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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KT&G, 사장 연임 싸고 정면충돌


  • 곽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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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3-06 10:25:30

    “사장 셀프연임 불가” 맞서…표 대결 불가피

    [베타뉴스=곽정일 기자] 최근 은행권에서 문제가 된 최고경영자(CE0) '셀프 연임' 논란에 대해 기업은행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T&G 백복인 사장의 연임을 놓고 이사회와 1·2대 주주인 국민연금, IBK기업은행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행이 백 사장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는 `셀프 연임`인데다 CEO 리스크를 안고 있기 때문으로 꼽는다.

    ▲ 기업은행이 KT&G 백복인 사장의 연임에 제동을 걸면서 대립이 심화되는 추세다. © 연합뉴스

    기업은행 관계자는 베타뉴스와의 통화에서 "백 사장의 연임과 관련해 후보 추천이나 절차상의 문제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또한 백 사장의 분식회계 의혹이 해소된 상황도 아니라서 CEO리스크에 대해 주의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KT&G 는 기업은행의 주장에 대해 관계자는 "CEO리스크라고 하는 것이 2011년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 과정에서 분식 회계 등 해외 사업과 관련한 의혹인데, 사실 그 사건은 금감원에서 이미 감리 중이고 아직 아무런 문제나 잘못됐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 없다"며 "회사 차원에서는 성실히 소명을 했고, 금감원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인데 이걸 리스크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셀프 연임 논란'의 주된 근거로 제기되는 사장 선임 공모 방식에 대해 "사장 선임과 관련,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KT&G 사장후보추천위원회는 투명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장후보를 추천했다"며 "공모 기간은 지원자의 핵심역량 등이 단시간 내에 축적될 수 없고, 사장이 되고자 하는 자는 이미 미래 경영 등에 대해 충분한 사전 준비를 했을 것이라는 상식적인 판단하에 설정했다"고 반박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백 사장의 연임 불가 방침에 대해 `관치`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은행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애초에 KT&G의 지분을 매각할 예정이었다가 경영 참여 목적으로 지분의 목적을 변경했다"며 "기업은행은 주주로서 경영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정당한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지 `관치`라고 하는 것은 억측이다"고 반박했다.

    양측이 대립함에 따라 백복인 사장 연임은 표 대결로 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현재 이사회 측에 기업은행의 입장을 대변할 사외이사 2명 선임을 요구한 상황이고, 곧 백 사장 임기 동안의 이사회 회의록을 요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KT&G 는 기업은행의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이렇게 되면 결국 다음 달 중순경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백 사장의 연임 여부와 사외이사 추가 선임을 두고 표 대결로 가게 될 수밖에 없다. 기업은행 관계자도 "결국 표 대결을 하는 쪽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에서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와 접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립에 따른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전 세계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의견을 내는 기관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의결권을 행사할 때 ISS의 의견을 주로 참고한다.

    기업은행과 KT&G의 사장 연임에 대한 대립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베타뉴스 곽정일 기자 (devine777@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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