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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김유신 장군묘 비석, 관광객 흥미위주 물세례에 수난.. “불경한 짓” 비판


  • 서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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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3-08 08:09:43

    [베타뉴스=서성훈 기자] 김유신 장군묘의 비석이 관광객들의 지속적인 물세례로 훼손되는 등 수난을 당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비석에 물을 뿌리면 한자가 바뀐다고 소개한 뒤 이 같은 비상식적인 일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 이에 김해김씨 종친회 등 후손과 관계당국은 “불경한 짓”이라며 하지 말아 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8일 베타뉴스와 황성신문이 공동 취재한 결과 최근까지 경북 경주시에 소재한 김유신 장군묘의 비석이 일부 관광객들의 물세례로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객들이 陵(릉)이 墓(묘)로 바뀌는 현상을 확인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물을 뿌려 현재 비석의 50%가 색이 변한 상태다. 또 비석 밑 부분은 많은 물로 인해 검은색 곰팡이까지 끼어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예능 프로그램이 김유신 장군묘의 비석을 흥미위주로 소개해 생겼다.

    제보자에 따르면 수년전 한 예능 프로그램(공중파)이 “물을 뿌리면 글자가 변하는 비석이 있다, 없다”는 질문으로 시작해 “있다”고 답하는 형식으로 소개했다. 다른 예능은 비가 오면 글자가 바뀌는 신기한 현상으로 방송했다.

    예능에서 소개된 것과 같이 김유신 장군묘의 비석은 글자가 변하는 것도 아니며 신기한 자연현상도 아니다.

    신라 흥덕왕이 김유신 사후에 그를 흥무대왕으로 추봉함에 따라 1934년경에 비석이 만들어 졌다. 이 당시 한자를 興武王陵(흥무왕릉)으로 새겨 넣기 위해 제작 작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끝 글자를 墓(묘)로 잘못 새겨 넣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오자 墓(묘) 부분을 메꾸고 陵(릉)으로 바로 잡아 놓은 것 뿐이다.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이 이 같이 아픈 사연을 감안하지 않고 흥미위주로 다뤄 매일 관광객들이 찾아와 물세례를 가하고 있다.

    관광객들의 비상식적인 행태와 비석 훼손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자 김해김씨 종친회와 후손들이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김해김씨 가락중앙종친회 관계자는 “성스러움과 경건한 마음으로 예를 드려야 하는 게 정상”이라며 “예능에서 흥미위주로 다뤄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 물을 뿌리는 행위를 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취재당시 현장에서 만난 김해 김씨 후손 A씨는 “비석에 물을 뿌리는 것은 불경한 짓”이라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비석을 훼손하는 것은 그만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유신 장군묘의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경주시는 “묘의 부속물이기 때문에 문화재로 봐야 한다”며 “앞으로 물을 뿌리는 행위가 재발 하지 않도록 순찰을 자주 돌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일부에서는 “삼국통일의 주역 김유신 장군의 업적과 기개를 본받겠다는 마음으로 찾는 게 정상인데 아무생각 없이 찾아 재미삼아 물을 뿌리는 행위는 성숙한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유신 장군묘는 사적으로 지정돼 있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보호 받고 있다. 또 앞에 위치한 비석은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 않지만 문화재보호구역에 있기 때문에 문화재에 준하는 관리와 대우를 받고 있다.


    베타뉴스 서성훈 기자 (ab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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