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문 대통령-이방카 북핵해법 다른 방점

  • 곽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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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2-24 12:17:37

    한미동맹 재확인 속 대북공조 대화와 압박에 초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의 23일 청와대 회동은 굳건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도 대북 공조의 '방향'을 놓고는 한미 양국이 무게 중심을 달리하고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한반도 비핵화라는 공통의 목표를 바라보면서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는 청와대와 현재로서는 최대한의 '압박'에 무게를 싣고 있는 백악관의 입장이 온도차를 보인 것이다.

    이는 개막식을 앞둔 8일 저녁 청와대에서 있었던 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만찬회동과도 궤를 같이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평화 외교의 무대'로 주목을 받았던 '평창 외교전'만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전향적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충분치 않으며, 앞으로도 지난한 중재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다시 말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전제되지 않은 북미대화에는 응할 용의가 없고 지금으로서는 '최대한의 압박 전략'을 유지한다는 게 이방카 보좌관이 들고온 '트럼프 메시지'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북미를 대화테이블에 앉혀 한반도 정세를 대화국면으로 전환하려는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초청에 따른 제3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문 대통령과 이방카가 만찬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반도 문제를 의제로 한 문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의 대화는 청와대 상춘재에서의 만찬에 앞서 백악실에서 열렸던 40분간의 비공식 접견에서 이뤄졌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 대리만이 배석한 가운데 문 대통령과 이방카 보좌관은 북미대화와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현안을 놓고 깊이있는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시종일관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선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남북대화가 별도로 갈 수는 없다"며 "두 대화의 과정은 나란히 함께 진전돼야 하고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이 긴밀히 공조해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말한 '한반도 비핵화 대화'는 북미 간 대화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미국이 북미대화에 호응하고 이를 고리로 남북 고위급 대화를 적극 추동하는 '병행전략'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해내자는 제안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1993년 1차 북핵위기 이후 25년간에 걸쳐 한미 양국의 비핵화 노력이 '실패'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북핵 해결의 패러다임을 근원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평창 외교전을 통해 만들어진 '대화의 모멘텀'을 살릴 수 있도록 미국이 협력해줄 것을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은 모처럼 잡은 이 기회를 잘 살려 나가야 하며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 역사적인 위업을 달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종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난 10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간 회동이 성사 직전까지 가면서 미국의 대화 의지를 확인한 점을 고려하면 다시금 북미 대화에 나설 것을 당부한 것이다.

    그러나 이방카 보좌관은 대화는 거론하지 않은 채 압박과 제재의 유용성을 강조했다. 이방카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압박을 위한 공동노력'이 효과를 거뒀다"며 "한국의 대북제재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는 '사상 최대의 대북제재'를 단행하겠다고 공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강조한 '대화'에 대해서는 이방카 보좌관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방카 보좌관의 이런 태도는 미국을 떠나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면이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방카 보좌관이 문 대통령은 물론 한국의 언론매체나 북한 측 인사를 상대하는 때를 대비해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정책을 토론할 준비까지 마쳤다는 것이다.

    백악관으로서는 북미 대화의 가능성을 아예 닫지는 않으면서도 이방카 보좌관을 통해 엄연히 존재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한미 간 대북 제재·압박 공조가 느슨해지는 데 우려를 표하고자 했을 수도 있다.

    이방카 보좌관이 "이번 대표단 방한이 굳건한 한미동맹을 더 강화하고 양국 국민 간 우정과 연대를 심화하는 데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것에도 동맹의 굳건함을 확인함과 동시에 '우려'도 전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문 대통령과 이방카 고문의 공개된 언급으로 볼 때 대북 대응기조를 둘러싼 한미 양국의 보폭 차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대두하고 있다.

    양국이 당장 정책적 '불협화음'을 빚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대화와 압박이라는 두 가지 정책수단을 활용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보다 긴밀한 공동보조와 통일된 메시지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이 북미대화에 소극적으로 나올 경우 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초청에 따른 남북 정상회담 추진에 부정적 여파를 드리우고 이는 대화국면으로 이어가는 데 있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대화 자체에 제동을 건다거나 하는 의미는 아닐 것으로 본다"며 여지를 남겼다.

    전체 맥락을 볼 때 문 대통령으로서는 25일 폐회식에 참석하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대표단과의 회동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대화에 응할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확인할 경우 미국을 움직이는데 우호적인 환경을 맞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비핵화 논의를 외면하고 남북관계 개선만 강조하고 나선다면 북미대화를 추동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렇게 볼 때 이번 폐회식을 고리로 북미간에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보려는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가 당장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대미 외교를 강화하고 대북 고위급 특사 파견을 검토하는 등 '평창 이후' 대화의 모멘텀을 살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의 분위기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가 조기에 성사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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