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특검·이재용 항소심 공판, 시작부터 날선 신경전…쟁점 보니

  • 김세헌 기자

  • 입력 : 2017-10-12 15:13:46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측의 항소 쟁점 공방이 치열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는 이날 오전 10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등 혐의 항소심 1차 공판을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항소심 법정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삼성 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차장(사장), 삼성전자 박상진 전 사장과 황성수 전 전무도 나란히 피고인석에 섰다. 구속 상태인 최 전 실장도 정장을 입고 출석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측은 각각 항소 이유를 밝히고 곧바로 쟁점 공방에 돌입했다.

    특검팀은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 관련 뇌물공여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1심은 잘못이라며 징역 5년은 너무 가볍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이 부회장 변호인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정유라 승마 지원과 영재센터 뇌물공여 혐의 등은 최순실씨의 강요에 의한 것이며 무죄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특검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보고 있으며, 이 부회장 측은 경영권 승계는 특검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1심은 이 부회장 등이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며 승마 지원 등 최씨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면서 부정한 청탁이 묵시적으로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날 특검은 "원심이 삼성의 개별 현안에 대해 명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매우 납득하기 어렵다"며 1심이 204억원 규모의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금이 제3자 뇌물수수죄 구성요건인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를 무죄로 판단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특검 측은 "원심은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 현안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개별 현안을 구분하고, 여기에 대해 명시적·묵시적 부정청탁 여부를 판단했다"며 "포괄 현안과 개별 현안 전부에 명시적 청탁이 없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단독면담 말씀자료와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수첩 등에 개별 현안 관련 기재가 있었다"며 "그런데도 원심이 명시적 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재단 지원을 무죄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대기업들도 지원에 동참했고, 삼성이 공익적 명분으로 지원금을 출연한 점 등 1심 재판부가 재단 지원과 관련해 무죄로 판단한 근거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특검은 "삼성은 다른 대기업과 달리 재단 지원을 경영권 승계 지원 대가로 인식했다"며 "2014년 9월15일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면담에서 정유라씨 승마지원 약속을 하면서 유착관계가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회장 등이 재단 지원을 오로지 공익 목적인 것으로 믿었다고도 볼 수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은 안가에서 은밀히 지원을 요구했고, 문화체육 담당 비서관실이 아닌 경제수석실을 통해 재단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정씨 승마지원 관련 범죄수익은닉 혐의 중 마필·차량 구입 대금 명목으로 지급된 103만2717유로(한화 약 13억3400만원) 부분이 무죄로 판단된 점에 대해서도 '모순적'이라며 반박했다.

    특검은 "원심은 삼성전자와 코어스포츠의 용역계약을 근거로 마필과 차량소유권을 최씨에게 이전할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재판부 스스로도 이 계약은 가장행위이고 자금세탁 범죄로도 인정했는데도, 마필·차량 소유권이 삼성에 있었다고 인정하는 것은 매우 모순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은 증거능력이 없다며 이를 바탕으로 유죄를 인정한 1심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안 전 수석이 법정에 나와 수첩 작성을 인정한 만큼 간접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안종범 수첩'을 핵심 증거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혐의 관련) 대화를 인정하고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은 중대한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안종범 수첩'은 안 전 수석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내용이라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피력했다.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면담을 경험하지 않은 안 전 수석이 사후에 대통령으로부터 전해들은 말에 의존해 작성한 것"이라며 "대통령이 (발언을) 확인한 바 없고 그 면담 내용을 정확히 전달했는지도 검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첩 내용 자체가 단어를 나열한 수준이며 안 전 수석도 증인 신문에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발언을 누가 했는지 특정하지 못했다"면서 "혹자는 '안종범 수첩'을 실록이나 사초에 비유하지만 이는 사관이 직접 목도한 것을 기록한 것으로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첩 내용을 근거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등 뇌물공여를 유죄로 인정한 1심 판결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영재센터 지원 관련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을 언급했는지, 후원을 요구했는지 여부가 쟁점인데 수첩에는 이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며 "수첩이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면 후원을 요구했다는 사실도 인정되지 않고 유죄도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은 원진술자인 박 전 대통령의 증언이 없는 한 '안종범 수첩'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인은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한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진실성 문제가 중요한데 (증거로 인정받기 위해) 원진술자의 서명이나 증언 등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진실성 관련 사실을 증명할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말했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수첩도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김 전 수석의 생각을 단순히 메모한 것에 불과하다"며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것은 무리이며 '안종범 수첩'과 마찬가지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특검은 "안 전 수석이 법정에 나와 수첩을 자필로 작성했다고 인정했고 증거로 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대통령으로부터 이 같은 말을 들었다는 내용이 기재된 수첩은 간접사실을 증명할 정황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맞섰다.

    이어 "원심에서 증거물인 서면으로 수첩의 존재 자체가 증거가 됐고 안 전 수석의 법정 증언과 다수의 객관적 증거가 결합해 범죄사실을 입증하기 위한 근거로 사용됐다"며 "간접사실을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되는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안종범 수첩에 적힌 내용이 존재하는 것 자체와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이를 바탕으로 묵시적인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며 뇌물공여 혐의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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