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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지사도 반대한 삼성·LG 세이프가드…고약한 트럼프 셈법


  •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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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10-20 12:37:44

    [베타뉴스/경제=김혜경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산 세탁기로 인해 자국산업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가운데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현지에서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삼성·LG전자와 한국 정부는 미 가전업체 월풀 측의 공격에 맞서 ‘소비자 선택권 침해’ 등을 근거로 적극적인 방어논리를 폈다.

    국내 산업계는 최근 일련의 사안들이 미 정부의 통상 전략이라고 판단, 업종 불문 전 방위적인 제재가 가해질까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다음 타겟은 어디가 될지 안심할 수 없다는 것. 

    미 행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됨에 따라 양사의 운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에 따라 희비가 교차할 전망이다. 

    워싱턴DC 사무소에서 열린 이번 공청회는 한국산 세탁기 수입 급증으로 미국 업체가 심각한 피해를 봤다는 주장에 따라 ITC가 어떤 조치를 취해 자국 산업을 보호할지 논의하는 자리다.

    청원자인 월풀 측은 수입산 세탁기 완제품과 부품에 대해 3년간 50%의 고율관세를 부과할 것과 부품에 대한 수입쿼터 추가 부과 등을 요청했다. 조 리오티니 월풀 사장은 "우리는 심각한 봤고, 효과적인 조치가 시급하다"면서 "삼성과 LG는 미 무역법의 허점을 찔렀으며 향후 새로운 속임수를 계속 찾아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삼성·LG전자는 세이프가드로 인한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며 월풀과 각을 세웠다. 또 세이프가드 발동은 소비자를 위한 혁신을 게을리하는 기업을 오히려 두둔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존 헤링턴 수석부사장은 "삼성의 혁신제품 중 하나인 ‘플렉스 워시’ 등은 월풀이 생산도 하지 않는 제품이기 때문에 손해를 입는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면서 "피해를 보지 않은 이같은 제품군까지 수입 제한 조치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산 세탁기 수입을 막는다면 월풀은 엄청난 시장 지배력과 통제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가격이 크게 상승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 선택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도 이날 입장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본사가 미국에서 성장해온 것은 현지 소비자들이 LG 세탁기를 선택해왔기 때문"이라며 "세이프가드가 실제 발효돼 세탁기 수입을 막게 된다면 최종적인 피해는 미국 유통과 소비자가 입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정부도 이날 공청회에 참석해 과도한 수입 규제 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희상 외교부 심의관은 "월풀 측이 주장하는 50%의 고율 관세는 심각한 피해의 방지를 목적으로 필요한 수준에 한해 구제조치를 채택하도록 한 세계무역기구(WTO) 세이프가드 협정에 위반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공청회에는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등 현지 정치권 관계자들도 참석해 세이프가드 반대 주장을 펼치며 삼성과 LG에 힘을 실어줬다.

    맥매스터 주지사는 “나는 공정한 무역을 옹호하지만, 이번 건은 세이프가드 대상이 된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뉴베리 카운티에 공장을 지어 국내기업이 되는 삼성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는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뉴베리에 가전 공장을 세울 예정이고, LG전자도 테네시주 클라스빌에 세탁기 공장을 건설 중이다.

    ITC는 공청회 논의 결과를 토대로 다음달 21일 구제조치 수준에 대한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미 행정부는 보고일로부터 60일 이내 구제조치 여부를 결정하게 되므로 최종 결정은 내년 초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이프가드 발동 결정 등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산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미국의 한국산 제품 수입 제한 조치와 관련해 이제는 특정 업종만을 겨냥해 세이프가드 카드를 꺼내는 것이 아니라 제품군 구별 없이 한국산이면 일단 두드려보는 것 같다"면서 "특정 업계의 일이 아닌 산업계 전체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타뉴스 김혜경 (hkmind900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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