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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람코 독식 국내 정유사 지분 이대로 좋을까?...에쓰오일에 현대오일뱅크까지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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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1-28 22:28:24

    현대중공업지주가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지분의 20%가량을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아람코에 매각하기로 했다. 이번 투자계약으로 아람코는 국내 정유업계 3·4위인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S-Oil)을 양손에 쥐게 됐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줄여오던 한국 정유업계에 사우디 입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8일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매각하는 1조8000억원 규모의 ‘상장 전 지분매각 투자계약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이 성사되면 아람코는 현대중공업지주(71.2%)에 이어 현대오일뱅크의 2대 주주가 된다. 글로벌 조선업황 하락으로 주력 계열사 현대중공업 실적이 악화돼 재무구조 개선이 절실했던 현대중공업지주와 원유 판매선을 늘리기를 원하고 있는 아람코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오일뱅크를 상장해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상장이 지연된 데다 실적도 좋지 않아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공개 대신 상장 전 지분매각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현대오일뱅크 영업이익은 6610억원으로 전년 대비 41.9% 줄었다.

    이번 투자계약은 “좋은 가격에 잘 팔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시장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가치를 약 7조5000억~8조원 수준으로 평가했으나 아람코는 약 10조원으로 산정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사우디 최대 조선소 건립 등 대형 프로젝트를 아람코와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현대오일뱅크도 아람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석유화학과 유전개발 등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매각이 성사되면 국내 4대 정유사 중 SK에너지를 제외한 3개사에 모두 외국계 대주주가 들어서게 된다. 업계 2위인 GS칼텍스는 미국 셰브론과 GS에너지가 지분을 절반씩 갖고 있다. 아람코는 4대 정유업체 중 2곳의 대주주로 국내 업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람코는 1991년 쌍용정유(현 에쓰오일)를 사들여 한국에 진출했고 2015년 지분율을 63.4%로 끌어올렸다.

    현대오일뱅크는 에쓰오일처럼 아람코에 물량 전부를 의존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우수한 정유설비를 기반으로 불순물이 많은 멕시코 등지의 원유를 저렴하게 들여온 뒤 정제해 높은 부가가치를 올려왔던 전략에는 영향이 불가피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가 수입하는 원유 중 중동산 비중은 약 60%선으로 국내 전체의 중동산 수입비중(73.5%)보다 낮다. 또 수입량 중 약 10%를 사우디산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중동산 원유 중에서 아람코 원유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공급선을 조정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유시장 상황에 따라 아람코가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에 불리한 원유공급가를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 정세 등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공급선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에쓰오일은 원유전량을 사실상 사우디로부터 도입하고 있다. 에쓰오일의 최대주주는 아람코의 자회사 AOC(Aramco Overseas Company B.V)다. AOC는 에쓰오일 지분 63.4%를 보유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아람코로부터 원유를 도입해 가공한 완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9월 기준 최상위 지배기업인 아람코와의 거래에서 원유 매입과 관련, 총 13조1천992억원의 매입액이 있다고 신고했다. 또, 원유 평균 도입가격은 FOB 선적 기준 작년 1분기 65.68달러($/bbl), 2분기 74.36달러, 3분기 77.43달러라고 밝혔다.

    FOB는 제품가에다 내륙운송비, 수출항구 선적비까지만 포함된 수치다. 업계에서는 내륙운송비 및 수출항구 선적비용을 평균 배럴당 1달러로 측정한다. 24일 환율(1천129.50원)을 기준으로 단순계산하면 지난해 3분기까지 사우디 원유 1억6천356만 배럴을 수입, 이에 OSP로 총 3천44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수입처 다변화를 하지 못한 에쓰오일은 '아시아 프리미엄' 값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5천804억원)의 절반가량을 지불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안정성을 위해서는 수입 다변화가 필수적임에도 에쓰오일은 지배구조 탓에 수입선을 단일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 관계자는 "에쓰오일은 아람코와 장기 원유 도입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공급 계약이 가능해졌다"며 "원유도입 평균 가격에는 다양한 부문의 비용이 포함돼 있는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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