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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떠난 금호타이어, 바야흐로 노조와 '전면전'


  •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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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11-09 18:48:06

    미국서 불거진 '노조 길들이기' 의혹 증폭

    [베타뉴스/경제=김혜경기자] 금호타이어 인수로 그룹 재건을 꿈꿨던 박삼구 회장의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은 지난 9월. 채권단이 박 회장의 자구 계획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금호타이어는 우선 독자 생존의 길을 걷게 됐다. 올해 안으로 계열 분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채권단이 추천한 신임 사장단은 경영 정상화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임금삭감, 인원감축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고되면서 노조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5년 간 워크아웃(개업개선작업)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이 재현되지는 않을지 노조 측은 우려를 표하는 가운데 최근 미국공장 노조 설립 무산에 사측 개입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임금 협상 결과가 정상화의 변수로 떠오르면서 노사 갈등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현재 자율협약 체제 하에서 지난 16일부터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자율협약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을 구제하기 위해 채권단이 공동으로 경영 상황을 관리하는 등 일종의 구조조정 방식이다.

    정상화 방안에는 중국 공장 매각, 인력 감축 등의 방안이 담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르면 오는 12월 중순께 발표될 실사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남은 변수 중 하나는 임금협상이다. 조기 정상화를 추진하려는 채권단과 인력감축안에 강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노조의 간극이 커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금호타이어 정상화를 위해서는 이해관계자들의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면서 임금삭감·인력감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내비친 바 있다.

    노조 새 집행부 선출 이후 지난 9월 17일 첫 교섭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 13일 이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도 원칙적인 입장만 확인했을 뿐 양측 입장은 아직까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은 최근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새 경영진이 적극 나서줄 것을 희망하는 모양새다.

    노조는 임금삭감과 인력감축 중심의 구조조정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워크아웃에서 졸업한 지 3년 만에 또 다시 노동자들이 전면에 나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관계자는 "2009년 워크아웃 절차를 밟으면서 명목임금 25% 삭감과 더불어 복지 부분까지 없어지면서 실제로는 40% 넘게 삭감됐다"면서 "임금 삭감으로 6000억원을 보존해 회사 정상화에 보탰더니 이같은 사태가 재차 발생했고, 경영 잘못을 오히려 노동자에게 전가하려고 하니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동종업계와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근속연수 11년의 경쟁사 소속 직원과 근속 20년이 넘는 금호타이어 직원이 받는 임금 수준은 동일하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율분까지 포함하면 실제 고액 연봉이 아닌데도 고통분담을 명목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호타이어 노조 집행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아우르는 협의체를 구성해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노조가 따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 관리·사무직에도 연대 제안을 보낸 상황이다.

    한국에서 노사 간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미국 조지아공장의 노조 설립이 무산되면서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현지법인이 노조 설립 찬반을 묻는 투표에 조직적으로 개입했고, 그 결과 설립이 무산됐을 뿐만 아니라 이를 주도했던 노동자도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법인이 선전용으로 만든 포스터에 "한국에서 금호타이어노조의 장기 파업이 2015년 직장폐쇄를 불렀다"거나 "한국 노조는 조지아공장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는 문구가 포함돼 한국 본사의 개입 가능설까지 주장된 것이다.

    금호타이어노조 관계자는 "미국 현지법인이 로펌을 동원해 노조설립 방해 공작을 했고, 이와 관련된 한국 본사 개입 의혹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면서 "다만 사측은 미국에서 전미철강노조를 통해 노조가입을 할 경우 현지 자동차업체들이 한국공장에 수주를 주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그쪽과 미팅도 했고 연대 목소리를 담은 영상도 촬영해 보냈다"면서 "한국 노조가 미국 노조 설립을 반대할 이유가 없는데 현지 법인이 이처럼 여론을 호도한 것은 악질적인 행태"라고 덧붙였다.

    현재 노조는 대응책을 모색하면서 이번 사안을 주시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워크아웃 일환으로 진행된 정규직 도급화와 정리해고 과정에서 노동자 3명이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당시 정리해고를 두고 경영상 악화가 아닌 노조 압박용의 해고였다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또 노조는 2010년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불거진 ‘노노 갈등’ 논란에도 사측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정해진 기간 동안 노사 양측이 합법적으로 선전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면서 "구성원들의 최종 투표에 의해 설립이 결정되는데 간발의 차이로 설립이 무산 된 것이지 불법적인 요소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안과 관련해 현재 한국 노조 측 입장은 아는 바 없다"면서 "전미철강노조 가입과 한국공장 수주 관련도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베타뉴스 김혜경 (hkmind900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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