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가전쌍두 삼성·LG '비상등'…미 통상 쓰나미, 국내 산업계 최악 치닫나?

  • 김혜경 기자

  • 입력 : 2017-10-10 14:08:18

    [김혜경기자] ‘미국 우선’ 기조에 따라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상대로 전 방위 통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착수 합의에 이어 5일에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한국산 세탁기로 인해 자국 산업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판정을 내놨다.

    FTA 개정협상과 긴급 수입제한 조치(세이프가드) 등의 카드를 꺼내드는 트럼프 행정부에 국내 산업계는 미국발 통상 쓰나미가 본격화되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산업부는 관련 업계와 대책회의를 가질 예정인 가운데 여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이례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미국의 통상 압박에 맞설 정부의 묘수가 절실한 실정이다.

    특히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그간 미국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가전 전자업체들이다.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11일 강성천 통상차관보 주재로 삼성전자, LG전자를 포함한 업계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연다. 이는 최근 미국 ITC의 한국산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 판정에 따른 것이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 증가로 인해 자국 산업이 피해를 볼 경우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다. 외국 업체가 덤핑 등 불법 행위를 하지 않아도 수입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이 반덤핑 조사와 다르다. 

    미 행정부가 최종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몇 개월의 시한이 남아 있는 가운데 이번 회의에서는 오는 19일(현지시간)과 21일 예정된 구제조치 공청회 및 표결 대비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세이프가드 발동 시 미국 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는 점을 근거로 이번 조치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증권가에서는 통상 규제 발생 시 부정적 효과를 우려하는 가운데 실제 피해를 최소화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ITC의 결정이 한국 가전에 최악의 상황으로 직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양국 간의 절충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우선 삼성전자는 가전 이익 기여도가 미미하기 때문에 실적에 미칠 영향을 거의 없다”면서 “반면 LG전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클 수도 있겠지만 최악의 경우에도 연간 영업이익의 2~3% 타격에 그치고, 생산지 조절 등으로 일정 물량은 대응할 수 있어 큰 피해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예고에 한화큐셀 등 태양광전지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2일 ITC는 한국과 중국, 멕시코산 태양광 전지가 자국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고 판정한 바 있다. ITC는 다음 달 13일 백악관에 수입 제한 조치 권고문을 제출할 예정이다.

    당초 업계는 세이프가드 조치가 실제 내려질 가능성을 낮게 점쳤지만 한국산 세탁기도 관련 위기에 봉착하자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분위기다.

    한편 외교부는 지난 3일 열린 태양광 셀 세이프가드 조사 공청회에 수입규제대책반을 파견해 미 행정부가 수입제한적인 구제조치를 채택하지 말 것을 강력 요청했다.

    올해 추석 연휴 기간 동안 한미 양국이 FTA 개정협상에 착수하기로 사실상 합의하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로 대표되는 철강업계도 일단 숨죽이고 지켜보는 중이다.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 제품은 한·미 FTA와는 별도로 지난 2004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국간 체결돼 있는 무관세 원칙을 적용받고 있다. 개정협상을 계기로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혹은 비관세장벽을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 무관세와 한·미 FTA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타격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 “그러나 향후 미국 측에서 어떤 내용을 들고 나올지는 신경 써서 들여다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철강과 함께 무역 불균형 주범으로 낙인찍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자동차 업체들도 관세가 부활하면 대미 수출에 더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FTA에 따라 한국 자동차 관세(2.5%)를 2012년 협정 발효 후 4년간 유지하다가 지난해 폐지했다. 따라서 현재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는 무관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사실 기업의 입장에서 한·미 FTA와 같은 대외적 요인들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일단 내부적으로 대책을 논의하면서 현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북한 핵실험 등이 엮여 있기 때문에 미국이 통상 문제에 있어 강하게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경계하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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