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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한국 최후의 '보루' 반도체, 美ㆍ中 거센파고 넘을까?


  • 조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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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11-17 11:44:10

    최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차세대 D램인 DDR5 개발에 성공하는 등 미래 D램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은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순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인한 '불똥'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가 16일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반도체 업체 3곳에 대한 반독점 조사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다고 밝혀 파장이 일 전망이다.

    이날 관영 매체인 중국망에 따르면 우전귀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반독점국장은 국무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들 3개 업체에 대한 조사를 통해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한 증거를 다량으로 얻었다"고 말했다. 우 국장은 "반도체 회사들의 시장지배적 지위와 행위에 대해 연구·조사를 실시한 후 법에 의한 처리를 함으로써 공정경쟁을 지키고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당국이 세 업체에 대한 반독점조사 사실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급기야 중국 반도체를 정조준했다. 미 상무부가 지난 10월 중국 D램 업체 푸젠진화에 반도체 장비·소재 수출을 막은 것이다. 푸젠진화의 새로운 칩 제조 능력이 자국의 군사 시스템용 칩 공급 업체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푸젠진화는 내년부터 D램을 양산할 예정이었다. 지난 4월 통신장비업체 ZTE에 이어 푸젠진화가 미국의 두 번째 공격 대상으로 찍힌 셈이다.

    미중 틈 바구니 속에서 과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이 파고를 넘을 수 있을까?

    우리의 불안은 반도체 분야 미중 분쟁의 불똥이 국내 업체로 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미중 간 공방전은 확전 양상이 뚜렷하다. 지난 7월 미 반도체 기업 퀄컴이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업체 NXP 인수를 포기하자, 미 사법부는 기술탈취 시도를 이유로 푸젠진화에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이런 와중에 다음달 1일에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만난다. 정황상 양국 정상이 타협을 모색할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 중국은 반독점 조사를 지렛대로 강온 양면 전략을 쓸 공산이 적지 않다. 메이저 반도체 3사가 마치 가격 담합을 모의한 듯한 뉘앙스의 중국 당국자 발언도 미국에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중국이 반독점 칼날을 마이크론에 휘두르게 되면 삼성과 SK하이닉스도 악영향을 피해가기 어렵다. 재계의 한 임원은 “중국이 미국과 확전을 원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는 하지만 마이크론과 푸젠진화 간 지적 재산권 침해 등을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어 사태 향방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이 미국에 고개를 숙이더라도 한국 업체에 대한 몽니는 인력 빼가기 등의 형태로 계속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업체들이 중국 반독점국 판정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까닭은 중국이 한국 반도체의 `큰손`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코트라 등에 따르면 작년 기준 중국 메모리 반도체 수입액은 총 886억1700만달러(약 100조485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52.3%인 463억4800만달러(약 52조3268억원)어치가 한국산이었다. 대만산 197억300만달러(22.2%), 일본산 57억5800만달러(6.5%)를 합한 것보다 큰 금액이다.

    따라서 중국으로서는 무역 불균형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이 시급한 과제라는 평가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반도체는 인체의 심장과 같다"면서 "심장이 약하면 덩치가 아무리 커도 강하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국은 한국 업체 인력 빼가기, 법적 수단을 동원한 견제, 막대한 자국 산업 투자라는 3가지 카드를 동원해 한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했다. 5월부터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전 세계 시장에서 95%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반도체 3사에 대해 가격 담합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최대 8조6000억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은 중국에 대한 맞대응 보복을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있지만 우리 반도체 업체는 정부의 보호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한편 뉴욕증시에서 주요 지수는 16일 반도체주 주가 부진 여파로 하락 출발했다.

    이날 오전 9시 39분(미 동부시간) 현재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17.57포인트(0.46%) 하락한 25,171.70에 거래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15.26포인트(0.56%) 내린 2,714.9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81.96포인트(1.13%) 하락한 7,177.07에 거래됐다.

    시장은 엔비디아 등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와 미국 경제지표, 중국과의 무역협상 관련 소식 등을 주시했다.

    전일 장 마감 이후 실적을 발표한 엔비디아 주가가 폭락하면서 반도체주 전반이 불안한 모습을 나타냈다.

    엔비디아는 시장 예상보다 다소 부진한 3분기 매출, 기대보다 낮은 4분기 매출 전망을 내놨다. 게임과 가상화폐 관련 매출이 줄어든 데다, 재고가 증가한 점이 둔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수요 둔화, 재고 증가 문제는 최근 꾸준히 시장 불안을 자극했던 요인이다.

    엔비디아 주가가 개장전 거래에서 17% 넘게 폭락했고, 다른 반도체 기업인 AMD 주가도 6% 이상 내렸다.

    반도체주 중심의 상장지수펀드(ETF)인 '반에크 벡터 반도체 ETF(SMH)'도 개장전 4% 가까이 내렸다.


    베타뉴스 조창용 (creator2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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