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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화 시작된 중소 TV 시장···‘음질·기능 대기업 수준 끌어올린다’


  • 이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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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9-17 16:46:31

    중소기업 TV의 프리미엄화가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대부분의 중소 브랜드 TV가 삼성이나 LG에서 제조한 패널을 사용하며 제조 기술의 상향 평준화가 된 요즘, '화질'이라는 표어만으로는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가 어려울 터.

    중소기업 TV가 프리미엄 TV로 차별화 방향을 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겠다.

    첫 번째는 가격이다. 삼성, LG 등 대기업 프리미엄 TV의 가격이 계속 낮아지며 중소기업 TV가 내세우던 '가격 대 성능 비'는 과거보다 퇴색된 모습이다.

    두 번째는 부쩍 올라간 소비자의 눈높이다. TV의 기능, 예컨대 스마트 OS나 HDR, 편의 기능 등의 활용성이 높아지며 프리미엄 TV의 가치가 상승한 것이다. 과거의 TV가 지상파 방송을 수신하는 정도에 그쳤다면 현재의 TV는 다양한 홈엔터테인먼트의 중심에 있다.

    그렇다면 현재 TV의 대형화 및 프리미엄화에 가담한 중소기업들은 어떠한 변화를 급선무로 삼고 있을까? 대표적인 중소기업 TV 브랜드를 살펴보면 그들의 우선순위는 '사운드'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화질은 물론 소비자의 귀까지 사로잡으며 대기업 TV 못지않은 다양한 부가 기능으로 만족감을 전달한다는 전략이다.

    ▲ 현재의 TV는 홈엔터테인먼트의 중심에 있다.

    ■ 프리미엄 시장 공략의 첫 번째 승부수, 사운드

    프리미엄 TV로의 변모를 꿈꾸는 중소기업 TV가 대기업 TV와 틈을 좁히지 못하는 대표적 한 가지를 꼽자면 '사운드'일 것이다. 중소기업 TV를 구매한 다수의 소비자는 대화면 고해상도에 어울리지 않는 빈약한 사운드로 몰입감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의견이 많다.

    실구매자인 쇼핑몰 후기를 살펴보면 '큰 화면에 비해 소리는 매우 작다', '마치 핸드폰 스피커에서 울리는 것 같은 앵앵거리는 소리가 난다', '배우들의 목소리가 선명하지 않다', '영화에서 효과음이 잘 들리지 않아 몰입도가 떨어진다' 등 중고기업 TV 구매자의 다수는 사운드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몇 달 전 중소 브랜드 TV를 구매한 박승현(서울, 48) 씨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매장에서 직접 보니 대기업 제품과 화질 차이가 없는 것 같아 장만했는데, 직접 써 보니 소리가 가볍고, 싸구려 스피커에서 나오는 것 같은 음질에 매우 실망했다"라며, "저음이 빈약해 배경음악과 효과음 전달력이 부족하며,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흥미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중소 브랜드TV는 가성비는 뛰어나지만 음질(사운드)에서는 아쉽다는 평이 많다.

    실제로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고화질, 대화면과 함께 웅장한 사운드와 섬세한 해상력의 음질은 영상 몰입감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영화라도 극장에서의 감동이 큰 이유는 대화면과 함께 가슴 속까지 파고드는 강력한 사운드에 있다. 스포츠 중계나 콘서트와 같은 영상에서는 현장감이나 생동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사운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소 브랜드 TV 구매자 중 사운드바를 별도로 구매하는 경우도 함께 늘고 있다. TV 아래 놓고 쓸 수 있는 사운드바는 특별히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해상력과 중저음 출력 특성이 뛰어나 중소 브랜드 TV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음질을 중시하는 AV 마니아가 많이 찾는 아이템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 TV도 벽걸이형, 액자형 등 그 두께가 얇아지면서 사운드바를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추세이다. 하지만 제품에 따라 수십만 원 하는 사운드바를 별도로 구매해야 하고, 초보자 입장에서는 따로 설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며, 문제 발생 시 TV와 별개로 A/S를 처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 부족한 음질을 채우기 위해 TV 밑에 두고 쓸 수 있는 사운드바가 동반 인기를 얻고 있다.

    TV 제조사가 직접 고품질의 사운드를 구현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다. 패널과 AD 보드로 이루어진 영상 출력부와 달리 사운드는 또 다른 전문 영역이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이 쉽지 않은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사운드 엔지니어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으며, 점점 슬림화되는 TV 특성상 제한된 공간 내에서 고품질의 사운드를 구현하기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 유명 업체와 기술 제휴로 프리미엄 이미지 강화

    그런데도 사운드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가격' 하나만으로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탓에 수익성도 크게 떨어졌다. 그래서 몇몇 중소 브랜드 TV가 먼저 시도한 것이 앞서 설명한 TV의 프리미엄화다. 합리적 가격을 유지함과 동시에 보다 나은 품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시장 흐름을 이어가고, 고객에게 더 큰 만족과 가치를 제공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 대표적인 업체로 대우루컴즈가 있다. 대우전자 모니터사업부를 모태로 시작한 대우루컴즈는 사운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체적인 기술 개발보다는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 오디오 업체와 기술 제휴를 통해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 대우루컴즈는 하만카돈 오디오 기술을 TV에 적용,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다.

    대우루컴즈가 손을 잡은 곳은 오디오계의 명품 브랜드로 잘 알려진 하만카돈(harman/kardon)이다. 물론 대우루컴즈는 서울 서초에 자체 R&D 센터를 가지고 있지만 더욱 높은 품질의 사운드를 제공하기 위해 유명 오디오 업체의 기술을 선택했다. 또한 글로벌 대기업 제품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하만카돈 오디오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중소기업 선두주자로서 자리를 확고히 다지겠다는 것이 대우루컴즈의 전략이다. 대우루컴즈는 하만카돈의 오디오 기술이 탑재된 49형 및 55형 UHD TV를 곧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 하만카돈 기술에 HDR, 넷플릭스 및 유튜브까지

    하만카돈은 하만 인터내셔널 그룹 산하의 가정 및 차량용 오디오 브랜드이다. 차량 운전자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정도로 카 오디오 분야에서는 이름 꽤 알려졌다. PC를 위한 데스크톱 기반의 스피커로 '사운드스틱'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하만카돈의 카 오디오 제품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BMW, 랜드로버, 도요타자동차, 닛산, 크라이슬러 등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에 공급되고 있으며, ASUS, ACER, HP 등 노트북에도 하만카돈의 오디오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대우루컴즈는 'Direct PRO Harman Kardon'이라는 이름으로 프리미엄 TV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다. 모델명에도 하만카돈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 고품질 사운드TV를 강조했다. 49형과 55형 대화면에 걸맞게 4k 해상도를 지원한다.

    ▲ 대우루컴스가 출시 예정인 'Direct PRO Harman Kardon' 프리미엄 TV. 디스플레이 하단에 하만카돈 오디오 기술이 적용된 스피커가 내장되어 뛰어난 사운드를 구현한다.

    디스플레이 하단에는 하만카돈의 튜닝을 거친 프리미엄 스피커 유닛을 탑재했다. 12W+12W 출력을 내 TV가 설치된 공간을 풍부한 사운드로 가득 채운다. 스피커 위치가 TV 뒤쪽 혹은 아래에 있는 타제품과 달리 'Direct PRO Harman Kardon'은 스피커 유닛이 전면을 향하고 있다. 소리의 직진성이 우수해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배우의 목소리가 분명하게 들린다. 작은 효과음도 상쇄됨 없이 그대로 전달해 현장감이 뛰어나며, 생동감 넘치는 시청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장점이다. 하만카돈 사운드바가 TV에 내장되어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 스피커는 전면부를 향하고 있어 사운드 전달력이 뛰어나다.

    사운드 외에 화질에서도 한층 진보된 모습을 보인다. 고가 제품에서 볼 수 있는 HDR(High Dynamic Range) 기술을 적용해 영상의 밝기와 명암의 차이를 보다 디테일하게 표현한다. 어두운 부분은 더욱 어둡게, 밝은 부분은 더욱 밝게 나타냄으로써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최대한 비슷하게 영상을 출력한다. NTSC 85%, Adobe RGB 89%, DCI-P3 87%의 높은 색 재현율을 지원해 자연스럽고 풍성한 색조를 표현한다.

    디자인도 프리미엄 모델에 부합하는 듯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기존의 블랙 컬러가 아닌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챠콜 그레이 컬러를 사용했으며, 메탈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럽다. 유니바디 스타일의 8mm 초슬림 베젤을 적용해 프리미엄 디자인을 완성했다. 이 밖에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내장해 콘텐츠 감상의 폭을 넓혔다.

    ▲ 디자인도 매우 고급스럽다. 기존 보급형TV와 달리 스탠드는 중앙에 있어 설치가 보다 자유롭고, 안정감을 더한다.

    ■ 시장 트렌드 잡아라, 중소기업 TV의 변화 기대돼

    치열히 경쟁하는 TV 시장에서 가격대비 우수한 성능과 함께 소비자 트렌드를 파악하고 이를 빠르게 제품에 적용하는 것이 중소기업 브랜드의 강점이라 할 수 있겠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 트렌드를 읽고 소비자의 요구에 대한 빠른 피드백은 곧 시장 점유율로 이어진다.

    현재 TV 시장은 화질에 대한 요구를 어느정도 충족하고 음질 경쟁으로 옮겨가는 모양새이다. 더불어 소비자는 여전히 대기업 TV 수준의 기능을 중소 기업 TV에서 바라고 있다.

    주목할 점은 어느 중소기업 브랜드가 이러한 변화를 빠르게 파악하고 민감하게 대응하냐는 점이다. 높은 품질의 사운드 구현은 비용이나 기술적 한계 등 상대적으로 기술적 열세에 처해 있는 중소 브랜드 TV 입장에서는 꽤 어려운 숙제다.

    곧 중소기업 TV 브랜드 저마다의 방식으로 프리미엄 TV를 외치게 될 시장에서, 어느 업체가 소비자의 요구를 가장 잘 읽어낸 제품을 내놓을 지 주목되는 바이다.


    베타뉴스 이진성 (mount@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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