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군복무 단축, 시대의 흐름과 포퓰리즘 사이에서…


  • 곽정일 기자
    • 기사
    • 프린트하기
    • 크게
    • 작게

    입력 : 2018-01-16 10:23:33

    [베타뉴스=곽정일 기자] 남자들이 모이면 빠지지 않는 주제 중 하나가 군대다. 처음 만난 어색한 사이라도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몇 사단을 나왔고, 보직이 뭐였으며 등등 갑자기 친해지곤 한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군대, 군복무기간 단축을 두고 여기저기서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상황이다.

    ▲ 2018년 첫 입영행사가 2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열렸다. 이날 입소하는 입영장병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15일 MBC 뉴스데스크는 현 정부의 대선 공약에서 군복무기간을 3개월 줄이겠다는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시간표가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MBC에 따르면 오는 7월 3일 제대하는 군 입대자들부터 순차적으로 군복무기간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해 2020년 육군 입대자의 복무 기간은 현재의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과 공군도 마찬가지로 3개월씩 복무 기간을 단축해 해군은 20개월, 공군은 21개월로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MBC는 전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준장 진급자 56명에 대한 삼정검 수여식을 마친 뒤 나오며 송영무 국방부 장관, 김용우 육군 참모총장, 정경두 합참의장, 엄현성 해군참모총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복무 기간 단축과 관련해 시대의 흐름이라는 찬성입장과 안보 포퓰리즘이라는 반대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찬성 쪽에서 주장하는 것은 ▲ 현대전 양상서 굳이 대군(大軍)을 유지할 필요 없다는 점 ▲ 무력흡수통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 가고 싶은 군대를 만들어 모병제로 가야 강군이 도리 수 있다는 점 등을 예로 든다.

    현대전에서는 다양한 원거리 타격을 통해 이미 초토화시키고 보병을 투입하는 식의 전투라 현재처럼 63만의 대군을 배치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애초 60만이 넘는 대군주의를 고수하는 데는 북한 급변 사태 발생 시 흡수통일을 목표로 한다는 목적에 그 이유가 있는데 이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북한 급변사태의 발생 가능성도 극히 낮고 오히려 이를 빌미로 군사를 투입했다가, 타국의 전쟁참여 명분을 줘서 더욱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억지로 끌려가는 느낌의 군대가 아니고 사병이나 장교의 숫자를 줄여 재원을 충당, 장병 복지를 늘려 `가고 싶은 군대`,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군대`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군복무기간 단축을 통한 병력 감축은 국방비를 늘리지 않고 군사력 현대화 재원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과 사병의 사명감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군복무 기간 단축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병력 부족`, `안보 포퓰리즘`이라는 근거를 내세운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지난해 8월 국방부 자료를 인용 "2017년 30만 5000명의 현역가용 자원은 저출산에 따른 급격한 인구감소로 2022년 23만4000명으로 추락하고 2023년 이후부터 연평균 2만3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역병 복무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병력부족 문제를 외면한 위험한 안보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이어 "우리 군의 전투능력과 밀접하게 관련된 현역병의 복무 기간을 행정부의 재량적인 결정만으로 최대 6개월이나 단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안보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혹평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유 대표의 주장에 `실질적 상황을 모르고 자료에만 근거하는 오류`라고 반박한다.

    서울에 사는 김성원(32)씨는 베타뉴스와의 통화에서 "유승민 대표가 제시하는 현역가용 자원이 지금 제대로 돌아가는 줄 안다고 생각하나보다. 실제로 군대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가 공감할 것이다. 그냥 총 쥐어주는 인원만 늘리면 그게 전투력 향상으로 이어지나"반문하며 "저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내가 군대를 다녀와도 손해 보는 게 없다는 긍정적 인식부터 시작해야지 단순히 `군사력=숫자`라는 저런 낡은 사고방식부터 고쳐야 한다. 현재 현역병중에 자기가 좋아서, 자원해서 군대에 가는 이들이 몇이나 되는가"라고 질타했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숫자에 신경 쓰지 말고 군 개혁부터 신경 써라"고 일침했다.

    군 생활 15년 차인 이모 상사는 "대한민국 군대에 인원이 많이 필요한 이유가 전쟁 시 병력수가 부족해서인가?" 반문하며 "결국 여기저기 일에 동원되는 값싼 노동자 아닌가. 군대를 다녀왔다면 그걸 모르지 않을 텐데 저런 식으로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상사는 이어 "국방을 그렇게 생각한다면 병력부족을 걱정하지 말고, 군 장성 비리를 때려잡고 대한민국 군대 자체의 체질개선을 고민하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고민은 전혀 안 하고 단순 숫자놀음만 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부연했다.

    대한민국은 휴전상태고 안보가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가 인정하는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 안보가 단순히 병력 숫자에 비례해서 안보 더욱 지켜질 수 있는 가라는 부분에서는 물음표가 켜질 수밖에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역사는 흐르고 시대는 변하듯, 전쟁과 전투도 진화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군 복무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묻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베타뉴스 곽정일 기자 (devine777@betanews.net)
    Copyrights ⓒ BetaNews.net





    http://m.betanews.net/796412?rebuil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