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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웹보드게임, 사행성과 연결고리에 톱질을 시작하자


  • 서삼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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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4-04 16:10:19

    ‘바다이야기’의 망령이 게임업계를 강타한지 10여년이 흘렀다.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 덕에 게임산업을 보는 시선도 변했다. 게임이 4차 산업혁명의 상징으로 거론되고,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누구나 게임을 즐기면서 ‘게임은 애들이나 하는 것’이란 오해가 사라진 덕일지 모른다.

    게임을 보는 시선도, 날씨도 따뜻하지만 웹보드게임 시장만큼은 여전히 냉랭하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사행성 게임이라는 손가락질도 남아있다. 그나마 웹보드게임 규제의 강도가 한 꺼풀 누그러진 게 업계에 위안거리다.

    웹보드게임 규제라고 부르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서비스와 관련 없는 환전상의 행위와 ‘바다이야기’ 망령이 덧칠된 잘못된 규제로 손꼽힌다. 선입견을 빼기기 위해 웹보드게임을 빵으로, 서비스 업체를 빵집으로 바꿔보자.

    유명 빵집이 갑자기 정부로부터 빵을 한 번에 많이 팔지 말고, 품질도 낮추라는 시정명령을 받았다. 불법유통업자가 빵집에서 구매한 빵을 작게 재포장(소분)해 유통했고, 이를 구매해 섭취한 소비자가 복통과 식중독 등을 일으켰다는 이유다.

    불법적으로 소분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것이 문제의 원인이다. 책임은 당연히 불법유통업자에게 있다. 빵집은 정상적인 제조-판매 외에는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모든 잘못이 빵에 있다며 빵집에 책임지라고 강제했다.

    현실성 없는 예시지만, 다시 빵집과 빵을 업체와 웹보드게임으로 바꾸면 현실이 된다.

    웹보드게임은 고스톱, 포커 등 일상적인 보드게임을 인터넷을 통해 즐기는 게임물이다. 정해진 규칙대로 승자와 패자를 나눈다. 보상으로 가상의 재화가 오간다. 업체는 게임 속 재화를 현금이나 현물로 환산할 수 없도록 막았다. 도박과 웹보드게임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환전상의 등장과 ‘바다이야기’로 웹보드게임은 사행성게임과 같은 선상에 놓였다. 환전상은 위의 예시에서 불법유통업자와 비슷한 죄를 저질렀다. 정부는 환전상이 재화를 현물(혹은 현금)로 교환해준 잘못된 일을 지목해 ‘웹보드게임=도박’이란 공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고치겠다며 웹보드게임 규제의 발판으로 삼았다. 잘못은 불법 환전상이 했는데, 규제와 심판은 애꿎은 서비스 업체가 맞았다.

    잘못된 규제는 반드시 걷어내야 한다. 그중에서도 웹보드게임 규제는 게임업계의 부정적인 인상을 주는 잘못된 규제의 대표감이기에 하루 빨리 사라져야한다. 규제를 걷어내지 못한다면 출발점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할 시발점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국회를 중심으로 웹보드게임 건전화를 위한 토론회와 포럼이 열리는 등 긍정적 변화가 시작됐다. 웹보드게임과 사행성을 연결하는 고리를 끊기 위한 적기가 왔다. 업계는 침묵대신, 모두가 납득할 방안을 제시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어떻게 시작할지는 업계가 공동으로 논의해 만들어야 한다. 학계는 토론회를 통해 업계의 고통을 수반한 자율규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기에 웹보드게임=사행성 공식을 만든 환전상이 발붙이지 못할 방안을 포함시키면 어떨가 제언한다. 이제 어떤 식으로든 웹보드게임과 사행성의 연결고리에 톱질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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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월 31일 국회에서 웹보드게임 소비에 대한 보호 어디까지? 토론회가 열려 규제의 문제점과 발전 방안 등이 논의됐다


    베타뉴스 서삼광 (seosk.bet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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