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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삼성, 노조 설립 막으려 비상상황실 ‘워룸’ 운영...'문제인력' 백과사전까지 작성”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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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3-13 07:09:14

    © 연합뉴스

    계열사서 10여명 파견…임원 평가 항목엔 ‘비노조 실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요주의 인물 ‘백과사전’도 제작
    이건희 회장에 보고…삼성전자서비스 등 협력사에 전파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노조 설립을 막고 파괴하기 위해 비상상황실인 '워룸'을 운영하면서 노동조합 설립 주동자를 ‘문제인력’으로 관리하고 퇴직을 유도하는 등 노조 활동을 조직적·체계적으로 방해하려고 만든 문건을 검찰이 공개했다.

    검찰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삼성 노조와해' 의혹 공판에서 삼성 내에서 작성된 각종 노사 전략 문건들을 공개했다.

    이들 문건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단계별로 ▲ 문제인력 동향 파악 ▲ 주동자 면담·설득 ▲ 외부 세력 연계 차단 등의 방안을 계획했다.

    일단 노조가 설립된 뒤에는 교섭 개시를 최대한 지연시키고, 교섭 개시 이후에도 실무 협상을 통해 본 교섭을 최대한 지연시키라는 전략을 세웠다.

    큰 틀의 대응 전략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SMD)는 '문제인력' 개개인에 대한 백과사전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과사전에는 문제인력들의 개인 취향과 사내 지인, 자산, 주량까지 꼼꼼히 기재했다. 삼성그룹은 이를 '우수 사례'로 꼽으며 다른 계열사들에 소개했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핵심적인 동향 관리 대상자를 지정해 각 계열사로부터 계속 보고를 받았다”며 “사업별 복수노조 대응태세 점검, 노동법 개정 추진 등 노조 와해 방안은 이건희 회장에게까지 보고됐다”고 밝혔다.

    노조 설립 시도가 다른 계열사에 비교해 잦았던 삼성 SDI의 경우 '관심 인물 계보도'를 작성해 관리하기도 했다.

    SDI가 2012년 노사 전략을 위해 작성한 '비노조 경영 수호를 위한 수성(守城)'이란 제목의 문건도 공개됐다. 이 문건에는 "비노조 경영 수호는 사느냐, 죽느냐, 조직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며 ▲ 지휘부 재무장 ▲ 병력 재정비 ▲ 성문과 진지 보수 ▲ 민심 지배 ▲ 기습 공격 대비 ▲ 역공 시도 등의 전략이 담겼다.

    검찰이 이날 공개한 다른 전략 문건에서는 노조 설립에 대비한 '인프라' 보완 방안도 드러났다.

    예를 들어 외부 세력 유입에 대비해 출입문 문설주 높이를 2m 이상으로 보완하라거나, 노조 설립 후 사내에 CCTV를 설치하면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으니 설립 전에 CCTV를 추가 설치하라고 당부했다. 고공농성 등을 통해 이슈화할 수 있다며 주요 생산 시설의 건물 옥상에 노조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차단책을 세우라는 당부도 담겨있었다.

    삼성그룹은 임원들이 비노조 경영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인사 평가 근거로 삼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총 100점 중 비노조 실천 노력과 관심도에 15점을 배정하는 식이다. 만일 노조 설립 등 '사고'가 발생하면 감점하게 해 임원들이 조직 관리에 만전을 기하게 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이 같은 그룹 차원의 방안은 삼성전자서비스는 물론 협력사들에도 전파됐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서비스가 만든 ‘상황별 대응 시나리오’ 문건을 보면 노조 설립 의도가 담긴 e메일을 누군가 보낼 경우 본사와 지사, 협력사 등이 긴급보고체계를 가동하고 e메일을 보낸 사람은 징계사유를 추출해 퇴직을 유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삼성 측은 미래전략실에서 이 같은 문건들을 만들었더라도 삼성전자서비스에 시행하도록 전달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또 이 문건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 사건을 수사하던 중 찾아낸 것들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라고 삼성 측은 주장하고 있다. 이 의장을 비롯한 삼성전자서비스 전·현직 임원 등 32명은 노조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고 일부 협력사를 폐업하게 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 측 서류증거 설명을 들은 뒤 다음 공판 기일에 이에 대한 피고인들의 입장을 들을 계획이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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