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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누구도 ‘심평원’ 진료기록 장사 허락한 적 없다


  • 전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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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7-10-25 12:41:44

    [베타뉴스/경제=전근홍 기자] 영화 촬영 기법 중에 ‘맥거핀 효과(MacGuffin Effect)’라는 것이 있다. 영화에서 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줄거리와 전혀 상관없이 관객들의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극적 장치, 혹은 속임수를 말한다.

    이 같은 맥거핀 효과 기법은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의 비위사실 지적에 대한 그들의 해명에서도 여실히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지난 3년간 민간보험사에게 대다수 국민들의 병원 진료 기록을 건당 30만원에 팔아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심평원은 보험사에 제공한 진료기록은 성별․연령 등을 담은 일반내역과 진료행위 등을 담은 상병내역, 주상병 등이 담긴 진료내역, 원외처방내역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개인 식별정보를 알아볼 수 없도록 진료기록을 재가공했고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정보제공 수수료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본질을 호도한 지극히 저급한 해명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민간보험사의 경우 건강보험 진료데이터를 분석해 특정 질환 유병자, 기왕력자의 위험요인을 분석, 축적한 뒤 해당 질환 보유자의 보험가입 차별에 악용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심평원은 ‘학술연구용 이외의 정책, 영리목적으로 사용불가'’라는 서약서도 받아뒀다며 행위 자체의 ‘무결함(無缺陷)’을 강조했다.

    사실 최근 트랜드로 떠오르고 있는 헬스케어서비스 등 건강관리서비스 개발을 위해서는 진료데이터 활용이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 산하 기관으로서 민간 영역의 보험사가 제공된 데이터로 보다 정교한 위험률을 산출해 합리적인 보험요율 산정한다면, 공익목적으로 제공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인 심평원이 국민들의 허락 없이 민감한 개인정보 기록인 병원 진료기록을 돈을 받고 제공했다는 점에서 해명 자체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분명한 사실은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익명화 처리 했더라도 민간보험사가 제공된 정보를 영리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비식별 처리’와 ‘학술목적 서약서’를 받았다는 미끼를 던져 본질을 흐려서는 안된다. 그러기에는 이미 대다수 국민들이 받은 배신감의 상처가 너무 크다.

     


    베타뉴스 전근홍 (jgh2174@beta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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