, 가까이 있는 사물은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등 원근감이 살아난다. 마치 눈앞에 있는 모니터가 평면 모니터가 아닌, 홀로그램이 비추어지는 상자로 보인다.

     

    이처럼 보여지는 입체 효과를 말로 표현하긴 했지만, 이를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직접 보여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일반적인 카메라나 캠코더는 사람처럼 시각 정보를 받는 부분이 2개가 아닌 1개이기 때문에 입체효과를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호환성 리스트에는 없지만 매우 훌륭한 입체화면을 볼 수 있는

    그래픽 벤치마킹 툴 3D마크의 화면. 2개의 화면이 겹쳐진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입체 화면이 표시되고 있다는 몇몇 증거는 보여줄 수 있다. 하나의 디스플레이에서 좌우의 다른 영상을 모두 표현하다보면 마치 2개의 그림이 겹쳐진 듯한 화면이 표시되게 된다. 물론 그 화면을 3D 안경으로 보면 하나의 깨끗한 영상으로, 그것도 원근감이 살아있는 입체 영상으로 보인다.

     

    지포스 3D 비전의 장점은 최신의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최대한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입체 영상을 최소한의 환경에서 구현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디스플레이 주파수의 한계로 한 쪽 눈에 비출 수 있는 화면의 리프레시율이 30Hz, 즉 초당 30프레임 수준에 불과했다. 즉 사람에 비춰지는 영상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깜빡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잠시만 사용해도 사용자의 눈이 쉬 피로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120Hz 주파수의 디스플레이가 만들어지면서 한 쪽 눈에 비춰지는 영상을 60Hz, 프레임 기준으로는 초당 60프레임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그만큼 3D 안경을 통해 비춰지는 영상이 더욱 자연스럽고 부드러우며, 깜빡임이 덜하기 때문에 느끼는 피로감도 덜하다.

     

    함께 제공되는 '엔비디아 스테레오 뷰어는 스테레오스코픽 기법으로

    만들어진 사진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꼭 3D 그래픽만 입체영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틸 이미지나 동영상 또한 입체 화면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모든 동영상이나 사진을 다 입체영상으로 볼 수는 없으며, 스테레오스코픽 관련 기술로 만들어진 전용 동영상이나 사진만 입체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분명 지포스 3D 비전은 평평한 모니터 화면에서 원근감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입체영상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솔루션이다. 하지만 짧은 테스트기간 동안 느껴진 단점도 적지 않았다.

     

    먼저 앞서도 언급한 것 처럼, 아직까지 요구사양이 상당히 높다. 그래픽카드가 왼쪽 눈에 비칠 영상과 오른쪽 눈에 비칠 영상을 따로 계산해 초당 총 120프레임으로 한 화면에 뿌려줘야 하다 보니 어지간한 그래픽카드 성능으로는 큰 부담이 된다.

     

    최상급 시스템에서 테스트를 했음에도 다소 버벅거릴정도로 고사양을 요구한다

     

    실제로 테스트에 사용한 시스템이 엔비디아의 최상위 그래픽카드 중 하나인 GTX 285였음에도 불구하고 입체화면 적용 시 다소 버벅거리는 면이 없지 않았다.

     

    또 하나의 문제로 일부 3D 효과는 입체효과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함을 종종 볼 수 있었으며, 특히 광원 효과가 적용되는 경우 화면이 종종 깜빡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또 모든 3D그래픽 기반 게임에서 적용되지 않거나, 게임별로 입체 효과가 다르게 적용되는 점도 조금 아쉬웠다. 이는 드라이버 업데이트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마지막으로 사용자의 신체적인 문제다.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나 증상은 차이가 있겠지만, 기자의 경우 1시간 정도 테스트 후 약간의 두통과 어지러움증을 느꼈다. 자연적이 아닌 인위적인 입체 영상을 오래 보다 보니 발생하게 된 생리적인 거부 현상으로 생각된다.

     

    지포스 3D 비전 킷은 '리얼 3D'에 대한 엔비디아의 도전 중 하나다

     

    ◇ 영화와 같은 리얼한 3D의 꿈, 아직은 쉽지 않다 = 사실 지포스 3D 비전 킷을 통해 그냥 편면 상에서만 그려지던 3D 그래픽이 원근감마저 살아나면서 더욱 실제 환경 같은 영상으로 다가왔을 때 입에서 나오는 것은 끊임없는 탄성의 연속이었다.

     

    특히 이번 지포스 3D 비전의 의의는 다소 부담스럽긴 해도 그러한 입체영상 시스템을 일반 가정에서도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는 데 있다. 평평한 화면 안에서만 그려지는 3D 영상이 아닌, 실제 손에 닿을 듯한 입체 영상을 한 번 접해보면 누구나 한번 쯤 갖추고 싶을 정도다.

     

    앞으로 3차원 입체 영상의 구현과 관련한 디스플레이 및 그래픽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별도의 시스템이 없이도 입체적인 영상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날도 올 것이다.

     

    아직은 부족한 점도 적지 않지만, 지포스 3D 비전은 앞으로 그러한 단계로 더욱 나아가려는 엔비디아의 노력과 도전의 한 걸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베타뉴스 최용석 (rpch@betanews.net)
    Copyrights ⓒ BetaNews.net





    http://m.betanews.net/445709?rebuil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