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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친(정몽구)의 ‘패악’…아들(정의선)이 풀 수 있을까?


  • 정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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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8-14 06:51:11

    -현대차 ‘갑질주의보’…유성기업 사태 8년째 ‘공회전’
    -동반성장의지 전혀 없어...정몽구회장 등 ‘묵묵부답’

    “참석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정진행 사장의 말이다. 그는 4월 중순 첫 모임을 가진 4기 동반성장위원에서 한 언론사 기자에게 이같이 밝혔다.

    정 사장이 2011년 1기부터 2020년 4기까지 10년간 대기업 대표 동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자동차그룹의 동반성장 의지기 전혀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로 인해 현재 서울 양재동 현대차사옥 앞에서 천막 농성을 펼치고 있는 유성기업 해고노동자 사건이 다시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8년째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정진행 사장의 발언에 향후 돌파구 찾기가 수월치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몽구(맨위 사진 왼쪽) 현대차그룹 회장은 유성기업(회장 유시영)과 짜고 2011년 유성기업 직원들을 해고했다.

     

    (위부터)1박 2일간 천막농성 지원을 나온 유성기업 영동공장 소속인 주병희 복지부장이 40℃에 이르는 천막안 온도를 이기지 못하고 인근 가로수 그늘아래로 피신해 유성기업 관련 기사를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다.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유성기업은 현대차 1차 협력사로 아산공장과 영동공장에서 각각 피스톤링을 생산해 납품하고 있으며, 자회사인 동서공업과 와이엔텍에서 각각 피스톤과 실린더를 받아 완제품 실리더를 현대차에 공급하고 있다.

    유성기업은 협력사이지만, 피스톤링 등 자동차 핵심부품을 공급하고 있어 현대차에는 주요 협력사 가운에 하나이다.

    유성기업 노동조합은 2009년 임금과 단체협상을 통해 2011년부터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노조 측은 2011년 회사에 주간 2교대 시행을 요구했지만, 당시 원청사인 현대차가 불가 방침을 사측에 전달하면서 시행이 무산됐다.

    노조는 사측에 2교대 시행을 강력하게 요구했지만, 회사는 해고로 대응했다.

    여기에는 정몽구 회장의 사주가 있었다는 게 이 회사 해고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노조 측은 “당시 노조 와해를 위해 현대차가 유성기업에 500억원을 지원했고, 부품 단가 두자릿수 인상 등을 제안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며 “이들 소문은 재판 과정에서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위부터)유성기업 아산공장과 영동공장 소속인 노조 간부들도 더위를 이기지 못하고 천막 농성장 인근 대형마트에서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하고 있다. 한 간부 등에 붙은 노조의 요구안.

    유성기업 변호인으로부터 현대차 임원의 관련 이메일과 문건 등을 확인하는 등 현대차 개입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관련 문건도 2015년 추가 발견됐다고 노조 측은 강조했다.

    이는 유성기업 노조가 주간 2교대를 시행할 경우 현대차 노조 역시 같은 요구를 할 것으로 우려한데 따른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노조 한 관계자는 “당시 현대차는 주야간 2교대제를 시행했지만, 협력사가 주간 2교대제를 먼저 시행하는 게 상당히 거슬렸던 것 같다”며 “부품 조달 문제와 함께 자사와 다른 협력사로 파급을 우려했으며, 임금 부분에서도 부담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유성기업은 주간 연속 2교대 시행을 요구하는 노조측 요구를 묵살한데 이어, 현대차의 사주로 노조 직원들을 해고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정의선(맨위 사진 오른쪽) 부회장이 경영 정면에 나선 만큼, 부친의 허물을 정 부회장이 덮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는 “현재 그룹의 주요 사안은 여전이 정 회장이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를 감안할 경우 유성기업 사태 해결을 위한 실마리 찾기가 수월치 않을 전망이다.

    실제 현대차의 반응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었다.

    현대차 한 관계자는 “유성기업 문제는 상당히 오래된 일”이라면서도 “협력사 일이기 때문에 현대차와는 연관이 없다”고 일축했다.

    지난주 본지 단독으로 유성기업 노조 주병희 복지부장을 만났다.

    주병희 유성기업 노종조합 복지부장은 “앞으로 계속 싸우겠다. 우리는 돈을 원하는 게 아니다.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3년 전 4,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이 천막을 봤는데.
    ▲2016년 4월 유성기업 문제를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청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4개월 정도 그곳에서 시위하다 이후 양재동 사옥으로 옮겼다. 8월로 양재동으로 온지 꼬박 2년째이다.

    -오늘 서울 낮 기온이 최고 35이다. 천막은 더 더운데.
    ▲비닐 천막에다, 바로 옆 아스팔트에서 올라는 열기까지 더하면 40℃를 웃돈다. 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는 문제라 버텨야 한다. 

    -2011년 유성기업의 해고 노동자가 25명으로 알고 있다. 모두 아산공장 소속인가.
    ▲아니다, 영동공장 소속 해고자가 7명이나 된다.

    -주 부장도 해고자인가.
    ▲그렇지 않다. 영동공장 노조원이다. 현재 아산공장과 영동공장 노조원 5명이 1개조로 1박 2일 천막농성장에 지원을 나오고 있다. 일요일 오후부터 수요일 오전까지는 영동공장 노조원들이, 수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오전까지는 아산공장에서 각각 지원하고 있다. 

    -해고 조노원의 경우 현재 생계는 어떤가.
    ▲2011년 초 노조가 반발하자 사측은 직장을 폐쇄했다. 이어 5월 사업장에 복귀했으나, 사측은 어용노조를 만들었고, 꼬투리를 잡아 원노조원들의 출근 정지와 견책, 해고 등을 단행했다.
    원노조는 소송을 제기했고, 20개월 후 승소해 복직했으나 이중 11명은 다시 해고됐다. 법원도 재판에서 어용노조를 불법 단체로 판시했다.
    당시 대법원은 영동공장 91일, 아산공장 41일 간의 지위보전 판결을 내렸다. 직장폐쇄에 따른 보상으로 해고 직원당 1100만원에서 1200만원의 보상을 받았으며, 가처분 신청에서 승소하면서 회사 측으로부터 월 200만원의 지위보조금을 받고 있다.

    -8년째 공전이다. 200만원으로 생계가 안될 것 같은데.
    ▲아껴 쓴다. 대부분 동료의 부인도 생계에 생활 전선에 나가 있으며, 빚을 내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죽지 못해 산다.

    -해고 노조원이던 한광호 씨가 2016년 초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아산공장 곳곳에는 페쇄회로화면(CCTV)이 설치됐다. 관리자의 감시와 폭행, 비인간적인 대우 등 직장이 아닌 지옥이다.
    여기에 노조원들은 대부분 소송에 연루돼 있다. 한 열사도 사측과 모두 9건의 소송에 휘말려 있었다. 경찰과 검찰에서 수시로 출석을 요구하자 심리적 부담으로 죽음을 택했다.
    사측이 노조원을 상대로 고소와 고발한 게 1인당 20∼30여건으로 모두 1000건이고, 벌금만 수백억원에 이른다. 동료 대부분이 전과 10범이다.

    -정상적인 회사 생활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현재 노조원 40%가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노조원 역시 우울증 고위험군이라는 심리상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자살을 시도한 동료만 20명에 이르고, 스스로 정신병동에 입원한 동료도 많다.

    -사건이 장기화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인 청와대에 호소하는 것도 방법인데.
    ▲청와대 앞에서 오체투지, 1인 시위 등을 꾸준히 진행했다. 청와대 측에서는 담당 검사에 사건을 철저하게 규명하라는 지시만 내렸다. 큰 도움이 안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한다면.
    ▲우리는 돈을 원하지 않는다. 인간다운 삶을 살고 싶을 뿐이다.
    유성기업 문제는 정몽구 회장이 풀어야 한다. 우리 자식들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때까지 앞으로 계속 싸우겠다.

    정진행 사장의 발언과 현대차그룹의 발표 등을 고려할 경우 현대차그룹의 동반성장 대책은 ‘정권 비위맞추기’ 용이라는 게 협력사들의 이구동성이다.

    한편, 현대차는 2013년 주간 연속 2교대제를 도입했으며, 2016년 초 협력사의 사내하청 근로자 모두를 단계적으로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올 상반기에 현대차그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앞에서 최저임금 상승 부담 완화를 위해 50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협력사에 무상으로 지원한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기금 1000억원을 추가로 조성해 2·3차 협력사에 시중금리보다 2%포인트 낮은 금리로 대출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고 현대차그룹은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2·3차 협력사 채용박람회와 해외진출 지원프로그램을 각각 추진해 상생 효과가 2차 이하 협력사까지 확산되도록 주력한다고도 김 위원장 앞에서 약속했다.

    현재 현대기아차의 협력사는 2만여 곳에 달한다.

    정진행 사장의 발언과 현대차그룹의 발표 등을 고려할 경우 이는 ‘정권 비위맞추기 용’이라는 게 협력사들의 이구동성이다.


    베타뉴스 정수남 (pere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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