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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이블팩토리처럼 과감하게 버리고 엣지를 세워라


  • 박상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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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4-27 22:32:55

    네오플 기키스튜디오의 황재호 디렉터는 27일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에서 ‘글로벌에 통하는 '엣지' 만들기 - 북미 인기 TOP 10 이블팩토리의 개발 전략’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블팩토리’는 5명의 개발자로 19개월간 개발한 모바일 아케이드 게임이다. 세로뷰 픽셀그래픽의 보스전만 진행하는 고난이도 컨트롤을 요구하는 유료 게임으로 지난 지스타 2016에서 공개했을 때 유저들의 반응은 ‘넥슨이 이걸 만들었다고?’였다고 한다.

    이 게임은 지난 2월 2일 9개국 언어로 글로벌 동시 출시되었고 100여개국이 넘는 양대 스토어에서 피쳐드에 선정, 출시 6일만에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여러 대륙에서 고른 성과를 얻는 등 국내외에서 고무적 반응을 얻었고, 더 나아가 다양한 언어로 유저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고 황 디렉터는 매우 뿌듯했다고 한다.

    물론 치명적 단점과 부족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성과를 얻었고 황 디렉터는 이를 엣지라고 표현했다. 여기서 말하는 엣지는 차별화(게임 내부 요소)와 간지(안촌스럽다)로 풀어낼 수 있다.

    황 디렉터는 “차별화는 조금의 독창성과 나머지의 익숙함의 조합의 문제다. 한 예로 크레용팝은 헬멧 쓴 자체가 화제가 아니라 아이돌이 헬멧을 쓴 게 화제였다. 그래서 이블팩토리에서 차별화할 부분은 정말 과감하게 하자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가 말하는 차별화 핵심은 ‘고퀄리티 정통 아케이드 게임’, ‘타겟층에 먹히는 감성 코드’, ‘기존에 없던 플레이 방식’이다. 이러한 핵심을 적용시켜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거친 후 최종 결정된 게임의 플레이 방식은 ‘정말로 약한 주인공이 거대 보스와 벌이는 1:1 탄막 근접 액션 대전’이었다.

    그는 아케이드 게임은 아무도 고퀄리티로 만들지 않지만 해외 수요는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철저한 아케이드 감성을 추구했다. 여기에 게임 타겟 유저를 위한 오마주도 여기저기 숨겨놨다. 에반게리온이나 봄버맨, 메탈기어 등 숨은 오타쿠 코드를 통해 공감 형성을 노렸고 이는 고스란히 바이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고려한 것이 ‘간지’다. 황 디렉터는 “많은 한국 게임들이 차별화보다 간지에서 실패했다고 본다. 왜냐면 간지는 문화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이블팩토리가 추구한 간지는 ‘레트로풍 픽셀아트’에 ‘레트로하지 않은 사운드’를 추가하고 ‘서구권에 먹히는 로고’를 만드는 것이었다.

    레트로풍을 쓴 이유에 대해 그는 “아트 취향이 동서양이 매우 다르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경우 북미지사에서 남자 캐릭터의 얼굴이 뭘 해도 맘에 안 든다고 해서 그냥 갑옷을 씌워버렸다. 하지만 픽셀아트는 서구권 게임이 아시안 스타일을 표방하는 거의 유일한 콘셉트다. 8비트와 16비트 시절 감성은 만국공통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픽셀이나 주먹왕 랄프가 그런 콘텐츠인데 문화적으로 유리한 영역이 있으면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레트로하지 않은 사운드를 추구한 이유는 다수의 게임에서 픽셀 그래픽에 세련된 사운드를 써도 묘하게 괜찮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블팩토리의 느낌에 맞는 사운드를 만들 국내 작곡가가 없어 핀란드의 ‘주키오 칼리오’를 섭외, OST를 완성시켰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구권에서 먹히는 로고의 경우 개발진은 ‘이블팩토리’를 ‘다크소울’처럼 무거운 느낌의 하드코어 액션 게임이기 때문에 어둡고 강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넥슨 북미지사는 가볍고 캐주얼한 느낌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여러 합의 끝에 해골이 들어간 최종 로고가 완성되었다.

    개발진은 출시 전까지만 해도 해골 나오는 게임이란 인상을 줄거라 생각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나 출시하니 대표 이미지로 호평을 받았다는 것이다. 정작 그 해골에 대해 신경쓰는 사람도 없었다. 결국 기획적 논리보다 현지 피드백이 성공의 절대적인 요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을 황 디렉터는 “예산이 없고 소규모라 힘들게 개발했기 때문에 상당 부분을 포기했다. 사운드 퀄리티를 위해 영상 예산을 갖다썼고 매출 요소도 아케이드 감성을 위해 많이 포기했다. 소규모 개발팀은 선택과 집중이 핵심이다. 과감하게 버릴 건 버리고 차별화성은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게임의 핵심 차별 요소를 정하고 나머지는 덜어내라.”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베타뉴스 박상범 (ytterbia@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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