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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구조조정 역량한계 돈만 퍼줘 '세금 먹는 하마'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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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12-12 01:51:56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 연합뉴스

    산업은행은 이달 안에 한국GM에 3억7500만달러(4200억원) 자금 지원을 집행해야 한다. 산은은 지난 5월 GM이 10년간 한국을 떠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7억5000만달러(8400억원)의 시설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이미 투입한 3억7500만달러를 뺀 나머지 자금을 올 연말까지 추가로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산은은 한국GM의 연구·개발(R&D)법인 분리 작업과 관련, GM 본사와 소송 중이다.
     
    GM이 R&D 투자에만 집중하면 대규모 생산직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지는 탓에 산은은 법인 분리 작업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지만, GM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어서다. 그동안 ‘외국 기업을 위해 혈세는 썼지만, 일자리를 얻었다’고 설득해 온 산은 입장에선 나머지 자금 지원을 집행하기도 어렵게 됐다. 그렇다고 자금을 지원하지 않으면 GM 측이 계약 파기를 이유로 한국 철수를 선언할 수도 있다. ‘외통수’에 갇힌 것이다.
     
    부실 기업 정상화는 더딘 가운데, 이들과 경쟁하는 다른 기업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조선·해운업 등 취약 산업 전체로 위기가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 힘든 상황에서 국가 지원을 받는 기업과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불만이다.
     
    지난해 11월 해외 석유·가스 전문지 업스트림은 대우조선이 러시아 북쪽 바렌츠해에 설치되는 FPSO(부유식 원유 생산 저장 설비) 계약에서 삼성·현대중공업에 비해 1억 달러(1100억원)가량 낮은 가격에 입찰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 보도를 예로 들며 “대우조선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저가 입찰’에 들어오다 보니,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조선업체만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 일각에선 그동안 산업 구조조정의 핵심 역할을 해 온 산은의 역량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모펀드(PEF) 등 민간 자본시장이 성숙해 있지 못하다 보니, 산은이 구조조정 기업을 계속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민간 종합병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군 의무대에만 중환자가 몰리는 꼴이다.
     
    민간 자본시장과 달리 산은이 집행하는 정책자금은 결국 국민 세금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의 입김’이 기업 구조조정에 개입하게 된다. 현대상선·대우조선 등 산은이 주도한 부실기업 회계 실사 결과가 실사를 할 때마다 달라지는 배경에도 정치 논리가 개입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산은은 관료를, 관료는 정치권을, 정치권은 지역 민심과 노동조합 등을 의식하다 보니, 산은에 일감을 받아 실사 업무를 하는 회계법인마저 여론에 휘둘리게 된다”며 “혈세를 조금만 투입해도 부실기업이 살아날 것이란 장밋빛 실사보고서가 종종 나오게 되는 이유”라고 귀띔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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