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시대를 경험해본 사람은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있다. 어떤 장비가 크고 무거울 수록 성능이 좋을 거라는 편견이다. 예를 들면 카세트 시대에 휴대용 카세트의 음질은 절대로 오디오에 연결된 레코드를 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런 법칙은 디지털 시대에 와서 점점 무너지고 있다. 반도체에 음원파일 형식으로 저장된 음악은 인간의 귀로는 차이를 식별할 수 없을 만큼 정밀한 샘플링을 통해 원음을 그대로 표현한다. 그리고 이것을 재생하는 기기 역시 작은 스마트폰으로도 엄청난 고음질을 낼 수 있도록 발전했다.

그렇지만 보다 완벽한 원음을 듣고 싶은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휴대하기 편한 크기에 최고의 음원 재생능력을 넣은 기기들이 각광받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최고의 음질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듣고 싶은 사용자를 겨냥한 아스텔앤컨의 AK320을 사용해보며 더욱 자세히 알아보았다.


디자인 - 가볍고 견고한 가운데 독특함까지 갖춘 알루미늄 바디

AK320은 고음질 재생기기인 아스텔앤컨 시리즈의 최신모델이다.  최상급 모델인 AK380의 DAC, 확장성, 주요 기능을 그대로 넣었다.  차이점은 XMOS 칩셋이 빠졌기에 Native DSD 재생과 32bit 음원 재생기능이 없다는 점이다.

조형적으로 각진 모습이 인상적이며 실제로 손에 들어보면 크기에 비해 상당히 가벼운 느낌을 받게 된다. 스마트폰 무게와 거의 비슷하다. 알루미늄 바디를 통해 견고한 내구성을 실현했는데 고가의 기기답게 외형마무리는 매우 좋다. 메탈과 글래스를 강조한 면에서는 아이폰과도 비슷한 느낌이다.

기능성을 위한 버튼 배치는 전체적으로 스마트폰을 많이 참고했다. 전원버튼이 상단에 있고 오른쪽 옆에 볼륨조절을 위한 다이얼이 있다. 왼쪽 옆에는 선곡을 위한 버튼 3개가 있으며 아래쪽에는 외부 디지털 출력을 위한 단자와 전원충전을 위한 단자가 붙어있다. 충전은 안드로이드를 위한 표준 USB-Mini 단자로 가능하다.


스펙 - 최고급 DAC 탑재, 비트 투 비트 재생은 24비트 음원까지

아스텔앤컨 AK320을 부품별로 보면 아사히카세히 마이크로디바이스(AKM)의 AK4490 DAC를 이중으로 장착했다.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는 핵심부품에서 최상급이다.  24비트, 192kHz의 고음질 음원까지는 bit to bit 재생이 가능하며, 32bit 음원은 다운 샘플링으로 재생된다. DSD음원은 PCM 방식으로 자동으로 바뀌어 재생된다.

세밀한 주파수 조절이 가능한 파라메트릭 EQ,  전용 오디오 DSP를 별도로 장착했다.  VCXO 초정밀 클락을 탑재해 원음에 더 가까운 주파수 값을 만들고 세밀한 보정을 통해 오차를 소리의 왜곡을 최소화했다. 메모리는 128GB이며 microSD 슬롯을 통해 최대 256GB까지 확장할 수 있다.

표준 DLNA 기능을 지원한다. 같은 공유기를 쓰는 네트워크 안이라면 무선으로 PC나 NAS에 있는 음원을 재생하고 파일을 전송할 수 있다. 또한 함께 콜라보레이션된 이어폰 AKT8iE와 맞물려서 매우 좋은 음질을 기본 구성만으로 들려준다.


성능 - 깊은 현장감과 분리도 뛰어난 소리

이 제품은 완벽하게 단 한가지 목적을 위한 전문기기이다. 고품질 음원 재생을 위해서 모든 것을 집중했기에 음악의 질에 민감한 사용자에게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막상 귀가 예민하지 않은 일반인 입장에서는 스마트폰 같은 일반 기기와 차이점을 느낄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론적인 숫자나 스펙은 모두 접어두고 그냥 이어폰을 끼고 들었을 때 느껴지는 음악의 깊이감이 다르다. 세밀한 음색이 더욱 자세히 느껴지고, 저음은 귀에 부담이 적으면서도 보다 웅장하게 울려퍼진다.

라이브 음악을 재생했 때 AK320를 통하면 보다 현장에서 듣는 느낌이 살아있게 된다. 공간감이 강하게 재현되기 때문이다. 소리의 끝부분에 있는 여운까지 살아나는 느낌을 받기에 보다 풍성한 음악경험을 가지게 된다. 악기 여러 개의 연주를 듣게 되면 악기 사이의 소리를 분리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하다.

약간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보면 저음에서는 풍부한 느낌을 살려주면서 귀가 아프지 않으며, 중음에서는 딱 조여진 느낌을 준다. 고음은 화려하고 밝은 인상을 준다. 귀가 그렇게 예민하지도 않은 기자가 느끼기에도 이 정도로 고급스러운 음감이니 좀더 음색에 민감한 사용자는 더 많은 것을 얻을 것이다.


총평 - 풍부한 음질을 내주는 휴대용 고급 음향기기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 때문에 많은 기기 회사들이 문을 닫았다. 그렇지만 범용 기기로는 채울 수 없는 영역에서 고성능으로 무장한 전문기기가 등장하고 있는 점은 흥미롭다.

단점도 있다. 저음에서 최상급 기기에 비해 박력이 약간 부족하고, 반응성이나 인터페이스의 편리함에서 모바일 기기보다 약간 모자란 점은 아쉽다. 그렇지만 음향 전문기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양해할 만한 수준이다.

아스텔앤컨 AK320은 가지고 다니면서 풍부한 음질과 높은 현장감을 갖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음향기기이다. 클래식, 가요, 팝 등의 모든 장르를 막론하고 스마트폰이나 아이팟 등에 비해 훨씬 높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음악이 삶 가운데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비교적 고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 사용자라면 이 제품을 눈여겨 보자.

베타뉴스 안병도 (catchrod@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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