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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들 소비자 볼모 '카드사 통신요금 자동납부 대행' 중단에 비난 쏟아져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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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4-04 06:29:46

    이통사들, 자동납부 신청고객 불편 외면

    소비자를 볼모로 삼아 신용카드사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이동통신사들이 ‘통신요금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를 중단하는 것에 대해 소비자 불만이 더져나오고 있다.

    4일 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들이 ‘통신요금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를 중단하는 것은 소비자를 볼모로 삼아 신용카드사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원에 취약한 카드사 약점을 겨냥한 셈이다. 지난 2013년에도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 중단으로 인해 혼란이 컸기 때문에 카드사들은 ‘결국 올 것이 왔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는 신용카드로 통신요금을 자동납부하는 것은 장점이 많다. 이용자가 수백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소비자들은 할인을 받거나 포인트를 쌓을 수 있을뿐더러 당장 통신요금으로 낼 잔액이 없어도 연체되지 않는다. 카드사 역시 ‘록인(Lock-in)’ 효과로 우량 고객을 확보할 수 있어 이점이 있다. 반면 이통사는 계좌이체보다 카드결제가 수수료 부담이 과중하다며 볼멘소리다.

    이에 양측은 재산정된 적격비용에 따른 수수료율을 두고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앓던 이와 같던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 중단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이동통신 가입자는 이통사 말고도 카드사에 카드를 통한 통신요금 자동납부를 신청할 수 있었으나 관련 제휴를 끊긴 이후에는 반드시 이통사를 거쳐야 통신요금 자동납부 신청이 가능하다. 카드 발급신청서에 들어 있던 ‘이동통신 자동납부 신청’란이 쓸모없어지는 것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를 처음 만드는 고객은 통신요금 자동납부를 선택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통신사에 별도로 요청을 해야 하는 등 번거로움이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이 카드사와 관련 제휴를 중단하더라도 이미 신용카드로 통신요금을 자동납부하던 기존 고객은 계속 자동납부를 할 수 있다.

    영문을 모르는 소비자는 새로 카드를 발급받거나 기존 카드를 교체하면 카드사가 아니라 이통사를 반드시 통해야 한다. 이통사가 이 과정에 카드결제 대신 계좌이체를 권유하는 일도 빈번할 것으로 카드사는 내다본다. 카드수수료율 인상이 본격화하자 이통사는 카드결제에서 계좌이체로 변경하면 혜택을 준다는 식의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 중단이 아니라 종료 수순을 밟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2013년에도 이통사가 반년 넘게 자동납부 접수대행 제휴를 재개하지 않아 카드사로 관련 민원이 빗발쳤었다. 또 이동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의 경우 끝내 재개를 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고객을 볼모로 카드사를 길들이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실력행사에 나선 이통사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와 가맹점 간 수수료 협상이 종료되는 대로 실태 점검을 시작해 위법사항이 확인되는 경우 엄정조치하겠다고 두 차례에 걸쳐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특히 이통사를 콕 찍어 ‘카드사의 마케팅 혜택을 집중적으로 누리는 데 반해 우월한 협상력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율을 부담해 왔다’고 일갈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낸 업종별 카드수수료 수입 대비 경제적 이익 제공 현황을 보면 이통사가 143%로 가장 높았다. 특히 LGU+는 194%, KT는 165%에 달했다. 수수료 수입 대비 경제적 이익 제공 비율이 높다는 것은 이들 가맹점이 지불한 서비스 비용 대비 많은 혜택을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통사의 요구로 카드사가 해외여행 경비를 제공한 사례도 적발됐다.

    다만 이통사의 압박이 현대·기아자동차와 같이 가맹점 계약해지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통사 관계자는 “원만한 합의를 위해 협상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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