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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유기의 산 증인, 이기홍 대표의 열정 재조명


  • 전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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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3-14 14:05:55

    깊은 역사와 전통, 수많은 수상 이력으로 도 무형문화재 지정 기대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청동으로 만든 그릇인 유기(놋그릇). 요즘 가정에서 놋그릇을 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옛날에는 변색이 잘 되고 녹이 잘 생겨 관리가 어렵다는 특성 때문에 오히려 꾸준히 놋그릇을 관리할 여력이 있는 양반댁에서만 주로 사용하면서 고급 그릇으로 대접받기도 했다.

    잘 닦아 반질반질하고 윤이 나는 놋그릇은 일반 사기그릇과 비교할 수 없는 오묘한 느낌을 드러내며 음식의 격을 높인다. 지금도 여전히 고급 냉면집이나 한정식집에서 놋그릇을 사용하는 것도 그 때문. 최근에는 녹이 잘 슬지 않고 광도 잘 나는 우수한 놋그릇이 생산되어 놋그릇 고유의 아름다움을 찾는 이들에게 만족을 더해주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계속해서 유기를 접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오랜 기간 묵묵히 유기를 생산하며 전통을 이어가는 장인의 노력이 뒷받침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거창유기공방’은 1924년 설립돼 95년간 주물유기 제작 및 유통이라는 한우물을 파 온 곳으로, 창업주인 김석이 씨(1886년생,1954년 작고)가 1924년 소규모 공방으로 시작한 이래 4대에 이어 전통 유기의 맥을 잇고 있다.

    현재 이기홍 대표는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유기의 품질을 높이고, 새로운 도전을 망설이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레이저를 이용해 업계 최초로 유기에 글자 새김 기술을 도입한 것은 유명한 일화. 2002년 부산의 한 냉면집에서 상호를 새긴 그릇을 납품해 달라는 주문을 받고 떠올린 이 아이디어로 사업은 크게 도약할 수 있었다.

    이후 유기로는 이례적인 사각형 디자인에 레이저로 전통 문양을 새긴 단반상기와 사각찬기를 선보이면서 2003년 전국공예대전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가장 공신력 있는 대회에서 ‘전통 유기기술과 첨단기술이 접목된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당당히 대상을 수상함으로써 최고의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또한 2017년 제47회 경남 공예품대전에서는 개인상 부문에서 금속공예 작품 ‘유화(올)’을 출품한 거창유기의 이혁 씨가 금상을, 거창유기의 이기홍 씨가 ‘옻칠유기’로 입선을 거머줬다. 이는 거창유기의 3대와 4대가 동시에(부자 간 동시에) 수상(금상/입선)하는 영예를 안은 것으로, 전통유기에 대한 열정과 대를 이은 집념, 끊임없는 노력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차기세트와 빙수와죽세트는 문화체육관광부와 KCDF가 선정하는 대한민국 우수공예품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거창유기의 이기홍 대표는 이 밖에도 수없이 많은 각종 대회에서 입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드라마나 영화 촬영에 쓰이는 각종 유기 소품을 제공하며 유기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2006년 영화 '음란서생'과 2007년 TV 드라마 '왕과 나', 2015년 ‘풍문으로들었소’에 등장한 각종 유기 소품은 모두 거창유기에서 만든 것들로 알려져 있다.

    한편, 거창유기 이기홍 대표의 도 무형문화재 최종 결정이 3월에 진행 될 예정이다. 평생을 전통유기와 함께 해 온 이기홍 대표의 작품에 대한 열정이 식기 전에 하루 빨리 도 무형문화재를 통해 그 역사와 전통이 향후 세대에도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베타뉴스 전소영 (press@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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