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절반의 승기' 도시바메모리 인수전…SK 경계 강화 주목

  • 김혜경 기자

  • 입력 : 2017-09-29 13:45:50

    [김혜경기자]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이 ‘큰 산’ 하나를 넘었다.

    도시바는 SK하이닉스가 속한 ‘한미일연합’ 컨소시엄과 반도체사업 부문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8개월 간 난항을 겪은 끝에 주식매매계약은 성사됐지만 내년 초 최종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수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약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도시바가 메모리 기술 유출을 방어하는데 주력했다는 점이다. SK가 당장 의결권을 확보하지 못한 부분, 일정 기간 반도체 정보 접근이 제한됐다는 점 등이 그 이유다. 이에 SK가 이번 인수전에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얼마나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2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도시바는 전날 베인캐피털 주도로 만든 특수목적회사(SPC)인 ‘판게아(Pangea)’와 도시바 메모리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도 이날 한미일연합 컨소시엄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매각 대금은 2조엔(한화 약 20조3000억원)이며, 이 중 SK하이닉스의 투자 금액은 3950억엔(약 4조원)이다.

    베인캐피털이 이끄는 한미일 컨소시엄에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애플과 델, 시게이트, 킹스톤테크놀로지 등이 참여한다. 의결권은 ▲도시바(40.2%) ▲한미일연합 컨소시엄(49.9%) ▲일본 반도체 장비업체 호야(9.9%) 3사가 전부를 확보한다.

    이중 도시바와 호야의 지분을 합치면 50%가 넘는다. 도시바는 일본계 회사가 의결권 과반을 가져가도록 조치해 반도체 사업을 일본이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SK하이닉스와 애플, 델, 도시바의 주거래 은행은 전환사채 및 의결권 없는 우선주 형태로 투자한다.

    SK하이닉스는 총 4조원을 출자했지만 당장 의결권을 확보한 상태는 아니다. 다만 총 투자액 중 1290억엔(약 1조3000억원)을 전환사채의 형식으로 투자한다. 추후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도시바 메모리에 대한 의결권 지분율을 15%까지 보유할 수 있다.

    도시바는 향후 10년 간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정보 접근을 차단했다. 특수목적법인 ‘판게아’의 의결권 지분 또한 15%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SK하이닉스가 전환권을 행사하려면 각국의 경쟁당국으로부터 반독점심사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조건도 붙였다.

    SK하이닉스는 한미일연합 컨소시엄 참여 기업 중 유일한 반도체 생산업체다. 올 1분기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도시바(17.25%)가 2위 SK하이닉스가 11.4%의 점유율로 4위를 기록했다. 도시바의 이같은 태도는 SK의 도움은 받으면서도 경쟁업체로부터 핵심 기술을 지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매각 협상을 중재한 일본 정부계 펀드 쪽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바 있다. 자국의 반도체 기술을 한국, 중국 등 경쟁국에 넘겨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업계는 이번 인수전에서 SK하이닉스가 승기를 잡은 것처럼 보이지만 당장의 실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이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지분을 직접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도시바의 순이익이 SK하이닉스의 이익으로 반영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더플라자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연례만찬장에서 “(도시바메모리 매각 건은) 인수가 아닌 투자라고 생각한다”면서 “다 끝난 것이 아니고, 몇 단계를 더 지나야 하기 때문에 오늘 다 축하받고 끝날 만한 일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한편 웨스턴디지털(WD)의 방해와 반독점심사, 한미일 연합 내부의 이해관계도 여전히 리스크로 남아있다.

    WD는 현재 국제중재재판소와 미국 법원에 각각 이번 매각을 반대하는 소송을 낸 상태다. 또 컨소시엄을 이끌었던 베인캐피털이 최종 계약 성사 직후 기자회견을 개최하려고 했지만 돌연 취소한 부분을 두고도 세간은 의문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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