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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온그룹 한국미니스톱 매각, 롯데 신동빈과 협상 뒤 철회 선언 왜?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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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9-01-28 00:00:22

    한국미니스톱 공개매각이 중단됐다. 편의점 업계 5위인 미니스톱 인수전에는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사모펀드 등이 뛰어들어 업계 지각변동이 예상됐지만 한국미니스톱이 매각 대신 자체 운영으로 방향을 틀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미니스톱을 운영하는 일본 이온(AEON)그룹이 한국미니스톱 매각 계획을 철회했다. 이온그룹은 한국미니스톱 지분 76.06%를 보유한 대주주다.

    지난 26일 후지모토 아키히로 일본 미니스톱 사장 등 이온그룹 관계자들은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났다. 이번에 방한한 이온그룹 관계자들은 롯데 측에 매각 철회에 대한 본사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미니스톱 매각은 지난해 11월 시작됐지만 두 달 이상 지연됐다. 롯데그룹(세븐일레븐)과 신세계그룹(이마트24), 사모펀드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가 입찰에 참여했고, 롯데 측은 최고액인 4000억원대 중반 금액을 입찰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온그룹과 롯데 측은 해를 넘기도록 계약을 진행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일본 이온그룹과 롯데가 끝내 매각가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 측이 최고액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영 상황이 급변해 이온 측이 미니스톱 가치를 더 높게 판단했다는 것이다.

    롯데그룹이 인수했다면 CU(1만3169개 점포)와 GS25(1만3107개 점포)의 2강 체제인 국내 편의점 판도가 3강 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세븐일레븐과 미니스톱의 점포 수는 각각 9555개, 2500여 개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니스톱이 어디에 인수된다 해도 업계에는 상당한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며 "매각 무산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편의점을 유치하려는 업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편의점 본사와 가맹점주는 프랜차이즈 계약 기간을 통상 5년으로 잡는다. 5년이 지나면 점주가 본사와 계약을 연장할지, 다른 편의점과 신규 계약할지 결정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이나 이마트24가 미니스톱 인수에 더 큰 금액을 베팅하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편의점 점포는 대부분 가맹점이다.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가맹계약은 5년마다 갱신해야 한다. 거액을 써내 2500개 점포를 인수해도 가맹점주들이 계약 만료 후 타 편의점 브랜드로 교체하면 가맹점포 수가 줄어든다.

    한국미니스톱 인수를 위해 `실탄`을 준비했던 기업들은 타 브랜드 가맹점주에 기존보다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며 점포 수 늘리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미니스톱 인수전이 ‘다크호스’ 글랜우드PE가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도 간과하기 어렵다. 글랜우드PE는 2014년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2남1녀 중 막내아들인 이상호 대표가 취임한 이후 급성장세를 보이는 사모펀드다. 2014년 동양매직을 3000억 원에 인수해 약 2년 반만에 SK네트웍스에 6100억 원에 매각함으로써 약 3000억 원의 차익을 남겼으며, 2016년에는 한라시멘트를 약 6300억 원에 인수해 1년 만에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PEA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약 14%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지난해 12월 편의점 업계에서 과다한 근접 출점을 자제하겠다는 자율규약을 내놔 이미 신규 출점은 쉽지 않다. 업계에서는 미니스톱의 대주주인 일본 이온그룹과 내부 임직원들이 롯데와 신세계보다는 글랜우드PE에 매각되기를 원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두 유통 대기업에 인수될 경우 미니스톱 브랜드가 타 브랜드에 흡수돼 사라지고, 이 과정에서 상당수 임직원이 구조조정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글랜우드PE가 주인이 되면 미니스톱 브랜드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물론 인력 구조조정도 최소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전 승패를 가를 가장 큰 요인은 당연히 인수가액이며, 판매자 측은 4000억 원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인수자 측은 3000억 원대를 써낸 것으로 추정된다”며 “롯데 혹은 이마트가 글랜우드PE가 제출한 금액과 크게 차이 나는 금액을 써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글랜우드PE가 최종 승자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미니스톱은 오는 30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3회에 걸쳐 `창업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지난해 매각 본입찰을 진행한 이후 처음으로 여는 대규모 설명회다. 이 자리에서는 매각과 관련한 내용을 가맹점주와 예비 창업자에게 설명하고, 바뀌는 본사 방침 등에 대한 내용을 가맹점 경영주에게 안내할 예정이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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