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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 회장 채용비리 재수사 하라"...KB국민은행 노조가 왜?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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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12-01 14: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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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 2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가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노조 국민은행지부
    "오 팀장은 지원자 김아무개를 합격시키라는 것이 KB금융지주 회장 및 KB국민은행장을 겸임하고 있던 윤종규의 지시이자, 자신의 인사평정권자인 피고인 권아무개의 지시라고 인식했다. 그는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인사 및 보직 등 각종 처우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김아무개를 합격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이는 KB국민은행 노조가 공개한 1심판결문의 일부다. 지난 2015년 오 팀장이 당시 인력지원부장이었던 권아무개씨로부터 청탁지원자 김아무개씨에 대한 메모를 받았다. 여기에는 '회장님 각별히 신경'이라는 메모가 적혀있었다는 내용도 판결문에 담겨있다. 노조는 "윤 회장이 부행장을 통해 인력지원부장에게 전 사외이사 아들의 이름이 적힌 청탁메모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0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이하 노조)는 "검찰이 주장했던 윤 회장의 불기소이유가 1심 재판과정에서 모두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노조는 "윤 회장을 구속 기소해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자기들 회장을 수사하라고 대검찰청에 항고할 정도로 사안은 중대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사실 윤 회장과 노조와의 사이는 처음부터 삐걱댔던 이유도 있다. 노동이사제를 둘러싸고 윤 회장이 노조가 추천한 이사를 거부했던 것.
     
    다음은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KB국민금융 노사가 첨예하게 부딪친 지난 해 11월 임시주총장 광경이다.
     
    “이의 있습니다, 이의 있습니다!” “안건 보고는 끝난 다음에 말해!”
     
    늘 조용하던 은행 건물 안에서 고성이 오갔다. 지난 해 11월 2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임시주주총회 현장에서다. 이날 주총에서 100석이 넘는 좌석은 주총이 열리기 한 시간 전부터 꽉 찼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의사진행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자 주주석에서 고함이 터져나왔을 정도다. 주총 4개 안건 중 논의의 중심에 있던 것은 노동조합이 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안이었다. 앞서 KB국민은행 노조는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주주 제안을 통해 주총 안건에 올렸다.
     
    대표이사에게 집중된 권한을 견제하고, 대표이사로부터 독립적인 의견을 내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해 지배구조를 더 건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노조 추천 인사를 사외이사로 넣는 ‘노동이사제’가 주총장에 안건으로 올라와 논의되는 것은 국내에서는 첫 사례라 큰 관심을 모았다.
     
    노조 제안 사외이사 선임 건을 놓고 주주들의 날선 의견이 오갔다.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현재 KB금융의 대표이사가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 참여하도록 돼 있어 사외이사들이 안건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어렵고 실제로 안건에 반대한 사례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 제안으로 추천된 사외이사 선임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의 투명성, 주주 이익 실현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주주도 “이 안건은 노동자만 위하는 ‘노동’이사제라기보다 기업 경영의 독재적 구조가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는 제안”이라고 말했다. KB금융 전체 주식의 9.79%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주총에 앞서 이 안건에 찬성 입장을 내기로 결정한 것이 설득력을 더했다.
     
    하지만 또 다른 주주는 “현재 KB금융 이사회는 경영이나 회계, 재무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고 합리적 의사결정이 내려질 만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며 “하승수 후보의 약력도 훌륭하나 지금 이사회의 전문성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KB금융 주식의 70%가량을 보유한 외국인 주주들도 노동이사제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결국 다수 주주의 반대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안은 부결됐다.
     
    KB금융 주총을 계기로 노동이사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 거세게 일게된다.
     
    윤종규 회장은 이날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노조의 제안이 자칫하면 노조 이익만을 위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니 어떻게 기업가치를 증진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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