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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변수’ 지나갔지만…FTA 개정협상 본게임 남았다


  •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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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11-09 15:58:21

    ‘암도진창’식 비즈니스맨 게임을 조심하라

    [베타뉴스/경제=김혜경기자] 1박2일 동안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을 지켜본 세간의 공통적인 반응은 “트럼프 대통령이 달라졌네?”였다. 트럼프식 거침없는 화법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지난 7일 확대정상회담에 이어 8일 국회에서도 북핵 문제와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돌출 발언은 없었다. 특히 35분짜리 국회 연설에서는 24분을 북한 실태 고발에 할애하는 등 통상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번 회담에서 돌출 발언이 없었던 것은 한국을 재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등 소기 목적을 달성했고, 안보 문제로 통상 분야에서 비교적 온건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개정협상 본게임이 남은 만큼 ‘비즈니스맨’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오히려 경계하고, 실제 협상 자리에서 가해질 압박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부터 지속적으로 무역 적자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한·미 FTA를 두고서도 ‘불공정한 무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폐기까지 거론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방한에서도 톤 다운되긴 했지만 초반부터 '일자리'를 언급하며 통상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한·미 FTA에 대해서는 "성공적이지 못했고 미국에 그렇게 좋은 협상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게임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협상 모드로 전환되면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등 진지하게 임할 수 밖에 없다"면서 "이제는 한국이 그냥 찔러보는 대상이 아니라 주요 협상 목표가 됐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오히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양국 동맹이 굳건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안보 측면에서 이익이기 때문에 통상 분야에서는 비교적 온건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한국정부가 2차 공청회 이후에 관련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는 등 미 행정부에서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켰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공식 석상에서 통상 문제를 덜 꺼낸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협상을 앞두고 한국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 구매에 동의했기 때문에 압박 수위가 낮아졌다는 분석에 대해서는 일부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최남석 교수는 "지금까지 미국이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관세를 높이는 등 방어적으로 나왔다면 이제는 수입을 줄이는 것이 아닌 수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라면서 "한국의 무기 구입은 적자 해소에 영향이 있기 때문에 특정 산업에 대한 적자 만회를 중심으로 재협상을 진행한다는 생각이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원목 교수는 "무기 구매와 관련해 미리 투자 약속을 하는 것은 향후 협상에 있어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본다"면서 "미리 엄포를 놓고나서 추후 또 다른 실리를 챙기는 이른바 트럼프식 전술에 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무역협상 때문에 적자가 발생한다는 논리를 내세워왔다. 또 미국 내 일자리 감소는 제조업 기업의 해외 유출이 원인이므로 재협상을 통해 유출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미 수혜산업인 자동차, 기계산업 등이 개정협상 테이블에 우선 거론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법률·회계 등 서비스·투자 시장에 대한 추가 개방 압력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전망이다.

    최원목 교수는 "미국은 일단 모든 이슈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이 재협상을 원하는 주력 분야가 제조업이기 때문에 만약 서비스·법률 부문을 협상 카드로 제시한다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남석 교수는 "서비스·투자 부문 시장에서 미국이 다국적 기업을 통한 무역수지 흑자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면서 "미국이 관련 부문 개방을 늘리고자 할 경우, 다국적 기업이 한국 서비스 시장 진출이 좀 더 수월해지도록 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타뉴스 김혜경 (hkmind900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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