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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용산구청, 구금고 입찰 비리 의혹…관리능력 없어도 계약 OK?


  • 곽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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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1-17 14:27:00

    2009년 성장현 용산구청장 아들 성모씨 시중은행 3개월 학생인턴 근무
    2011년 1월 용산구청장 아들 성모씨 시중은행 정규직 채용
    2011년 2월 용산구 통합기금 2금고 계약 체결
           용산구청장 아들 성모씨 이태원지점으로 발령(당시 용산구청 지역 담당)
    2014년 12월 용산구청 1금고 관리 계약 체결
    2015년 1월 용산구청장 아들 성모씨 캐나다 연수

    이것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드는가? 기자는 용산구청장의 구금고 관련 비리가 있다는 제보를 처음 접했을 때 '그냥 루머일 것'이라는 생각에 믿지 않았다.

    2018년 1월 초, 서울 모처에서 기자를 만난 제보자 A씨는 은행에 오랫동안 종사해온 사람이었다. 오랜기간 은행에서 근무하면서 은행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에 대해 상세히 알고 있었다. 이런 그에게서 처음 나온 말은 이것이었다.

    "용산구청장 구금고 비리가 단순 채용비리가 아니에요, 이건 거대한 권력형 금고·금융비리입니다."

    속으로 웃었다. 영화도 아니고 때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저런식의 음모론을 내세우나 싶었다. 하지만 그의 설명을 들으며 점점 이야기에 집중하게 됐다. 용산구청이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한 구금고 입찰에 문제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금고란 각 지방자치단체(시, 도, 구 등)의 재정을 관리하는 금융기관을 뜻한다. 시금고, 군금고, 도금고 등이 있다. 통상 금고는 1금고와 2금고로 나누는데 1금고의 경우 거래단위가 몇 천억 단위로 수십억~수백억 정도의 거래가 이뤄지는 2금고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2011년 A에 따르면 용산구청을 담당하던 B 은행원이 용산구청 제2금고 입찰 제안서를 작성했다. A씨는 "2011년 B는 2금고 입찰을 위해 용산구청에 '3억을 주고 어린이집을 지어주겠다'는 제안서를 본부에 제출했어요"라고 밝혔다. 이 제안서에 따라 용산구청 제2금고를 가져가게 되었다.

    결국 3억원은 건너갔고, 2011년 2월 성장현 용산구청장의 아들 성모씨는 인턴에서 정직원으로 정식 채용이 된다.

    B씨는 <베타뉴스>와의 통화에서 "계약 시점에도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원래는 12월말에 계약을 해야 하지만, 용산구청이 계약을 미뤘다는 것. 아들 성모씨 입사가 확정된 이후인 2월이 되어서야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 주었다는 것.


    B씨는 "계약서를 2월이나 되어서야 도장 찍어 준 것만 보아도 아들 특혜 채용의 댓가로 제2 구금고를 줬다는 증거가 될 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보자 A씨는 "용산구청에 약속한 3억원은 줍니다. 그런데 어린이집은 지어주지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겁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도 2014년 제2금고보다 더 수익성이 큰 제1금고까지 줘요"라고 밝혔다.

    상식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인 만큼, 제1금고 입찰 때는 당연히 탈락돼야 정상인 것인데 오히려 자금 규모도 크고 수익성도 높은 제1금고 입찰에 성공한 것이다.

    이에대해 A씨는 "상식적으로 용산구청에서 제1금고에 대한 공개 입찰을 할 때, 제2금고때의 제안서 내용을 충분히 이행 했는지의 배점이 있고 그걸 확인하는게 당연한 것"이라며 "설사 그 배점이 없다고 하더라도 정성평가에서 제안서 내용 불이행에 대한 감점이 이뤄졌어야 할 것인데 만점을 줘버린 겁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A씨는 "더구나 이 은행의 경우 구 금고를 운영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음에도 점수를 받았어요"라며 "그래서 결국 지금 우리은행에 매년 수수료를 주고 금고를 운영하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제1금고 입찰 당시 사실상 우리은행이 서울시 산하 25개 구금고 대부분을 관리해왔고 용산구 역시 현실적으로 이 은행에 맞는 세금수납 시스템을 갖출 수 없었다.

    1금고를 유치할 때는 예외가 있을 수 있지만 통상적으로 협력사업비라고 해서 크게 4가지로 나뉜다. ▲ 세수로 잡히는 비용(용산구 장부에 기입되는 비용) ▲ 세수로 집히지 않는 비용 ▲ 특별한 사업에 국한해서 약정하는 경우 ▲ 예비비 편성 이다.

    이중 예비비의 경우 한참 논란이 됐던 국정원 특수활동비와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다. 예를들어 형식적으로 4년 계약을 하지만 미리 앞으로 있을 다른 행사 등을 대비해 예비 비용으로 편성한다. 문제는 이 예비비를 별단예금의 형태로 갖고 있다는 데 있다. 별단예금이란 금융기관에서 미결되거나 정리가 되지 않은 일시적 보관금 혹은 다른 계정으로 처리하기 부적당한 것을 임시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편의성 계정으로 편의를 위해, 흔히 우리가 아는 예금과는 달리 거래약관, 통장, 예금 증서가 없고, 필요한 경우 영수증이나 확인서, 기타 별단예금 예치증 같은 서류만 발행된다.

    즉 별단예금에 들어있는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길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A씨는 "용산구청에서 이 은행에 제1금고 낙찰을 해줄 때 협력사업비 4가지 가 얼마가 갔는지가 중요한 데 특히 4번째인 예비비편성에서 장난을 많이 친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제2금고 체결 시 제안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면 제1금고 때는 당연히 계약이 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 맞는데 버젓이 된 것이 이해가 가느냐"라고 반문했다.

    A씨는 계약 시점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와 은행 간 금고계약은 통상 12월에 계약이 마무리 되는데 용산구의 경우 2010년 말이 아닌 2011년 2월에 계약이 됩니다. 계약 한달 전에 용산구청장의 아들이 채용이 되구요. 의혹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

    용산구는 이 은행과 체결된 계약서 및 협약서에 대해 비공개 대상정보에 해당되기 때문에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보자 A씨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공직자라는 자리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인데, 상식에도 맞지 않는 사실이 눈앞에 버젓이 일어나는 사태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쓸쓸한 웃음을 지었다.


    베타뉴스 곽정일 기자 (devine777@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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