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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조세회피처'…가스공사·효성·현대상사 등 '흔적'


  •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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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11-07 09:49:57

    [베타뉴스/경제=김혜경기자]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지난해 4월 사상 최대 규모의 역외 조세회피처 자료인 ‘파나마 페이퍼스’에 이어 지난 6일 버뮤다의 로펌 ‘애플비(Appleby)‘ 등에서 입수한 ’파라다이스 페이퍼스’를 폭로했다.

    파일에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을 비롯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 등 120명의 세계 정치 지도자들과 나이키·애플 등 다국적 기업도 대거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중 한국가스공사 등 공기업과 효성그룹, 현대상사 등 대기업 법인을 포함해 한국인은 232명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공개된 내부 자료는 1.4TB(테라바이트), 1340만건 규모로, 1950년부터 지난해까지 로펌인 애플비와 아시아시티트러스트 및 19개 조세도피처 법인등기소 등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문건은 독일 일간 쥐트도이체 차이퉁이 처음 입수했고, ‘파라다이스 페이퍼스’로 명명된 이번 ICIJ의 프로젝트에 미국 뉴욕타임스, BBC방송 등 세계 67개국 언론사 96개사 소속 언론인 382명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가 참가했다.

    자료가 유출된 애플비는 1898년 영국 식민지인 버뮤다에 설립된 법률회사다. 버뮤다에 본사를, 버진아일랜드, 케이맨아일랜드, 홍콩 등 11개 조세도피처에 지사를 두고 있고 변호사 등 직원 7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애플비는 국제 법률체계의 허점을 파고들어 조세도피처를 이용해 검은 돈을 숨기거나 세금을 줄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별다른 자산이 없거나 활동하지 않는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여러 개 만들어 신탁 등 복잡한 역외 구조를 통해 소득을 조세도피처로 숨기는 방식을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인 고객이 3만1000여명으로 가장 많고 ▲영국(1만4000명) ▲버뮤다(1만2000명) ▲케이먼제도(8600명) ▲홍콩(7000명) ▲중국(5900명) 등 다양한 국적의 고객들이 이 로펌을 이용한다.

    이번에 유출된 자료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주변 인사,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등 세계 각국 지도자와 그 측근 120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록그룹 U2의 보컬 보노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조세도피처를 통해 거래한 기록들도 포함됐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은 사유 재산 1000만파운드(한화 약 145억원)를 역외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문서 내부에 기재된 거주지 주소, 여권번호, 국적 등을 추적한 결과 한국인 232명의 이름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이 조세도피처에 세운 법인은 모두 90개로 집계됐고, 코스닥 상장기업 등 중견업체부터 공기업과 대기업 등도 포함됐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효성그룹 오너 일가가 케이맨제도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효성파워홀딩스’ 관련 거래 내역 자료도 확인됐다.

    또 현대상사가 버뮤다에 페이퍼컴퍼니 '현대예멘LNG‘를 설립하고 이 회사에 예멘LNG 지분 5.88%를 모두 넘겼다. 이후 현대상사는 해당 페이퍼컴퍼니의 지분 48%를 한국가스공사에 넘기는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베타뉴스 김혜경 (hkmind9000@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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