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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찬 제주항공 부회장 석연찮은 '사임'... 애경그룹 '사위의 한계'?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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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12-06 02:49:26

    ▲ 안용찬 제주항공 부회장 © 연합뉴스

    제주항공[089590]은 최근 안용찬(60) 부회장(대표이사)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6일 밝혔다. 갑작스런 안 부회장의 사임 소식에 증권가와 업계에서는 안 부회장이 오너 일가와의 경쟁에서 밀린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안 부회장이 사임함에 따라 제주항공은 현재 안 부회장과 이석주 사장 복수대표 체제에서 이석주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된다.

    안 부회장은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의 사위다.1987년 애경산업에 입사해 애경화학 이사, 애경유화 상무·전무, 애경㈜ 사장, 애경그룹 생활ㆍ항공부문 부회장을 거쳤고 2012년부터 제주항공 대표이사로 일했다.

    제주항공은 안 부회장이 34년의 직장생활 중 23년을 대표이사로 일했고, 그룹사가 어려울 때 경영을 맡아 궤도에 올려놨다고 소개했다.

    제주항공은 안 부회장이 "목표한 바를 이뤘고,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려 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안 부회장이 평소 환갑에 퇴임하는 것이 목표라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고, 제주항공의 실적이 좋은 지금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안 부회장이 제주항공을 독자적으로 경영하게 될 것이라는 성급한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물러나게 돼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안 부회장이 제주항공의 경영권을 갖고 독립하는 데는 결정적인 걸림돌이 있다. 안 부회장이나 아내인 채은정 부사장이 경영권을 가질만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

    제주항공의 지분구조를 보면 애경그룹 지주회사인 AK홀딩스가 56.94%를 갖고 있고 안 부회장의 지분율은 0.59%에 불과하다. 채은정 부사장은 아예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또 제주항공을 지배하고 있는 AK홀딩스의 최대주주는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채형석 부회장으로 16.14%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채은정 부사장의 지분율은 3.85%에 그친다.

    지분율로 보면 안 부회장·채 부사장 부부의 독립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한편 공교롭게도 지난 3일 애경그룹이 항공사업부문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를 모두 오너일가로 채웠다. 그룹의 주력으로 떠오른 항공산업을 오너일가가 직접 챙기겠다는 의도다.

    애경그룹은 3일 그룹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대표이사 신규 선임 2명을 포함해 총 20명의 임원이 승진 및 이동 발령됐다. 이번 인사에서 장우영 애경PNT 전무가 제주항공의 자회사인 제이에이에스(JAS)의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제이에이에스는 제주항공 올해 2월 출범시킨 지상조업 자회사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0월 인수한 동보공항서비스의 이름을 제이에이에스로 바꾸고, 국내 저비용항공사 최초로 지상조업 자회사를 운영하게 됐다. 지상조업회사는 항공사의 승객, 화물 등 지상업무를 지원하는 회사로 항공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꼭 필요한 회사다.

    이로써 애경그룹 항공사업부문의 수장은 모두 오너일가로 채워졌다. 신임 장 대표이사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조카다. 장 회장의 넷째 오빠인 장위돈 전 서울대 교수의 아들이 장 신임 대표다. 1968년생인 장 대표는 1998년 애경산업에 입사한 뒤 화장품사업부장(상무보), 경영지원부문장(전무), 애경PNT 관리담당(전무) 등을 역임했다.

    제주항공 내부사정에 밝은 항공업계 관계자도 "안용찬 부회장이 애경산업에서 손을 떼는 등 맡은 분야가 적어졌다"며 "이를 제주항공에 집중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제주항공에 영향력을 확대한 것일 수 있지만, 관여하는 부문이 줄어 오히려 그룹 내에서 위상이 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제주항공 임직원들과 접촉해보면 (안용찬 부회장이) 사위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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