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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 '짝퉁과의 전쟁'


  • 김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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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01-18 12:58:52

    모조품 시장이 도로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핵심 부품인 터보 등의 경우 2016년을 기준으로 복제품이 국내에 연간 5천개 이상 유입될 정도로 그 규모가 비대해졌다.

    비순정품 부품 시장의 성장은 차량의 성능 저하, 사고 위험 증가 및 유해 물질의 과다 배출 등 사회적인 비용 증가의 요소로 작용한다. 뿐만 아니라 비 정품 부품을 사용할 경우 사고 위험뿐 아니라 수리 또는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려워진다는 면에서도 운전자에게 피해를 입힌다.

    이에 글로벌 및 국내 부품업체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캠페인 및 제도적 차원에서 변화를 모색하는 등 지속적으로 짝퉁과의 전쟁을 벌여오고 있다.

     

    <사진: 터보 부품과 터보 복제품>

    ▲ 비非순정품 부품, 순정품보다 질소산화물 등 28% 많게 배출

    글로벌 터보차저 제조 업체인 하니웰은 복제품 시장이 성장한 대표적인 업체이다. 하니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터보차저 복제품은 매년 5천개 이상 수입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터보 복제품은 주로 한국 사업자 법인이 중국 복제품 제조사를 통해 받은 복제품을 자체 브랜드화해 판매하는 경우와 중국 복제품 제조사에서 수입된 카트리지를 기존 정품에 교체 수리해 정품재생으로 속이는 경우, 그리고 한국 판매상이 중국 제조사에서 복제 터보 완제품을 수입해 판매되는 유통 경로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 하니웰 터보 복제품 유통 현황>

    비순정품의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비순정품은 유해 물질 배출 수준과 안전 수준에 있어 정품에 비해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2015년 하니웰은 정품 터보차저와 복제 터보차저를 비교한 영국의 밀브룩 그룹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순정품 터보차저의 엔진 토크는 순정품에 비해 15~40%까지 성능이 저하되었을 뿐 아니라, 질소산화물 배출이 순정품에 비해 8~28% 정도 높게 나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경우 비순정품이 순정품에 비해 3% 높았다.


    ▲ 업계 캠페인 등 비非정품 근절 노력 중, 해외선 제도화 노력도

    하니웰을 비롯해 현대모비스, 보쉬코리아 등 자동차 부품 제조 업체들은 비순정품 근절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매년 중국 사천성, 광동성, 강소성 등 17개 지역에서 현지 공안 당국과 협동해 단속 조사를 펼치고 있다.

    특히 북경, 상해, 광주, 우루무치 등 대도시 중심으로 매달 집중 단속을 실시하여 해외로의 수출을 막고자 노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별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하고 있다. 고유 QR코드를 각 제품에 부여해 소비자들이 손쉽게 정품여부를 알 수 있도록 하고, 적외선 감지기 등으로만 확인할 수 있는 홀로그램을 부품에 부착해 떼어내려 시도할 경우 찢어지도록 해 재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활용하고 있다.

    보쉬코리아 역시 불법 위조품의 유통•판매를 막기 위한 리얼 보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비정품은 정품에 비해 3~50%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들로 하여금 비정품을 구매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느껴지게 한다. 하지만 위조품은 품질과 성능을 보장할 수 없으며 자동차 성능 저하, 연비 저하, 차량 수명 단축 등과 같은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보쉬코리아는 리얼 보쉬 캠페인을 통해 비정품 부품 사용의 위험 요인을 알리고 있으며 위조부품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강력하게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조품을 근절하기는 쉽지 않으며 한국 또한 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2014년 2억원 상당의 짝퉁 부품이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다 적발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자동차 부품에 대해 자가인증제도를 택하고 있다. 형식승인이란 쉽게 말해 선 인증 후 판매 제도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적정 기준에 미치지 못한 제품은 판매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다. 우리나라가 적용하고 있는 자가인증제는 실제 유통 이후 문제가 생길 경우 사후 조치를 취하는 방식이다. 심지어 터보차저의 경우 자가인증제도 항목에 포함되지 않으며 환경부에서 관할하고 있는 형식승인도 적용되지 않아 핵심 부품인 터보차저가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반면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의 규제 기관들은 2016년, 터보차저를 자기인증제보다 규제가강한 형식 승인 자동차 부품 목록에 포함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등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는 등, 비정품 부품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시도가 지속되고 있다.

     


    베타뉴스 김순덕 (duck@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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