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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이슈] 김필수 교수에게 듣는다


  • 정수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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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8-10 06:39:25

    -“BMW 차량 화재, 국토부 중심으로 환경부가 함께 규명해야”
    -“아우디 대폭할인, 득보다 실 많아”…“업계에 政道 필요 시기”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배기가스조작 사건)으로 국내 수입차 업계가 주춤했으나, 최근 들어 다시 살아나고 있다.

    1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디젤게이트가 터진 2015년 수입차 업계는 전년보다 24.2% 판매가 늘면서 15.53%의 시장 점유율(MS)을 차지했다.

    이듬해 수입차 시장은 7.6% 역성장 하면서 점유율 역시 14.4%로 하락했다. 수입차 업계는 지난해부터 디젤게이트 충격에서 벗어나 3.5%의 성장에 MS도 15.23%로 2년 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18.6% 급성장하면서 18.5%의 MS로 210년대 초반 기록한 연간 20% 이상의 초고속 성장세를 구현할 조짐이다.

    다만, 최근 BMW 차량에서 연달아 화재가 발생하면서, 수입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디젤게이트처럼 수입차 업계에 파장이 미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필수 교수(김필수 자동차연구소장,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사진)는 “파장이 전체 수입차 업계로 퍼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앞으로의 과정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다음은 김교수와 일문일답이다.

    -앞으로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셨는데요.
    ▲BMW그룹 코리아의 리콜 과정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한 독일 정부의 협조와 BMW 본사의 검증도 가능하면 진행하는 게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 필수라는 뜻입니다.
    우리 정부는 물론, BMW코리아의 입장에서도 정확하고 확실한 원인과 신속한 리콜이 더 이상 문제가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라 확신합니다. 

    -10만명 이상의 BMW 차주들은 불안한 상태에서 차량을 운행해야 하는데요.
    BMW 차량의 화재가 계속되고 있어, 일단 정부가 안전 점검을 받지 않은 차량에 운행 금지를 고려하는 등 운행 자제를 주문했습니다. 폭염이 지속되고 있어, 화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어서입니다.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리콜이 발표됐고, 소문만 무성한 상황입니다.
    BMW의 책임이 크고, 국토교통부 역시 주무부처로 이번 사채를 신속히 풀어야 합니다.

    -폭염이 가라앉으면 화재 발생 빈도도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에 따라 지금 폭염이 사라지면 연속적인 화재는 줄 것이라, 일반 차량 화재와 뒤섞이면서 희석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확한 원인을 모른채 덮어버리는 행위는 심각한 기업윤리 문제로 치닫는 것이고, 정부의 책임도 커질 것입니다.

    -서론으로 돌아가서, 교수님께서는 화재 원인을 무엇으로 보시는지요.
    ▲글쎄요. 화재 원인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전용 공급하는 부품의 불량으로 발생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현재 회사 측이 화재 원인으로 제시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시스템은 한국에 공급되는 부품과 마찬가지로 세계 시장에 공급되는 부품과 동일한 제품입니다. 일각에서 언급한 같은 브랜드, 다른 공장 제품이 아닌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 동일 공급 제품입니다.
    EGR 시스템의 과열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사실이고 원인도 그곳에 있습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흡기 쪽의 찌꺼기로 인한 화재 이유 등 각종 언급은 결과이지 문제를 일으킨 근본적인 원인은 EGR의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드웨어적인 EGR 시스템은 밸브와 EGR 쿨러 등은 각각 다른 회사 제품이며, 부품 자체는 불량이 아닙니다. 이를 감안할 경우 일부에서 언급하는 부품교체로 완벽한 리콜이 된다는 인식은 너무 앞선 논리입니다. 부품교체로 완벽한 문제 해소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부품 불량으로 몰고 가는 주장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며, 안전 진단에서 이상이 없던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한 점이 이를 말해줍니다.
    부품이라는 하드웨어와 이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화재가 연료 문제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민관이 함께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화재 이후 BMW 520d의 중고차 가격 하락이 미미하다는 모순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는데요.
    ▲520d 모델의 화재가 전체의 5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세계 시장에 공급된 동일 BMW 차량은 화재가 없는데, 왜 한국에 공급된 차량에서만 화재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중고차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지만, 중고차 시장에 520d가 매물이 증가한 것으로 압니다.

    -왜 한국 시장에서 팔린 차량에서만 화재가 날까요.
    ▲국내에서만 발생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부품의 불량이 아닌 점을 고려할 경우 차량 제작시 ECU(전자제어장치)에 포함되는 프로그램의 차이일 것으로 판단됩니다.
    자동차 운행은 부품이라는 하드웨어에 이를 움직이게 하는 소프트웨어 조합인데, 한국으로 공급하는 차량에 대한 제작상 시스템 오유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세계 시장 공급하는 차량에 동일 소프트웨어가 적용됐다고 이야기 하지만, 이것은 기본적인 프로그램입니다. 완성차 업체는 차량 제작 과정에서 지역이나 시기에 맞춰 업그레이드 등을 통한 기본 프로그램의 변경을 진행하고 있는 점을 놓친 거죠.
    2015년 미국에서 터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도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발생한 사건입니다. 

    -그렇다면 답이 나온 것 아닌가요.
    ▲자동차에 들어간 3만여개 부품을 유기적으로 움직일 경우 각종 시스템의 임계치에 대한 문제를 견딜 수 있는 완충역할을 하는 여유 설계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 폭염으로 냉방기 사용 급증에 대비해 전력 당국은 전력 예비율을 두자리 수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사시를 대비한 여유분을 충분히 마련하는 것이죠.
    자동차도 이 같은 과부하를 대비한 여유 설계가 중요합니다. BMW의 여유 설계가 어떠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겠죠.
    각 나라의 규정에 맞는 프로그램의 차이와 이들을 무리하게 작동할 경우 견디는 강도 등의 여유 설계가 자동차 화재 등 다양한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520d에만 화재가 발생하는 이유는 320d 모델과 달리 무겁고 엔진 등이 견디는 한계점이 무리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고, 폭염이 이를 부채질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여유 설계가 부족할 경우 엔진 온도 1~2℃의 차이로 화재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주무부처가 국토부 단독이 아닌 환경부도 포함되는데요.
    ▲맞습니다. 국토부 리콜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환경부 대기환경보전법에 근거한 환경 장치로 의미를 부각해야 합니다.EGR은 질소산화물 저감장치로 최근 강화된 환경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장치입니다. 국내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역시 EGR 장치의 문제이었습니다.
    화재 원인이 EGR로 지목된 만큼 환경부의 환경연구소, 환경공단 등이 개입해 EGR시스템을 비롯한 프로그램 등을 별도로 검토하는 방법도 원인 파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화재 원인 규명은 국토부가 중심이 돼야하지만, EGR의 특수성을 고려해 환경부가 함께 검증하는 방법도 중요합니다. 환경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하는 바 입니다.

    -앞서 디젤게이트 얘기가 나와 생각났는데, 폭스바겐그룹의 고급브랜드 아우디가 한국 시장에서 좀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우디가 이달 3000대의 가솔린 A3 모델을 4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이유입니다. 이는 현대자동차의 소형 아반떼 수준입니다. 구매 경쟁률이 수천대 일 정도로 예상됩니다.
    다만, 여기에는 비밀이 있습니다.
    아우디가 대기환경보전법 특별법에 따라 저공해차 의무 판매 비율을 맞추기 위한 고육책인 것입니다. 이 모델은 2018년식 가솔린 차량으로 국내에 처음 도입되어 판매하는 최신 모델이고, 고급 옵션도 포함돼 있습니다.

    -종전 고급스럽다는 아우디 브랜드의 추락으로 보이는데요.
    ▲그렇죠? 이번 할인 판매는 아우디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입니다.
    수입차 업계에서, 그것도 독일 브랜드가 이 정도로 파격 할인하는 경우는 30년 수입차 역사상 한번도 없었습니다. 종전 수입차는 최대 할인 폭이 단종 모델 등을 대상으로 10~15% 수준이었습니다.
    신차를 대상으로 40% 할인은 중고차 가격보다도 못한 가격이입니다. 아우디를 대중차 이미지로 낮추는 정책이고 이 같은 이미지 추락은 시장에서 먼저 나타납니다.
    한번 추락한 브랜드 이미지를 올리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며,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명품의 이미지는 관리가 중요합니다, 의무 판매 비율을 맞추기 위해 할인율을 낮춰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지 추락보다 시장 교란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네. 시장이 문란해집니다. 고급 수입차 브랜드에도 영향을 미쳐, 균형을 깬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마케팅인 셈이죠.
    이번 할인으로 시장을 흔들어, 동급 차량의 가격 하락과 중고차 가격 하락까지 유발시키는 연쇄효과도 발생할 수가 있습니다.
    디젤게이트에서 회복 중인 국내 수입차 시장에도 큰 부정적이고요. 

    -충고한마디 하신 다면요.
    ▲ 기업 윤리 측면에서 자숙해야 합니다. 디젤게이트 이후 아우디는 올해 재진출을 하는 만큼 심사숙고하고 자숙하면서 고객 중심에서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하는 시점입니다.
    이번 할인이 아우디에 부정적인 시각을 입히는데 불쏘시게 역할이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충성 고객 이탈 가능성도 큽니다. A3모델을 보유하고 있거나, 유사 모델을 소유한 아우디 고객의 입장에서 배신감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A3 모델을 가진 소유자 입장에서는 해당 중고차 가격이 급락하고, 할부를 통해 운행하는 소유자는 남아있는 할부 비용이 구입비용보다 높은 웃지 못할 상황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충성 고객의 심각한 배반감과 이탈 현상이 우려됩니다.

    -경쟁 업체에서는 공정거래 위반에 따른 시장 교란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원가보다 저렴하게 시장에 공급할 경우 공정 거래에 위반이 확실하죠?
    아우디가 일시적으로 시장을 교란하거나 문제를 일으킬 경우 위반 사항을 철저히 고민해야 합니다. 이미 디젤게이트로 민관에 부정적인 시각이 강한 상태에서 주목을 받는 일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아울러 디젤게이트로 비난받던 업체가 파격적인 할인으로 덤벼드는 모양새는 좋게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할인이 시장을 흔들고 왜곡하는 만큼 고객 역시 자중하고 냉정하게 판단하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최근 국내 수입차 시장을 평가하신 다면요.
    ▲화재에 대한 대대적인 리콜과 대폭 할인. 표면적으로는 그럴 듯하게 고객을 배려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바람만 일으키고 고객을 우롱하는 마케팅 전략이 곡해된다면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됩니다. 시장 논리를 역행하는 일은 하지도 말아야 하며, 생각조차 하지 말아야 합니다.
    BMW와 아우디, 여타 수입차 업체에 정도(政道)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한편, 디젤게이트와 차량 화재가 발생하기 시작한 2015년 BMW코리아는 전년보다 19.2% 판매가 성장했지만, 이듬해에는 1.2% 성장에 그쳤다. 이 회사는 지난해 판매가 23% 급성장 했으며, 올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19.2% 판매가 급증했다.

    같은 기간 아우디는 17.7% 성장에서 -48.6%, 지난해 -94.2% 크게 판매가 줄었다. 올 상반기에는 기조 효과로 5011대 판매로 445.3% 초고속 성장했다.


    베타뉴스 정수남 (pere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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