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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역대급 포항 지진, 건물 초토화-주민 불안증세


  • 서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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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11-16 19:47:16

    [베타뉴스 서성훈 기자] “부서지고 떨어지고... 또 언제 지진이 올지 불안해 죽겠다” 16일 오전 11시께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망천리에서 만난 주민들의 말이다.

    기자가 이날 지진 진앙지 인근 망천리 일대를 확인한 결과 민가 곳곳에 금이 가고 담이 무너져 있었다.

    그린스토어 2층 벽면이 무너져 벽돌 등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흥해 모 원룸(필로티식)의 기둥이 세로로 갈라지고 벽돌 등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인근에 위치한 선립사(한옥식)의 건물 벽도 금이 가고 지붕기와가 땅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선립사 인근에 있는 그린스토어(북구 흥해읍 한동로 17)는 2층 난간의 5분의 1 정도가 부서져 길 바닥에 콘크리트가 널브러져 있었다.

    특히 흥해초등학교는 외부에서 볼 때 기둥 5곳이 크게 손상돼 철근이 보였다. 내부에는 행정실, 과학실 등 곳곳에 갈라짐과 심한 기둥 파손이 발견됐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1층 통로에는 지진 충격으로 인한 콘크리트 파편이 흩어져 있었다. 흥해초등학교는 1969년에 지어진 건물로 학교 관계자는 “재건축해야 될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에 찾은 대성아파트(흥해읍 한동로 17번길) E동은 건물 일부분이 가로로 휘어지고 창문, 기둥 등이 심하게 파손돼 있었다. 주민들은 붕괴 위험에도 불구하고 안에 있는 생필품, 이불 등을 가지고 나오고 있었다. 경찰은 안전 문제로 대성아파트의 출입을 전면 차단했다.

    대성아파트 벽면과 창문 곳곳이 지진으로 파손돼 있다. 

    대성아파트 주민들은 추가지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 우려 때문에 인접한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대피해 생활하고 있다. 대성아파트(1989년)는 흥해읍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아파트로 내진이 적용되지 않았다.

    포항 흥해초등학교 내부가 철근이 보일 정도로 크게 갈라져 있다. 

    포항시는 건물, 기반시설 피해 뿐만 아니라 규모 5.4의 지진으로 인한 주민들의 심리적인 불안, 공포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16일 오전 11시 포항시 북구 흥해읍 망천리에서 만난 주민들은 지진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이런 지진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망천리 주민 이옥숙(72·여)씨는 “15일 오후 2시 30분쯤에 노래 교실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는데 지진으로 사람이 앞, 뒤로 휘청휘청하고 천장이 드르륵하면서 무너질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이후 사이렌이 울리고 해 정말 놀랐다”고 전했다.

    이 씨는 이어 “(16일 새벽에) 덤프터럭이 다니는 것 처럼 자꾸 쿵쿵 거려 밤새도록 잠을 못 잤다”고 덧붙였다.

    이옥숙 씨 남편 A씨는 “지진이 나자 마자 방에서 마당으로 나와 엎드려 있었다”며 “(당시) 집 옆에 전봇대가 좌우로 1m 정도 휘청휘청했다. 70 평생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망천리 취재도중 만난 주민 김모(78·여)씨는 “너무 불안해 안정제를 사먹고 오는 길”이라며 “지진 당시 콰광하는데 장롱이 나오고 집기가 많이 떨어져 내렸다”고 말했다.

    윤평강(18·북구 흥해읍 이인리)군은 “지진 날 때 동산병원에 물리치료를 받으러 갔는데 입원해 있던 노인들은 바닥에 추락하고 병원 의료기기도 떨어져 부서졌다”고 전했다.

    김 씨와 이 마을 주민들은 추가 지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가 우려돼 길에 나와 앉아 있었다. 망천리 도로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지진 때문에 이사를 가고 싶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포항 흥해초등학교 외부 건물 기둥이 심하게 휘어져 있다.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 많은 시민들이 대피해 있다. 

    16일 오후 3시께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는 300명 가량의 주민들이 대피해 있었다.

    대피 주민들은 잦은 지진으로 눈을 붙이지 못해 잠을 청하거나 인터넷으로 지진 정보를 찾고 있었다. 또 허기를 달래기 위해 컵라면과 빵을 먹는 사람도 눈에 띄였다.

    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정양기(69·흥해읍 중성리)씨는 “집에 있으니 뭐가 막 넘어가고 내부 집기가 다 떨어지고 해 죽는 줄 알았다”며 “한번 더 무너지면 죽을 거 같아 집에 못 들어 가겠더라. 그래서 옷만 가지고 나왔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주민들은 이날 오후 3시께 흥해실내체육관에서 흥해읍장에게 집으로 들어가면 되지 않느냐는 문의를 했다. 하지만 읍장은 “지진으로 건물에 많은 금이 가는 등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언제 또 지진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포항시민들은 적지 않은 건물 파손 등으로 언제 경제적, 심적인 피해로 부터 벗어날지 막막해 했다. 이날 일부 상가는 추가 지진 피해를 우려해 문을 열지 않기도 했다.


    베타뉴스 서성훈 기자 (abc@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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