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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구민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 이 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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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8-10 09:24:31

    1년여에 걸친 <베타뉴스>의 추적 끝에 용산구청이 진행한 음식물쓰레기 대형감량기 보급 사업에 성장현 용산구청장의 친인척 조모씨가 개입한 것이 드러났다.

    조모씨는 성장현 용산구청장의 외사촌형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즉, 음식물쓰레기 대형 감량기 보급 사업이 친인척이 개입한 의혹 사건이 되어 버린 것이다. 조모씨는 처음부터 이 사업에 개입하기 위해 사실상의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시범사업을 했으며, 수십억에 달하는 용산구청의 모든 물량을 따 가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작년 '최순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한 차례 경험했다.

    수 많은 기자들의 집요한 추적 끝에 가려져 있던 장막이 걷히고 점점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는 경험을 온 국민이 함께 했다. 이 가운데 1700만 촛불이 타 올랐고, 결국 박근혜 정권은 언론과 시민의 저항에 못 견디고 탄핵이라는 비참한 결과를 맞이했다.

    박근혜 정권에는 최순실이라는 측근이 있었고, 지나치게 개입하다 화를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어느 정권에서나 측근은 존재하며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정권은 혼자 힘으로 획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권 교체에 공을 세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상에 대한 기대가 조금은 있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도 이미 2.5선을 했다. 10여년 전 구청장에 당선 되었으나, 선거법 위반으로 구청장 자리를 내 줘야 했다. 그 후 박장규 전 구청장이 내리 3선을 한 후에야 다시 용산 구청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재선까지 거머쥔 성장현 구청장에게 3선은 식은죽먹기처럼 보여졌을 것이다. 그러나 외사촌형 조모씨 사건이 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성장현 구청장 3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2012년부터 진행된 용산구청의 음식물쓰레기 대형감량기 도입 사업은 사실상 '조모씨의, 조모씨에 의한, 조모씨를 위한' 사업으로 볼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 '용산의 최순실 사건'이 아니냐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여기에 용산구청도 적극 호응한 것으로 의심할만한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나쁜 의도는 나쁜 조항을 만들어 낸다. 입찰공고문과 부대 문건만 봐도 이 사업에 다른 의도가 있는 지 없는 지 알 수 있다.

    이번 음식물쓰레기 대형감량기 입찰도 마찬가지다. 누가 봐도 고개를 갸웃할 조항을 넣어 둔 것이다. 그런 독소조항에 대해 구청 담당자도 똑부러진 답을 내 놓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을 자세히 살펴 보면 질이 상당히 나쁘다. 법적 처벌은 피해갈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도덕적 비난까지 면키는 어려워 보인다.

    작전을 펼쳤다고 볼 만한 정황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현 구청장의 태도도 문제다. 당당하다면 스스로 나서서 해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이 공론화된 지 이미 한달이 넘어 가는데도 그는 나서지 않고 뒤에 숨어 있는 모양새다.

    이런 모습은 스스로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질 여지가 크다. 아무 잘못 없고 정말 이 사업을 사심 없이 진행 했다면 왜 당당히 나서서 말하지 못하는가?

    지금까지 이 사건에 대해 보인 모습만으로도 성장현 구청장은 용산구민들이 의심을 할 여지를 충분히 주었다고 보인다.

    우리 사회는 '아삼륙'이 문제다.국어 사전에 의하면 아삼륙은 "서로 꼭 맞는 짝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깊이 유착이 되어 함께 나쁜일을 도모하는 것을 두고 '아삼륙'이라 부른다.

    공정한 시장경제를 지키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키는 것이다. 공정한 시장경제를 해치는 자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공정한 경쟁 속에서 민주주의가 꽃을 피운다. 공공이 먼저 솔선수범해서 공정한 시장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용산구청이 음식물쓰레기 보급 사업에서 보인 행태는 스스로 나서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어 준 것으로 밖에 보기 힘들다. 특정 업체만 쓰고 있는 방식을 강요하는 것은 경쟁을 불허하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그냥 대 놓고 특정 업체와 계약하겠다는 말과 뭐가 다를까?

    문재인 정부도 적폐청산을 국정 목표로 내걸고 있고, 문무일 검찰총장도 이에 부응해 적폐 청산에 나서고 있다.

    이번 사건은 잘 대응해서 법의 칼날은 피해 나갈 지 모르나, 도덕적 칼날은 피해 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이 3선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면,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한데 대해 본인이 직접 용산구민들 앞에 나와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과할 부분이 있다면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타뉴스 이 직 기자 (leejik@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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